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양장) - 2024년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도서
과달루페 네텔 지음, 최이슬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주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러 과달루페 네텔 작가의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를 빌렸다. SNS에 가끔 올라오는 책소개 글의 유혹을 이길 방법이 없더라. 그리고 존 밴빌의 신간과 카뮈의 <계엄령>을 만나기 전까지 네텔 작가의 <이네스>에 빠져 버렸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나서 다시 <이네스>에 매달렸다. 많은 장점 가운데서도 가독성 하나는 끝내주는 책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프랑스 유학파로 지금은 고국인 멕시코에 돌아와서 계속해서 연구활동 중인 라우라다. 그녀에게 결혼과 출산은 선택지가 아니다. 그녀의 친구 알리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아우렐리오를 만나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다. <이네스>에서는 라우라의 삶과 동시에 알리나 출산, 이웃 도리스네 이야기 그리고 라우라의 집에 둥지를 튼 비둘기 커플의 이야기가 엇갈리면서 흥미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우선 알리나의 출산 도전은 난관의 연속이다. 늦은 나이에 출산을 결정해서 아이를 갖기가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어렵게 얻은 아이는 임신 중에 심각한 문제를 얻어, 태어나도 곧 죽게 될 거라는 비관적 전망들을 담당 주치의들로부터 듣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옆집에는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도리스와 그녀의 아들 니콜라스가 산다. 남편의 죽음에 영향을 받은 도리스는 하나 남은 니콜라스마저 잃을까봐 극도로 보호하고 외출까지 막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니 바깥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어린 아들과의 충돌은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무래도 뻐꾸기의 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비둘기 커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서사는 얼마 살지 못할 거라고 한 이네스의 탄생 그리고 이네스를 돌보게 되는 보모 마를레네의 이야기를 위한 준비의 하나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딸의 운명에 대해 좋은 소식은 하나 없다. 하지만 알리나는 출산을 강행한다.

 

그렇게 태어난 이네스는 살고자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세상에 보여준다. 심지어 미렐레스 박사는 얼마 살지 못할 아이의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이런 비극의 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주변의 경고에도 꿋꿋하게 생을 영위해 나간다.

 

이런 고통의 바다 속에서 알리나는 무지막지한 인터넷 쇼핑이라는 방식으로 현실에서 도피를 시도한다. 일견 그런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나라면 과연 어떤 방식을 선택했을까? 아마 책으로의 도피를 시도하지 않았을까. 몽테스키외의 말을 빌리자면, 한 시간의 독서가 이기지 못할 세상의 고통은 없다고 했던가.

 

한편, 비둘기 커플 둥지에 탁란한 유사부모의 이미지는 이네스의 보모 마를레네 뿐 아니라자신도 실제 삶에서 니콜라스를 통해 보여주지 않았던가. 어린 그리고 언제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이네스에 대한 마를레네의 집착(?)은 과연 알리나의 의심을 살 정도로 도가 넘지 않았나 싶다. 산후 우울증세와 더불어 알리나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런 절박한 처지에 처한 부모라면 아마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의 2/3 정도 되는 지점까지는 중요인물인 이네스가 언제라도 하늘나라로 갈 수 있다는 팽팽한 긴장감을 빌미로 해서 독자를 잡아 놓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나는 <이네스>에 대한 흥미를 잃어 버린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알리나의 쇼핑 부채나 마를레네에 대한 의심 같이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잠재적 문제들이 하나둘씩 풀려나가는 재미는 확실했다. 하지만 여성들간의 연대가 이루어지는 방식이 좀 작위적이라고 해야 할까. 니콜라스가 멀리 떠난 뒤, 라우라와 도리스의 관계가 이루어지는 방식이 대표적이었다.

 

소설의 초반에 독자를 사로잡은 생명에 대한 강렬한 주제의식과 전개방식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이런 기세를 타고 소설의 후반부까지 긴장감을 유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럼에도 뛰어난 가독성과 삶에 천착하는 이네스의 강인함을 중심에 둔 서사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왠지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어울리는 그런 소설이라고나 할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5-03-24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시간의 독서가 이기지 못할 세상의 고통은 없다˝
실제로 경험했습니다!

레삭매냐 2025-03-25 07:12   좋아요 1 | URL
현실과 세월이 하 수상하니,
책에서 위로를 구하게 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