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가는 저 구름아 (전5권)
알라딘(디폴트) / 1986년 1월
평점 :


자고 가는 저 구름아

                                                                          박종화


 1961부터 1965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높은 산정을 넘으며 자고 가는 구름들은 마치 이 진토(塵土)에 쉬어 가는 우리들 인생과 같다고 붙인 제목이란다. 1984년 월탄문학(15) 발간 당시 15권에 수록되었었는데, 이후 전7권의 별책으로 출간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SBS 대하사극 '왕의 여자'의 원작 소설이다.


[ 1 ]

草亭 속의 思美人曲


 평안도 강계, 심심산천의 첩첩한 산중에 있는 초가집 마루에 머리와 수염이 희끗희끗한, 육십 줄에 든 조촐한 노인이 거문고를 타면서 홀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 어리었고 이를 보는 동자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때 이 고을 사또와 나귀를 탄 젊은 여인이 노인을 방문한다. 여인은 자신을 전라도의 강아(江娥)라 하며 절을 올리자 그때서야 노인은 그녀를 알아보고 소스라쳐 놀라며 그녀의 손목을 탁 붙든다.


 10년을 못 본 그녀가 삼천 리 머나먼 길을 달려 노인을 보러 온 것이었다. 노인은 이내 목이 메어 말끝을 맺지 못한다. 강아 역시 한 마디를 겨우 마치자, 느껴

떨며 운다.


 그 노인은 죄의정으로 있다가 동인들의 모략과 임금 선조의 눈에 나서 귀양살이 중인 송강 정철이었고, 올해 나이 쉰여섯이었는데, 10년 전 전라감사로 있을 때 동기(童妓)인 강아를 만났다. 그런데 강아가 워낙 총명해서 청렴결백한 송강은 아무런 교섭도 주지 않고 그녀의 머리를 올려주어 명예로운 첫 서방의 이름을 빌려 주었는데, 그런 강아가 지금 송강을 만나러 왔으니 회포가 남다를 밖에.


 세 사람은 감홍로를 나누어 마시며 강아가 거문고 가락에 맞춰 부르는 송강이 지은 사미인곡과 장진주사(將進酒辭)를 듣는다. 송강은 공빈 김씨가 낳은 큰왕자 임해군의 세자 책봉을 건의하였다가, 인빈 김씨가 선조에게 송강이 자신의 모자를 죽이려 한다고 고자질하는 바람에 선조에게 미움을 받아 귀양을 가게 되었는데 그 이면에는 당파싸움이라는 세력다툼이 원인이었다.


 당시 상황은, 밖으로는 왜인이 쳐들어 올 것 같아서 율곡이 십만양병설을 주창하였지만 유성룡이 이를 반대하였고, 안으로는 당파싸움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나라가 어수선한 지경이었다. 그러자 한 날, 유성룡이 송강에게 왕세자를 봉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임해군을 천거하기로 하고 유성룡이 영의정과 약속을 하기로 하였.


 그런데 이 영의정 이산해가 겉으로는 찬성을 해 놓고 뒷구멍으로는 인빈의 오라비 김공량한테 사실을 일러바치면서 송강이, 임해군이 세자로 책봉되면 인빈 모자를 죽이려 한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였고 이를 들은 인빈은 상감에게 살려달라고 통곡 하니 상감이 크게 역정을 내었다.


 그런데도 같이 찬성해서 좋다고 하던 영의정과 우의정은 쓰다 달다 말 한 마디 없었고 결국 송강은 귀양길에 오르게 되었다. 더군다나 송강은 서인, 영의정은 북인, 우의정은 남인이니 도와주기를 하겠는가?......


 시작부터 양반 송강과 기생 강아의 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파란만장한 앞날을 예고하는 듯하다. 조선시대 당파싸움이 가장 극에 달했다는 선조 ∼ 인조 초까지가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어 흥미진진한 권모술수의 향연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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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3-2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은 복간을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해야하는데...

하길태 2021-03-24 21:43   좋아요 0 | URL
오, 저 역시 그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