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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 전10권 세트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0년 11월
평점 :
절판
혼 불
최명희
[ 2 ]
흔들리는 바람 2
닭이 세 홰째 우는 소리를 들으며 베틀에서 내려앉은 인월댁은 담장 너머 고샅을 지나는 사람들의 물고기 잡으러 가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청호의 저수지 물이 기어이 밑바닥을 드러냈음을 짐작했다.
청암부인이 매안으로 시집와 서른아홉에 일으킨 관수 공사의 결과 사시사철 그렇게 크고 넓은 저수지에 넘쳐나던 푸른 물이 가뭄으로 말라 이제는 물속에 있던 거대한 조개바위와 밑바닥까지 드러내니 그 바닥으로 몰린 물고기들을 잡기 위해 사람들이 저수지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 무렵, 청암부인도 쓰러져 자리보전을 하고 있었는데 연세도 연세였지만 마지막까지 지키려던 창씨개명 반대 의지가 시류에 따라 꺾이게 되자 그에 대한 충격이 컸던 결과였던 것도 같았다.
효원은 아직도 독수공방인데 시아버지 이기채와 동생 기표, 두 형제는 입을 맞추어 강모를 부추겨서 효원이 지참금 조로 사돈댁의 재산을 가져오게 하라고 사주한다.
어느 날, 집안에 망혼제가 열리던 날 집에 돌아온 강모는 사촌 누이였던 강실을
범하고 잇달아 효원도 덮친다.
그런데 세상에 비밀은 없다 했던가? 강모가 강실을 범한 현장을 본 사람이 있었
으니......
가뭄으로 인해 청호의 조개바위가 드러나고 청암부인이 자리보전을 한 가운데 무능한 이기채와 천지에 분수를 모르는 강모. 그렇게 서서히 매안 이씨 종가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소작인들 가운데서도 몇몇은 마음속으로나마 현실의 신분과 처지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싹트기 시작한다.
사촌과 근친상간에, 아내를 겁간하고, 공금횡령에, 작첩까지. 패륜아 인간 말종
강모의 반인륜적인 비행이 언제, 어디까지 이어질지...... 하참! 한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