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이 사는 골목 푸른도서관 84
김현화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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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화동 골목길엔 기린이 산다. 아프리카 푸른 초원 혹은 동물원에나 있어야 할 기린 말이다. 마을엔 또 남부러울 것 없는 선웅이란 중2 학생이 살고 있으며, 그 앞엔 거의 쓰러져 갈 듯한 집에 사는 코시안 은형 가족이 살고 있다.


선웅이는 2층 집 자신의 방에서 동급생 은형이 누나의 집을 종종 내려다보곤 한다. 은형이의 엄마 태국인 진따나는 선웅이의 집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어려운 생계를 꾸려 나간다. 한글이 어눌해 일 년 뒤 학교에 입학한 은형이는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말이 느리다는 이유로 동급생들에게 놀림도 당한다. 하지만 선웅이만은 그런 누나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동화 작가가 꿈인 착한 아이이다. 선웅이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다. 158센티의 키에 104kg 몸무게. 청소년 소아 비만으로 인해 조금 걷다 보면 숨이 차기 일 수이다. 친구들이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그의 마음을 더욱 조여온다. 그냥 하나의 사람으로 지켜봐 주면 좋음에도 사람 사는 곳은 말이 많기 마련이다.



선웅이 또한 은형이와 마찬가지로 학교 학우들의 교내 폭력에 위협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때 다행히 말없이 다가와 그들을 도와주고 사라지는 기수라는 친구가 있지만 선웅이는 그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 그런 도움이 더 의아하게 여겨졌다. 어떻게 보면 기우는 선웅이가 쓰려는 동화 속 백마 탄 영웅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들을 위협하는 이는 학교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은형의 한국인 아버지이다. 선웅의 집 가사도우미로 생계를 이어가는 은형모 진따나의 급여를 술값이나 놀음 값으로 탕진하며 폭력까지 행사한다. 여러 번 동네 주민 혹은 선웅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지만 그때뿐이다. 선웅이는 그런 은형의 가족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분홍 달팽이 이야기를 은형에게 들려주며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슬픔도 지나면 향기가 난다.'

 

분홍 달팽이가 은형이와 선웅의 표상일 수 있는 것처럼 어쩌면 선웅이 상상과 꿈에서 만나는 사바나 기린은 은형이일 수 있다. 수많은 육식 동물을 피해 살 길을 찾아 도피하는 초원의 방랑자. 그 무리 틈에 기린 은형이, 이를 보호하는 선웅이 함께하며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 떠나는 여행과 같다.

 

