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 전에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 <인간, 즐거움>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어제는 <가벼운 마음>과 <그리움의 정원에서>를 각각 새책으로 그리고 중고책으로 사들였다. 두말할 것 없이 이번 추석은 보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인간, 즐거움>은 <환희의 인간>이라는 타이틀로 재출간됐다.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그의 문장들을 읽으면서 도대체 얼마나 갈고 닦아야 이런 문장이 나오는지 궁금해졌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연인에 대한 연가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에게는 꽃을 사랑하게 된 자신의 경험을 들려 주기도 한다.
자신에게 영원히 필요한 것은 결국 책과 활자라는 고백 앞에서는 절로 선밴님이 외쳐지기도 했다.
세상에 나같은 책과 활자 중독자가 또 있었구나, 우리 북플동지들 같은 사람들이 바다 건너에도 있구나 싶은 마음에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그의 문장을 책쟁이의 기준에 맞게 패러디해 본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변한다.
-> 무엇을 읽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변한다.
우리 위대한 선밴님은 그의 글과 만나게 되는 세상의 모든 책쟁이들에게 지령을 내리셨다.
읽고, 쓰고 사랑하라고.
읽은 닝겡은 쓸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그것이 감상이던, 개인의 기록이던 간에 읽은 닝겡들은 모두 쓰기에 나선다. 이미 현재가 된 미래의 너튜브 세상에서는 동영상 콘텐츠로 기록이 남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읽기가 입문이라고 한다면 쓰기는 1단계 액션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이 완성이라는 말일까.

읽기를 통해 무언가 깨달음을 느꼈다면 쓰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으리라. 울 선밴님이 그랬던 것처럼, 염통에서 쿵쾅거리는 느낌을 어떤 방식이로든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병이 되지 않을까. 아 몽땅 때려치우고, 실컷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속한 속세의 시덥잖은 사무들이 나를 가만 놔두지 않는구나.
빛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는 보뱅의 책들을 만나게 되어 참으로 즐거운 9월의 명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