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유령> 밀로스 포만/장 클로드 카리에르 ZIP16461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 구한 책이다. 도서관에도 없더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던데... 찾아보니 감독이 밀로스 포만이네. 아마 그럼 시나리오를 썼던 모양이다.
종교재판관이지만 계몽철학에 경도된 31세의 로렌조 카사마레스가 등장하고, 궁정화가로 합스부르크가에서 부르봉 왕조로 바뀐 스페인 궁정 화가였던 프란시스코 고야가 등장한다.
안알달루스 정복전(레콩키스타)에서 스페인의 종교재판소는 가톨릭 전사들과 신민들을 통합시키는 순기능을 담당한 적도 있으나, 이후 권력과 결탁되어 변질되면서 스페인 역사 발전에 중요한 저해 요소가 되었다. 얼마 전, 만난 너튜브 동영상에서 보니 종교재판소가 기부에 인색한 중세문화의 흐름을 바꾸는데 일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종교재판소가 거의 순수한 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모두가 그랬던 건 아닌가 보다.
어쨌든 18세기말까지 유지된 종교재판이라는 악습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흥미진진하다.
오늘 새벽부터 읽기 시작했다. 가독성이 아주 뛰어나다. 내가 또 이런 책들을 좋아하지.
간만에 레알 중고책방에도 들러봤다. 램프의 요정 중고책방은... 책만 중고지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너무 사악해서 중고책방이라고 부르기에 좀 그렇다. 중고거래소라고나 할까. 가격이 왜 이렇게 올랐는지 모르겠다. 뭐 하이퍼 인플레이션 시대의 낯설지 않은 모습이라고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수원역 앞에 있는 수원책방에 들러봤다. 가는 길에 두 팀의 도믿남들에게 잽히기도 했다. 한참 르세라핌의 신곡을 듣고 있어서 그들이 내게 말을 거는 지도 몰랐다. 뭐라고 하는데 멀뚱하게 쳐다보니 그냥 지나치더라. 참 얼마 전에는 중앙지검에서 드디어 전화도 받아 봤다.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해서 더 듣고 싶었으나, 일이 바빠서 전화를 끊어야 했다.
수원책방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호랑이 남자>나 요사스러운 샘의 <세상 종말 전쟁> 같은 책들이 간간히 눈에 띄긴 했지만 이미 다 읽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이라 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맨손으로 나오기가 그래서 아테네 출판사에서 나온 <나폴레옹 이집트 원정기>를 단돈 오천원에 샀다. 무거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느라 고생깨나 했다.
안양 도로리책방에 얼마 전에 두 번이나 갈 기회가 있었으나, 동행들이 원하지는 장소라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래도 그나마 거긴 책이 좀 있는데 말이지. 예전에 도끼선생 전집 낱권으로 나왔을 적에 모두 사들였어야 했나. 하긴 도끼 선생 책들은 사두고 읽지 않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리. 그나마 작년엔가 <카라마조프>를 꾸역꾸역 다 읽어서 체면이 선다. 뭐야 나 이래봬도 도끼 샘 책 읽은 닝겡이라고 말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뭐 이렇게 항상 바쁜지 모르겠다. 주말이 평일보다 더 빡시다.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며칠 절간에 틀어 박혀서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다. 핸드폰도 필요 없다. 예전 은사가 말하셨던 것처럼 미디어 다이어트를 해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