어렵게 살아가는 배화동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들을 위해 봉사하며 그들을 돕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강할 것 같지만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살아가는 선웅이와 은형이 같은 약자를 돕는 기수도 있다. 기수의 할아버지 이복규님도 슬픈 과거를 뒤로하고 매주 목요일 배롱나무 부근을 쓰는 봉사를 하며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후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생의 마지막 사진, 초상화를 남기려 하지만 지뢰 사고로 얼굴의 형태를 잃어버린 그에게 비수 같은 말들만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묵묵히 아무 일 없었던 듯 기수 할아버지 이복규님은 봉사를 이어간다. 사고는 결국 샘물공원 장학금 지원식에서 터지고 만다. 선웅의 별말 없이 던진 한마디가 은형이의 마음에 상처를 낸 것인지 이후 은형과 선웅은 잠시 멀어지는 사이가 된다. 대신 기수와 은형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소리 지르지 않고 얌전했던 사바나의 기린 선웅이는 그들의 모습에 질투 어린 울부짖음을 터트리지만 꽃밥 집 사건으로 그간의 오해를 풀게 되며 그들의 우정은 돈독해진다. 또한 기수가 왜 선웅과 은형이를 보이지 않게 돕고 있는지, 그 진실을 선웅이에게 고백하고 서로 간의 진심을 확인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우정이 짙어질수록 슬픔도 밀려옵니다. 기수 할아버지의 죽음. 하지만 그가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꽃밥 집에서 식사를 나눴던 노숙인들의 배웅과 꿈속에서 만난 젊은 시절의 이복규 할아버지 초상화를 들고 찾아오는 화가 황인백. 기수와 그의 친구들까지 함께 하기에 할아버지는 분명 하늘의 별이 되셨음을 예견한다. 선웅이에게 기수와 은형이란 존재는 어떠했을까? 상상 속 기린의 모습으로 은형이를 돕는 선웅이, 아니면 기린이란 상상 속의 동물을 생각하며 동화 작가를 꿈꾸는 선웅의 마음이자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일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비호감을 갖고 있는 편견 어린 어른들에겐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며 아직 이런 순수성을 지닌 청소년들이 남아 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전해주는 소설이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 세대 또한 이 책을 읽고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 봤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기린이 사는 골목》은 저자의 눈에서 본 선웅이의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출판사 지원을 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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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인문학 공부
김종원 지음 / 시공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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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생각하는 힘을 주요 모토로 책을 시작한다. 모든 것에 대해 사유하거나 사색할 수 있는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은 생각의 여유가 사실 부족하다. 책을 읽는 시간도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 책을 깊이 있게 읽고 고민하기란 쉽지 않다. 그 방법론적인 핵심 과제를 김종원 작가는 《매일 인문학 공부》의 개정판에서 설명하려는 것은 아닐까? 사색을 하면 지경이 넓어질 것이다. 좀 더 지혜로운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삶의 확장성이 넓어지리란 추측을 한다. 이 책은 총 9가지로 종합된 인문학의 기본 뿌리이자 사색의 힘을 선사한다. 끄트머리에는 함께 읽으면 좋을 책까지 소개한다. 조금이라도 인간 본질의 탐구를 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기본으로 저자가 추천한 작품들도 함께 탐독하길 희망한다. 의식, 변화, 철학, 몰입, 지성, 성장, 일상, 사랑, 자립 무엇이 먼저랄 것 없이 우리가 사유할 기본 바탕의 시작이다. 《매일 인문학 공부》에 지치지 않게 조금씩 내 안의 진실 된 생각을 끄집어내는 마중물의 독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개정판 이전은 단순히 사색이 중심이었다면 《매일 인문학 공부》는 사색을 뛰어넘는 삶의 질을 변화 시키는 개개인의 사색 연구가 될 결과물 또한 제시할 것이다.


 



물질적 풍요, 부의 창출을 높이는 건 단기적일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자신의 나이가 젊든 늙든지 간에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인문학 공부의 기본이다 본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 그것이 내면의 강화가 되어도 옳은 것이요, 물질적 보상이 되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므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그 기본은 자신의 성장, 스스로 나를 발전시켜나가는 가치의 힘이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고 깊이 고민하는 사색으로 빠져드는 길이 아닐지 책을 통해 느끼게 된다. 다양한 방법과 과정, 저자의 조언들이 각 챕터별로 형식에 맞게 정리돼 있어 생각하는 힘을 더욱 견고하게 자리매김하게 해준다.

'남이 아닌 당신의 내부를 탐색하며 살라. 인생은 결국 자신을 발견하며 사는 거니까."

내가 사유하고 실천하는 것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색은 일상에서도 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것이 생각의 힘이다. 푸마나 아디다스에 비해 인지도가 저조했던 나이키의 대표 빌 바워먼은 아내의 와플 굽는 모습을 보며 이를 확장해 보다 가볍고 튼튼한 조깅화의 밑창을 만들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작은 생각과 발상의 전환이 나이키를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이는 모두가 사색에서 나온 힘이라고 김종원 작가는 말한다.

하찮은 것, 쉽게 지나쳐 버렸던 것에서도 미래가치와 원했던 답을 찾아가는 사색의 힘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다.


