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간만에 외출을 했다. 아, 차가 너무 더러워서 세차를 좀 해야 하는데...
주말에 눈 혹은 비가 온다고 하니 세차하지 말란다. 아니 어쩌란 말인가 그래.
암튼 차가 너무 드럽다.
차에만 있다 보니 봄 같은 날씨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직 겨울은 물러갈 생각은 하지 않았고 여전히 겨울이 다가오는 봄과 치열한 전투 중이지 싶다. 어서 봄이여 빨리 오라. 봄이 온다고 해서 우리를 옥죄고 있는 코로나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지만.

재활용 쓰레기들을 버리러 리사이클링 센터에 갔다.
거기서 찾은 책이다. 하나 더 있었는데 그 녀석은 데려오지 않았다. 한국일보-타임라이프에서 나온 <인 스페이스>였는데 나는 우주에 관심이 없으니까. 예전에도 그랬었다.
정말 오래 전에, 청계천 책방거리에 가서 아부지와 월드 워 투 시리즈 가운데 열권을 사서 노끈에 묶어서 집에 낑낑대면서 가져온 기억이 난다. 당시 헌책 값도 상당했던 것 같은데 전철을 타고 서울에서 인천까지... 아마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그런데 그 책들은 수도 없이 읽었고, 본전은 톡톡히 했다. 그리고 지금도 소장 중이다. 책은 모름지기 이 정도 가치는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오늘 득템한 책은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에 나온 책이다. 단가는 40,000원. 지금도 사만원 짜리 책은 잘 안사지 않나. 하긴 지금 사만원과 그 당시의 사만원은 완전 다르니까.
내가 이 책에서 오른 첫 번째 픽은 1936년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 반란군에게 의연하게 맞선 여성 민병대원의 사진이다. 최근에 읽은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에도 빈번하게 ‘전쟁’이 등장해서인진 몰라도 왠지 모르게 사진에는 비장미가 흐른다. 그리고 공화국의 대의를 지키기 위해 전선에 투입된 여성 민병대원 상당수가 프랑코 반란군의 총탄에 희생되었다고 한다.

1943년 미영 연합군이 이탈리아에 상륙한 뒤, 나폴리에서 동맹군에서 점령군으로 변신한 독일군에 대항해서 수많은 게릴라 전사들이 분연하게 대항에 나섰다가 전사했다. 한 학교에서 16세에서 20세 청년들이 20명이나 죽었다고 했던가.

마지막 컷은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의 오판으로 장진호 부근에서 중공군 30만 대병력에 포위되었다가 탈출한 성공한 미해병의 사진이다.
최근 너튜브를 통해 처참했던 장진호 전투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그동안 잘못 있었던 사실들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시 한 번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어서 내다 버린 책이, 또 다른 누군가에는 보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어느 주말 저녁이었다.
[뱀다리] 안드레 애시먼의 <하버드 스퀘어>가 도착해서 읽기 시작했다. 스러져 가는 겨울 말미의 기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