林巨正
홍명희
[ 1 ]
봉단편
연산주 때 홍문관 교리 벼슬을 가진 이장곤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연산군에게
찍혀서 거제로 가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다.
때는 무오사화가 한창이던 시기. 무도한 연산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아무나 죽이는 폭거를 자행하고 있었던 때라 그에게 언제 사약이 내려질지 모르는 시기였다.
그런데 그때 서울의 적당 한치봉의 부하 김삭불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이 교리의 유모의 아들로, 어려서 이 교리와 함께 자랐다. 그런 그가 위기에 처한 이교리를 구하기 위해 거제로 가서 이 교리에게 도망칠 것을 권했다.
갈 곳이 막막했던 이 교리는 김삭불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자신에게 위험이 닥치는 것을 감지하게 되자 집주인의 도움을 받아 도망 길에 나선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곳은 함흥 땅. 그는 그곳에서 백정의 딸 봉단을 아내로 맞았으나 양반으로 귀하게 자란 몸이라, 몸으로 때우는 일에는 익숙하지 못했고 일에 대한 열성조차 없어 게으름뱅이 사위로 불리게 되었다.
게으름뱅이에다 시키는 일조차 제대로 못하고 일을 키워 장인을 봉변을 당하게
하자 화가 난 장모는 사위를 내쫓아 버리는데......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들어왔고 영화로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천하장사 임꺽정의 이야기다.
하도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라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힘 센 도적이라는 점 외에는 아는 바가 없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했는데 이야기의 시작부터가 구수한 옛날 이야기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서 정겹다.
1928년부터 1940년까지 『조선일보』와 『조광』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라서 인지 지금에서는 뜻이 통하지 않는 고어들이 많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모르는 고어들은 넘겨 뛰어도 의사전달에는 큰 영향이 없다.
작가인 벽초 홍명희는 육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 와 더불어 조선 3재(三才)라 불리며 후일 한국현대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되지만, 통일정부수립을 하겠다며 1948년 평양에 갔다가 북에 남아, 북한의 내각 부수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북에서는 이 소설이 별로 인기를 끌지도 못했고, 이 소설이 그의 유일한 작품이
며 미완성이라는데 차차 읽어 보면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