 


사색의 힘은 질문이다. 책을 읽을 때 왜 읽는지에 대한 목적과 질문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질문 없이 읽게 되면 단순히 책 한 권 읽었다는 자부심밖에 없게 되며,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사라진다. 여기서 책을 읽을 때 사색이 필요하며 그것이 책을 읽는 동기 유발을 돕게 된다. 헨리 소로우의 《월든》을 읽었다 치자. 왜 읽었나? 자연의 소중함? 인간과 자연의 합일점을 찾기 위해서? 현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와 자연 깊숙이 3년여간 생활한 과거 소로우의 삶을 비교하며 각자의 가치를 평가해 보기 위해서. 이런 이유와 동기를 더 강화하는 독서가 동반된다면 사유의 힘은 더욱 다져지고, 인문학적 틀도 단단해질 것이다. 그것이 사색이란 매개를 가지고 도전하는 질문의 힘이다. 더불어 발상의 전환과 풍부한 아이디어를 독자 스스로에게 선사하게 됨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사색은 인간으로 살아가며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풍부해짐을 배울 수 있다. 하나의 고정관념이 아니라 마음의 바다를 보다 넓고 풍부하게, 거친 파도가 쳐도, 평화롭고 잔잔한 물결이 넘실거려도 어디 하나에 추가 기울어지지 않는다. 사색은 보다 객관화된 나를 만들고 인문학적 지평을 넓히는 지지대가 되는 것이다. 그 점에 충실하며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이나 일상을 통해 생각하고, 결과를 도출해보는 《매일 인문학 공부》의 생활, 사색하는 인생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렵지 않고 무겁지 않게 그 길을 안내하는 지침서가 될 작품이 《매일 인문학 공부》이다.

*출판사 지원을 받아 개인적 의견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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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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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멍청한 짓들을 하게 될 거야.
하지만 열광적으로, 열렬히 해보렴.˝
- 콜레트


안젤라에게 세 번째 연락을 받는 비비안. 첫 번째는 안젤라의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주었을 때, 두 번째는 그녀의 아버지 부고 소식이었다. 그리고 지금, 안젤라에게 그녀 어머니의 죽음을 전해 들은 세 번째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안젤라는 이제 비비안이 자신의 아버지와 어떤 사이였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고자 한다.

‘비비안, 엄마도 돌아가셨으니 이제 당신이 아버지에게 어떤 분이셨는지 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1940년 대의 지금 나는 열아홉 살이다. 엄마가 우등생으로 졸업한 바사(학교)의 낙제생이 된 나는 잘나가는 집안의 골칫거리지만 나는 나만의 개성과 미래를 설계하는 여성이다. 결국 가족에게 내팽개쳐지는 그녀 비비안은 뉴욕에 사는 고모에게 맡겨지고 새로운 삶이 그녀 앞에 펼쳐진다. 이것은 비비안이 안젤라에게 밝히는 진실의 첫 부분이다. 뉴욕으로 떠나는 비비안에겐 비뚤어진 영혼의 동반자이자 목숨과도 같았던 재봉틀도 함께였다. 재봉틀은 그녀의 개성 넘쳤던 도시 여자이자 하나뿐인 할머니가 선사한 선물이었다. 이 재봉틀로 인해 안젤라와의 인연도 이어지게 된 것이다.

안젤라에게 편지를 통해 과거의 추억을 전하는 비비안은 십대의 마지막을 뉴욕에 사는 페그 고모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결혼을 하고 성공했지만 자유분방했던 페그 고모는 자신의 끼를 발휘해 공연 제작자가 되고, 결혼한 남편과 엄청난 부자가 된다. 이후 이혼 같지 않은 이혼으로 작가 아자 배우였던 남편 빌리와 거리 두기를 하며 자신이 구입한 릴리 플레이 하우스의 경영을 맡게 되고, 비비안은 그녀의 집, 빌리를 위해 마련해 둔 빈방을 사용하게 되며 화려할 것 같은 뉴욕의 생활을 시작한다. 이때 고모의 비서 올리브, 쇼걸 셀리아, 글래디스, 롤랜드를 만나게 된다.

