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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ㅣ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이번주로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되었지만 마음은 무겁다.
이제 슬슬 이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버리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리하면서 내가 너무 많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쌓아 놓았던 아이들 어릴때 쓰던 유아 용품들을 동네 카페에 올려 모두 나눔을 하고 나니 거의 창고방이 되어 버렸던 작은 방이 깨끗해졌다. 물건을 받아가며 엄청 좋아하던 사람들을 보니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 아이들 어려서부터 처리하지 않았던 전집들을 이번기회에 모두 정리하려고 하다가 깜짝 놀랐다. 아이들도 어린데 내가 사모은 책과 교구들의 양이 어마어마 했기 때문이다. '나는 뭐가 불안해서 이렇게 많은 책을 사모았던 걸까?' 이 많은 책과 교구들은 나의 불안감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것을 제대로 활용한 책과 교구들은 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설명해 주고 있다. 활용하지 못한 것들을 정리하기 위해 중고 전집 싸이트에 아깝지만 가장 저렴하게 올려놓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얼마전에 읽은 '종이달'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이 소설에 나오는 여인들은 자신들의 공허함과 허탈감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쇼핑에 빠지게 된다. 쇼핑을 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여성들의 심리 묘사가 매우 섬세해서 문득문득 나의 쇼핑하는 모습과 오버랩 되기도 했다. '이 소설을 남자들이나 미혼 여성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쇼핑에 빠졌더라면 이렇게 되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섬뜩하기도 했다.
독박 육아를 하던 당시 아이가 잠들고 나면 거의 인터넷 쇼핑에 빠져 있었다. 나는 해외 직구를 즐겨하며 여기저기 싸이트를 뒤져 내가 원하는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사고, 한국 카드를 받아주지 않던 싸이트의 오더를 변팔을 이용해 받아내고 그 물건이 쉽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을때 그 기쁨이 나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었다.솔직히 그 당시는 남편보다 택배 아저씨가 더 반갑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귀찮은 일을 어떻게 한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그 당시 육아 스트레스와 결혼 생활의 권태를 내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집중했다면 현명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때 쇼핑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두둑한 비자금으로 지금쯤 남편 앞에서 큰소리 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당시 내앞에 주어진 어린 생명과 출산후 망가진 몸과 마음의 상태를 생각해 볼때 내 자신을 돌볼 여력이 없었기에 이렇게라도 내인생에 가장 힘든 시기를 잘 버텨냈다는 위로를 건네며 인생의 연륜에 고마움을 느낀다.
빨간 책방에 소개되어 우연히 읽게 된 '종이달'이라는 소설이 짐정리를 하다가 문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근데 이 책들은 언제 다 정리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