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 전10권 세트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0년 11월
평점 :
절판


혼 불

                                                                           최명희

[ 1 ]

흔들리는 바람 1


 대실(竹谷)에서 혼례식이 치러지고 있다.


 신랑은 남원군 매안(梅岸)의 이씨 가문의 종손, 열다섯 살 강모이며 신부는 이 마을의 허 씨 집 여식 효원이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이쁜 신랑의 모습을 보고 감탄하며 신랑은 아기 같고 신부는 큰마님 같다고들 소근거리며 입방아를 찧어댄다.


 상객으로 따라온 아버지 이기채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강모는 초야를 치러야 하는 예식을 진행하다 말고 겉옷을 벗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그냥 자리에 누워 잠에 빠져든다.


 신부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스스로 옷을 벗고, 꿈을 꾸는지 허공으로 무언가 잡으려는 시늉을 하며 돌아눕는 신랑의 민숭머리를, 밑바닥이 흙더미처럼 무너져 내리는 마음으로 쳐다보고 한숨짓는다.


 신랑은 이제 막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고등보통학교에 들어간 지 한두 해 되었는데 초례 때 본 신부의 큰 키와 신방에서 촛불에 비친 신부의 덩치 큰 그림자에 압도당했는지 신부가 예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고 한 살 아래인 사촌 여동생 강실이 만을 꿈속에서 그리워하다 잠에서 깬다.


 그리고 그 후 강모가 혼례를 마치고 매안으로 돌아온 지 일 년 만에 효원이 신행을 오는데......


 때는, 조선 말기에서 일제 침략이 시작되던 시기.

 남원, 매안의 쓰러져 가는 이 씨 종가를 일으켜 세운 강모의 할머니, 청암부인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1980부터 1996년까지 17년간 오로지 이 하나의 작품에 투혼하며 집필했다고 하니 그 열정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더하여, 처음부터 접하게 되는 이야기의 묘사와 서술이 서정성과 우리 고유의 정취를 흠뻑 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 책 카피의 대하예술소설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전혀 어색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전10권 중 첫 번째 권을 읽으면서도 벌써 작품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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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2-06-2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한 후배가 이 책을 무척 좋아했는데 저한테, 혼불을 읽지 않은 사람은 책을 좋아한다는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라고 정의내리더군요-_- 괜히 속이 좁아져서ㅎㅎ 그 이후로도 계속 외면했는데요. 하길태님 리뷰를 기대합니다^^

하길태 2022-06-23 21:24   좋아요 1 | URL
지금 8권째 읽고 있는데요, 스토리의 구성은 독자의 궁금증을 유인하기에 충분한 반면 전개의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다양한 역사와 관습과 풍습에 관한 얘기들이 많이, 그것도 상세히 스토리의 여백을 채워 가는데 그것에 대한 묘사와 서술이 서정성과 우리 고유의 정취를 흠뻑 담고 있습니다.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읽고 있는 중입니다.
관심 감사합니다.^^

moonnight 2022-06-23 23:22   좋아요 0 | URL
우와 벌써 8권 짝짝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