그들과 첫날 저녁 식사를 나누며 비비일은 쇼걸 셀리아와 우정을 쌓아간다. 말이 우정이지 거의 그녀의 하녀 노릇을 하며 자신의 방까지 침범당한다. 그러나 비비안은 제멋대로인 셀리아를 미워하지 안 않는다. 자신의 그간 허영은 아무것도 아니며 셀리아가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비비안은 모리스 할머니에게 배운 재봉틀 실력으로 기울어져 만 가는 릴리 플레이 하우스의 의상 감독이 된다. 그건 당연한 수순이 그럴 수밖에 없는 칙칙한 상황이었다. 점점 그녀의 일이 많아질수록 셀리아를 비롯해 많은 쇼걸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그녀들과 점점 가까워지는 비비안은 첫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눈다. 그간 정절을 지켜오던 그녀는 결국 쇼걸 친구들의 도움으로 낯선 남자와 이상 야릇한 시간을 보낸다. 비비안은 약간의 돈을 받고 남자들과 관계를 맺었다는 쇼걸들의 이야기를 안젤라에게 설명할 때 양해를 구하듯 쇼걸들이 큰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돈을 받는 하나의 대책일 수밖에 없었다는 특수 사항을 설명한다. 지금은 절대 암묵적인 불법이 아닌 바에야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1940년대 미국에서도 펼쳐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비비안도 첫 허들을 넘어 중년의 수의사 해롤드와 첫 경험을 나눈다. 이후 비비안은 자신만만한 삶을 살아가게 되며 일탈의 끝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평생 비비안은 재봉틀과 섹스라는 두 가지의 재능을 향유한다. 아버지의 부상 소식, 오빠의 해군 입대 소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모님께 뉴욕 생활에 대한 여유로움과 감사, 페그 고모와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등 방탕한 생활과는 달리 반대의 소식을 전하며 고향 부모를 안심시킨다. 비비안은 그렇게 뉴욕의 밤거리를 셀리아와 할부하며 쾌락을 탐닉하고 만족이란 독주를 더한다. 하지만 그녀들에게도 시련은 닥치고 만다. 세 명의 남성에게 무한정 접대를 받던 중 비비안과 셀리아는 그들과 호텔 투숙 후 위기 상황에 처하고 만다. 이때 셀리아의 기지로 비비안은 호텔문을 나서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비비안 자체도 알 수 없었으며, 셀리아 또한 파랗게 멍든 눈을 제외하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입장으로 일단락 된다. 물을 수도 답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그저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전부였다. 비비안은 다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혼자 있거나 혼자 두지 않겠다고...... 위급 상황이든 즐거운 때이든 셀리아, 그녀와 함께 하겠다고 말이다.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게 되고 영국과 프랑스는 다시 독일의 침공을 받게 된다. 이때 비비안의 고모 친구인 영국의 배우 에드나와 그의 남편 아서는 독일 침공에 의해 영국의 집이 폭격되고 만다. 결국 페그의 극장에 잠시간 머물게 되고 페그와 오랜만에 해후 자리를 갖는다. 이때 그녀들의 절친이었다는 페그의 비서 올리브도 함께 한다. 물론 비비안도 함께 하며 순박하고 순수하며 자존감 높은 에드나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그녀 남편 아서의 엉뚱함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비비안은 그녀의 친구 셀리아도 에드나에게 소개하고 에드나의 찬란한 옷들과 액세서리 정리를 도우며 그녀의 매력에 흠뻑 젖어든다. 비비안이 의상 디자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내력에 대해서까지 궁금증을 갖는 에드나. 새벽 깊숙한 시간까지 비비안과 에드나는 다른 이들이 물러감에도 의상을 처음 배웠던 이유, 자신의 할머니 모리스와의 일화도 이야기하며 에드나의 호기심을 일으킨다. 비비안은 그간 쇼걸들과 친구들과 나누었던 일상적인 이야기와 달리 자신이 좋아하는 의상, 모리스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무대 의상의 중요함을 거침없이 조언하는 에드나의 모습에 존경심을 더하게 된다. 정말 처음 어른과의 대화였고 술까지 멀리하는 밤이었다는 비비안의 회고, 그녀 일에 대한 자부심까지 느끼게 되는 상황이다. 인생이란 이렇다. 고요하거나 거친 파도가 몰아칠 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모두를 헤쳐 나가고 이겨나갈 수 있게끔 하는 인연, 기회가 찾아온다. 그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시작이 설레다 보면 개인 노력 여하에 따라 더 큰 보상을 획득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들에겐 《시티 오브 걸스》라는 연극 무대가 시작된다. 그 중심에는 영국에서 건너 온 유명 베우 에드나가 있고 그녀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친구 페그가 이를 진두지휘한다. 에드나의 매력에 매료된 페그의 조카 비비안도 의상 디자이너로서 한몫을 하게 된다.

