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과 비 전9권 세트 - 이병주 역사대하소설
알라딘(디폴트) / 1983년 11월
평점 :


바람과 구름과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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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殘絲(1)


 계해(癸亥), 철종 14. 서력으론 1863.

 진주민란을 비롯하여 전국을 휩쓴 민란이 다소 수그러들기는 했으나 화근은 그냥 그대로 남아 있어 언제 어디서 무슨 변이 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도 권문호족은 춘흥에 취하고 서민들은 춘궁에 곯아 모두들 졸고만 있었다.


 그러한 어느 날, 점술가이며 관상가인 최천중이 나라의 망조(亡兆)를 보고 자신이 이 나라를 물려받아 군림할 왕재(王材)가 될 만한 자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왕재가 되려면 우선 완벽한 사주를 타고나야 하기 때문에 그는 금강산으로 들어가 천지신명께 절하고 하나의 사주를 택하는 괘()를 뽑았다. 그리고 자신의 씨를 뿌릴 밭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륵사에 머무르면서 우연히도 치성을 드리러 온 기품 있고 아름다운 한 여인을 발견하고 그 여인의 밭에 자신의 씨를 뿌리기로 작정하고 그녀의 뒤를 밟아 집을 알아 놓는다.


 교활하고 간사하고 무술에도 능한 최천중은 우선 여인의 남편인 왕생원과 친해진 다음 택일한 날 기회를 보아 순진한 남편에게 약을 탄 술을 먹여 곯아떨어지게 한 후 여인을 강간하여 그녀의 밭에 자신의 씨를 심어놓는다.


 그리고는 심신미약으로 골골거리는 왕의 사후에 누가 그 뒤를 이을 것인가를 곰곰 생각하다, 비록 왕손이지만 당시의 집권 세력인 안동 김씨들로부터 멸시를 받고 세간에 파락호, 상갓집 개라고 불리면서까지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던 흥선 이하응을 찾아가는데......


 조선 말기, 풍운을 몰고 오는 변혁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하 역사소설이다.


 서슬 푸른 안동 김 씨의 세력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는 정세 속에 왕의 건강이 악화되는 틈을 노려보려고 스스로 몸을 낮추고 기회를 노리는 흥선 이하응과,


 그 틈새에, 사주를 미리 만들어 놓고 그기에 맞추어 왕재(王材)를 만들려는 엄청난 포부를 가진, 풍운을 일으키지 않곤 살 수가 없는 신수를 가진 최천중. 최천중을 받아들이고 그를 돕기로 하는 천하절색인 광기의 여인 황봉연. 그리고 구철용 등 최천중의 하수인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다소 억지춘향으로 끼워 넣은 것 같은 눈에 거슬리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풍류와 어우러지는 이야기의 전개는 재미있고 계속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이 소설은 1977212일부터 19801231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고 두 번씩이나 TV 드라마로 제작 방영된 바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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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3-03-28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바닥까지 시커매질 정도로 그 당시 집에 배달되던 조선.동아 일보의
열혈 독자였던 제 기억에도 어렴풋이 남아있는 신문소설입니다.
지금 다시 읽기에는 책 구하기도 요원하거니와 책 분량이 엄청나네요.


하길태 2023-03-28 16:02   좋아요 2 | URL
작가의 소설이 대부분 분량이 긴 편입니다.
이 작품은 2020년에 10권짜리로 새 단장되어 나온 것 같던데, 아마존 같은 곳에서 구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