페그의 남편 빌리마저 《시티 오브 걸스》의 감독과 극작가로 참여하게 된다. 완벽한 극을 위한 오디션도 치러졌으며 이곳에서 비비안 자신이 가장 원했던 남자 안소니를 만나게 된다. 연습은 지속되고 연애 감정의 황홀경에 빠져 사는 비비안은 에드나의 충고를 듣는다. 사랑은 하되 공연을 망치지 말라. 모두가 완벽함을 추구할 때 배우들은 조금씩 지쳐가지만 프로들의 세계를 확실하게 보여주려는 빌리의 노력과 에드나의 연기는 공연 전부터 불을 뿜어낸다. 제작비 문제 등으로 인해 페그의 비서 올리브와 빌리간의 다툼이 있었지만 그의 지원과 페그의 노력으로 우여곡절 끝에 막은 오르게 된다. 어렵지만 꼭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코미디, 그들에겐 관객을 웃고 울리는 목표 또한 있었으며, 영국의 대배우 에드나를 그냥 썩혀 두기엔 아까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빌리의 등장은 매의 날개에 가속 장치를 달아 더 높이 공연이 날아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며 비비안에게도 새로운 연인을 만나게 한 기회의 장이 된 것이다. 《시티 오브 걸스》 브로드웨이에 그 서막이 열린다. 첫 번째 공연은 무사히 막을 내리고 이제 기다리는 건 에드나의 연기와 무대에 관련된 호평만이다. 첫 공연 축하 자리에 비비안은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게 된다. 그녀 오빠 월터와의 만남이다. 프린스턴을 자퇴하고 해군에 입대하기 위해 뉴욕에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리고 그는 잠시간 뉴욕 릴리 플레이 하우스에서 동생과 함께 지내게 될 것임을 통보하듯 알린다. 당황스러운 비비안이었겠지만 그녀는 새벽 조간신문에서 가장 듣고 싶었던 리뷰를 목격한다.

‘에드나 파커 왓슨의 상상만으로도 《시티 오브 걸스》는 볼 가치가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아름다운 의상이었다.
                              킷야들리 <뉴욕 선>‘


이것이 비비안에 대한 찬사였으며 그녀에겐 커다란 설렘이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전개되는 것은 소설이 아니다. 화려한 무대의 향연 뒤에 사건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무대의 주인공 에드나와 비비안의 연인 안소니는 미국의 2차 세계 대전 참전을 외치는 모임에 초대된다. 이때 에드나의 남편 아서는 크게 격노하고 이를 말리던 비비안은 자신의 연인인 안소니에게 듣지 말아도 될 폭언을 듣게 된다. 이후 아서와 비비안, 그녀의 절친 셀리아는 모임에 참여하는 에드나와 아서를 뒤로 한 채 되돌릴 수 없는 파국, 가십거리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이를 릴리 플레이 하우스의 사람들이 과연 해결할 수 있을지, 그간 무명의 의상 디자이너였던 비비안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질 수도 있을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물론 부정적 영향력이다. 그럼에도 에드나의 공연은 계속된다. 신문기사에는 그녀들-셀리아와 알 수 없는 레즈비언-그리고 아서의 가십 기사가 등장한다. 모든 사건의 폭풍과 같이 밀려와 해일과 거친 파도를 동반해 일순간에 모든 걸 부숴버렸다. 다시 고요가 찾아왔으나 남은 상처의 여파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결국 비비안은 에드나의 충고를 듣고 짐을 싸게 된다. 일순간에 그녀의 판타지가 무너지는 순간이고, 다시 현실이 그녀 앞에 다가오게 된다. 오빠 월터의 도움으로 다시 귀향하게 되어 아버지의 회사에서 하루 종일 사무 업무까지 하게 된다. 뉴욕에서의 평범치 못한 일상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온 비비안은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또한 아버지의 회사 직원인 짐 라슨과 연애를 시작하지만 뉴욕 생활의 앙금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적극적이지 못한 연애 생활이 이어진다. 부모님의 지지와 짐 라슨의 애정 공세가 이어지고 그 둘은 약혼에 이르게 된다. 비비안은 자신의 결혼 생활이 가능할지 안젤라에게 보내는 편지들에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고 그 결과까지 소개한다. 참고 있던 비비안은 결혼 때까지 선을 지키겠다는 짐 라슨에게 자신의 진실을 밝히듯 본인은 처녀가 아님을 사실대로 말한다. 대충 상황은 무마되지만 일본의 진주만 습격 후 늦은 나이의 짐은 입대를 결심하고 비비안과 파혼을 요청한다. 당시의 시대상이라 하면 입대 전 결혼을 전제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짐 또한 비비안의 과거가 걸리는지 그저 서로의 사랑만 확인 후 파혼의 끝에 이르게 된다. 반지마저 짐에게 돌려주는 비비안. 연인의 끝은 초라해 보였지만 그럼에도 강렬한 이별이었다. 이별 뒤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페그 고모의 클린턴 방문이 그것이고, 다시 비비안의 뉴욕 시대는 시작된다. 다행스럽게 자신이 과오를 범했던 인물들은 모두 릴리 플레이스 극장을 떠난 상태였으며 비비안도 미안함과 더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페그를 비롯해 올리브, 하버트와 함께 해군 공창들을 위한 공연이 시작되고 비비안은 다시 뉴욕 생활에 익숙해진다. 우연이라도 만나게 될 그녀의 옛 인연들과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스쳐 지나가게 되고 비비안 그녀 앞엔 뉴욕이란 거대 도시의 삶은 계속된다. 안젤라에게 전하는 편지 속에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아픈 과거를 잊어야 한다지만 그것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완치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 결코 나쁘고 슬펐던 일이 사라지지 않는 게 우리 인간의 삶이 아닐까? 의미 깊은 말에 동의가 된다. 단, 기쁜 일은 또 어느새 잊힐 수 있는 것도 인생이다.

안타까운 소식이 가족의 마음을 불어난 홍수처럼 가족들의 마음을 슬픔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다. 월터의 죽음이다. 살갑게 지나지 못했음에 아쉬워하는 비비안.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담담해하던 엄마. 유해 없는 장례식은 의미 없다는 아버지. 끝내 조촐하게나마 페그 고모와 동료들은 비비안과 죽은 월터를 위한 영혼 장례식을 치른다. 끝까지 버티던 일본은 그 해 8월 항복을 선언하고 살아남은 미군들은 뉴욕 부두로 금의환향한다. 파란만장한 역사의 한복판, 미국의 중심 뉴욕에서 겪는 비비안의 인생은 《시티 오브 걸스》 이름과 100% 걸맞아 보인다. 뉴욕은 전후 시대 변화가 시작된다. 우리의 경제 계획 5개년처럼 오래된 건물은 헐리고 새로운 마천루가 형성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할 뿐이다. 릴리 플레이 하우스도 이런 변화를 비껴갈 수 없었다. 도시 재개발 정책으로 건물은 헐리고 페그 고모는 일정의 보상을 받는다. 비비안은 이에 반대하지만 페그 고모는 역사에 순응하는 스타일이다. 변화에 맞춰 변모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비안은 자신이 옷감을 구입했던 단골집의 딸 마조리와 웨딩드레스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귀향한 남성들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결혼에 필요한 웨딩드레스는 여성들의 로망이기도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던 비비안과 마조리는 목적을 달성하며 그 이상의 목표를 세운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소녀들이 마땅히 주인공이 되어야 하며 자신은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재봉사이자 디자이너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녀들에게 부와 명예를 쥐여준 웨딩 사업이 장인 정신으로 이어지는 단계의 변화라 할 수 있다. 비비안과 마조리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결국 그녀들 스스로는 결혼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단, 1950년대 이후 비비안은 다시 끝이 없는 연애를 다양한 남성들과 시도하고 그 안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세월은 흘러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빌리 고모부는 심장마비로 죽고 만다. 그의 사업 동료 마조리에게도 아이가 생기고 비비안과 같이 그 아이를-네이슨-키우게 된다. 아기 때부터 어린이가 될 때까지 몹시 아프고 겁이 많은 모습이 마치 비비안과 마조리의 걸어온 과거를 보는 것과 같이 흡사했다. 해군공창도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문을 닫게 된다. 아직 건재했던 페그 고모와 올리브지만 무대를 올리기까지의 여력은 아니었다. 이 몫은 비비안이 맡게 되고 공창 전현직 노동자들을 위한 마지막 무대가 선사되고 이때 그간 거론하지 않던 자신의 오빠 월터의 이야기를 흔적으로 남긴다. 무사히 공연을 마치고 그녀 비비안 앞에 나타난 낯설면서도 그렇지 않은 40대 중반의 경찰이자 좋지 않은 추억의 장본인이 바로 안젤라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월터에게 혼이 나 고향 클린턴으로 돌아가던 길에 비비안에게 창녀 같은 동생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던 월터의 동료이자 안젤라의 아버지 말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말과 보고 싶지 않던 이와의 인연이 다시 시작되는 듯하다. 그것이 불행일지 인연 중간의 행복일지는 이 작품을 끝까지 읽고 경험할 독자들의 몫이자 판단이 될 것이다. 《시티 오브 걸스》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의 향연과 혼돈스러웠던 1940년대 이후 냉전 시대를 살아가는 격변의 시간과 적절히 대비되며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한 여인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다. 비비안은 자신의 할머니 모리스가 그녀에게 전해 준 삶의 유산처럼 프랭코의 딸 안젤라에게 그 이야기와 교훈을 소설 깊숙이 생동감 있게 전한다. 이것이 《시티 오브 걸스》의 힘이고 파란만장했던 전후 시대의 생생함을 독자들에게 선물하는 창작자의 힘이다. 책의 핵심과 인물 전체 삶을 정리하는 책의 결과는 독자들의 알 권리 및 스포 방지를 위해 남겨 둔다. 비비안과 그와 일면식 없던 안젤라의 편지 형식을 담은 절묘한 소설! 수많은 남녀 독자에게 추천한다.




*리딩 투데이 신간 살롱 지원 도서로 개인적 생각을 줄거리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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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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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구나 생각은 많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떨궈 내느냐의 문제 같다.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의 고민을 확대해석할 때 과잉된 생각으로 좋지 못한 결과를 나타내 보일 수 있다. 이때 누구나 그럴 수 있고 나도 그 일부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저자는 17년간 자신에게 솔직한 고백한 내담자의 말들, 임상 경험을 통해 결론 지어진 내용을 기존의 심리학 서적과는 차별되게 더욱 솔직하며 진솔하게 글로 담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으며 내적 고뇌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끊임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질문과 진심이 어우러져 하나 된 책이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정신적 과잉 활동의 가장 분명한 측면을 강조하려 한다.

1부에서는 과도한 감수성과 왕성한 정신 활동

2부에서는 이상주의와 보통 사람들과의 실제 괴리

3부에서는 정신적 과잉 활동을 득이 되게 활용하는 모든 종류의 해법을 제공한다. 생각이 많은

아질수록 복잡해지는 뇌구조. 특정 부류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문제라는 위기의식 속에 그 답을 찾아가는 지혜를 발휘해 주는 작품이다. 편견을 깨주고 언제든 이런 상황이 올 수 있으며 대처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는 작품이다.

'정신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한 사람이 어느 방에 들어간다고 치자. 그는 유독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보통 사람은 신경 쓰지 않는 사소하고 일화적인 특징들까지 포착할 것이다.'

위와 같은 사람은 보다 많은 지식 정보를 얻는다는 면에서는 커다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세밀한 일에 알맞은 사람 같다. 글을 창작하는 사람이나, 정보를 얻기 위한 탐정, 형사 등도 알맞은 직업이 아닐까 생각된다. 단, 위와 같은 상황이 타인에게까지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면 생각이 많은 걸 넘어 과도한 정신 활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저자는 이처럼 다수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문제점에 대한 특징을 분석하고, 설명하며 해결해가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보다 쉽고 명확한 해답으로 제시한다. 독자들은 자신의 상태 또한 파악할 수 있다는 호기심을 자극받게 된다. 생각이 많거나 감각 과민증이 나쁜 것만도 아니라고 책에서는 설명한다. 과민했던 감각으로 인해 우울증을 극복하고 작은 것에도 희망의 빛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그들에겐 희망이고 꾸준한 대화와 상담, 환경의 변화를 통해 바뀔 수 있는 희망을 보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을 알아가면서 그 해결책을 찾아가 보는 것이 가장 큰 키포인트가 아닐까 생각된다. 책이란 그러한 어려운 과정을 극복 가능케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수많은 사례와 해결된 상담의 분석을 통해 독자 자신이 어떤 문제와 유사성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자신의 현 상태와 맞닿아 분석하고 비슷한 해결법을 찾아가는 것도 '생각이 너무 많은 당신'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필요할 때 깊이 있는 생각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처음에 언급했듯 생각, 감정 과잉의 문제는 특정 집단만의 어려움이 아닌 인류 모두가 조금씩 내재하고 있는 심리적 징후이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문제를 해결해가는데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란 작품이 다수의 해법과 조언을 해주리란 믿음이 생긴다.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그 결과에 도달하는 의지는 독자의 몫이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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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언니의 방구석 극장
양국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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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한 사회학적 해석, 개인적 견해, 작가의 입장들은 늘 흥미롭다. 영화라는 매개체가 글이란 비평, 분석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화수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쿡 언니의 방구석 극장》은 지금 이 시기와 아주 안성맞춤처럼 적절하게 독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영화의 각자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이 토론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날 선 비판을 깊이 있게 읽어보고 독자 개개인이 동일한 작품들을 보고 느꼈던 감정과 무엇이 같고 다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아직 보지 못한 작품이라면 영화의 해설서처럼 읽고 반응하며 영화 또한 찾아보는 일석이조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영화를 통해 우리의 가족이란 무엇인지? 혼족, 비혼이란 단어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어떻게 가족의 의미가 변모했는지 영화 《가족의 탄생》을 통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생각했던 기억과 잊었던 기억들. 무서운 아버지로만 기억되었던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주인공 폴이 아빠와의 기억과 다시 만나 다정다감했던 아빠의 모습을 발견한 기쁨도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감동과 내 안의 현실을 비교해보는 가늠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란 여러 가지 장르가 있다. 멜로, 스릴러, 휴먼, 액션, 여기에 하나 더해 인문철학 영화란 걸 덧붙이고 싶다. 그런 뜻에서 이 작품은 영화에서 인생철학을 발견하다는 부제가 어울릴 것 같다. 영화는 말 그대로 인생이다. 호러 판타지 액션 무비도 언젠가 벌어지고 나타난다. SF도 시간이 흐르면 현실화된다. 영화 주제를 보면 인간 고뇌, 욕망, 탐욕과 실패 속에 성장하는 휴먼 스토리, 철학적 색채가 가득 베인 작품도 많다.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텔지아》, 오손 웰스 《시민 케인》등 철학과 인생이 담긴 작품을 통해 우린 우리의 자아를 되돌아본다. 《쿡 언니의 방구석 극장》도 영화라는 장르의 작품 소개 이상으로 인생의 담화, 지표, 나아갈 삶의 방향성을 제공한다. 우리에게 당연하게 발생할지도 모를 일들도 책 안에 녹아 있어 공감대가 더욱 확대된다. 영화로 책 읽고, 인생 읽기. 이렇게 콜라보 된 장르의 작품, 책들이 많은 독자의 치유처가 되었으면 한다. 방구석 콕 하며 영화 보기 참 좋은 시기이다.

*출판사 지원을 받아 개인적 생각을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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