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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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다 읽은 망센빠이의 <밤의 도서관>을 반납하러 주말 오전에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 사람들은 없는데 주차장은 거의 만차다. 도서관 주차장이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아닌 동네 주민들을 위한 그런 공간이 되어 버렸다. 시청에 민원에 넣을 생각을 하다가, 귀찮기도 하거니와 그 사람들도 사정이 있겠지 싶었다. 어디나 주차 공간은 항상 부족하니까.

 

역시 도서관에 빌려서 읽은 <있으려나 서점>의 좋은 기억으로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책을 찾았다. 아이들 책은 많았지만, 나같은 어른이들을 위한 책은 두어권 정도 밖에 없더라. 아이들 코너는 1층이라 귀찮다. 내가 그렇지 뭐. 그래도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빌려서 차에 싣고 집에 와서 누워서 책을 펴들었다. 아 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던가.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렇게 오롯하게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예전에는 차고 넘치던 시간이 이제는 턱없이 부족해져 버렸다.

 

신스케짱은 걱정거리가 넘쳐 나는 사람인가 보다. 그래도 나보다 나은 점 중의 하나는 그렇게 바쁜 일상 중에서도 짬짬이 재미난 생각들을 글과 그림으로 옮긴다는 점이랄까. 그리고 그는 왼손잡이라고 한다. 왼손잡이는 손톱 깎을 적에 아주 불편하다고 한다. ,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그건.

 

그리고 즐겁고 행복할 때보다 스트레스가 이빠이 차오를 적에 작업 능률이 좋다나.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중간 정도인 정상 지점으로 간다고. 특이한 선수가 아닐 수 없다 신스케짱은. 그리고 결정 장애도 상당한 모양이다. 자신의 아내가 주로 결정을 한다고 한다. 자신은 결정 장애에 시달리니 곁에서 그렇게 쓱쓱 결정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결정만 내려 주면 자신이 가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결기가 남다르다.

 


그 외에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응가 닦아주기 신공이라던가(왜 이렇게 공감이 가는 거지?)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옷이 젖어 차에 물기를 묻히지 말고 그대로 벗고 가기 등등 썰은 정말 신박하더라.

 

우리는 신스케짱처럼 그렇게 수많은 생각들을 담으며 살아간다. 다만, 그처럼 글과 그림으로 남기지 않다 보니 바로바로 휘발해 버린다. 나만 해도 책을 읽으면서 숱한 생각들을 하지만 정작 리뷰를 쓸 적에는 죄다 잊어버리고 그 순간까지 남은 강렬한 기억들 몇 가지만 적고 땡이다. 그래서 가끔은 책을 읽으면서 리뷰를 작성한다. 그러면 확실히 퀄리티가 좀 좋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칼럼 매캔의 <댄서>의 경우처럼 수년 동안 읽었어도 리뷰를 따라가 보면 팔로우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모든 독서에 그게 적용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까 점심에는 돼지갈비를 먹으러 갔었는데, 가게 바로 옆 널직한 텃밭에 옥수수 호박 가지 고추 콩 등등 각종 농사지은 게 있었다. 그런데 주차장 부근에 보니 방울토마토 씨앗이 날라 왔는지 열매를 맺고 있었다. 작년에 방울토마토 모종을 키운 적이 있어서 선뜻 녀석을 캐다가 집에 심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마침 차에 모종삽도 비치되어 있어, 그냥 캐면 될 것 같았는데 식물 키우기에는 똥손이기도 하고 귀찮니즘이 발동해서 포기해 버렸다. 내가 그렇지 뭐. 참 지난주에는 다이소에 산 백일홍, 에델바이스 그리고 페튜니아를 심었다. 싹이 올라오긴 했는데 어찌 될 진 잘 모르겠다.

 

나도 가끔은 신스케짱처럼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한 생각들을 적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아주 조금 들었다. 오늘처럼 말이다. 참 너튜브 시청하느라 오늘 책을 읽지 못했다면, 내일 왕창 읽을 거야라고 주문을 외우는 것도 신스케짱에게 한 수 배웠다.

오늘 못 읽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내일 읽어도 괜찮지 뭘,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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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10 20: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런 리뷰를 쓰고 싶은데 쓰다보면 딱딱한 글이 떡 하고 놓여있어요.전에는 그렇게 하다가 초심을 잃어서 읽다 중간중간 써놓기 요즘 거의 안했는데 역시 그 방법이 답이군요.접수! 신스케짱도 접수!🤭

레삭매냐 2021-07-10 21:50   좋아요 5 | URL
저도 만날 그러지는 못한답니다.
저의 리뷰/독후감은 나만을 위한 기록
을 핑계를 대면서 말이죠 ㅋㅋㅋ

신스케짱의 글은 그렇게 심오하거나
그러지 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리뷰
해 BoAㅆ답니다.

새파랑 2021-07-10 22: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시타케 신스케 책은 정말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수 있더라구요. 그래서 왠지 사서 보기에는 좀 아까운? ㅎㅎ 저도 있으려나 서점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책도 기회가 되면 봐야겠어요 ~!!

레삭매냐 2021-07-11 09:09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이 정확하게 지적해
주셨네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만,
왠지 내 돈내고 사서 읽기엔
좀 모자람이 있다랄까요...

다른 책들도 한 번 만나보고
싶네요.

mini74 2021-07-11 1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너무 빨리 읽어서 아까운 ㅎㅎ그림조차 참 글과 닮았고. ㅎㅎ 전 아이 어릴적에 감자를 수확한 적이 있습니다 방울토마토만한 감자를 화분에서 수확했지요 ㅎㅎ

레삭매냐 2021-07-11 13:43   좋아요 1 | URL
저도 작년에는 방울토마토를 심었
다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아
올라서 깜딱 놀란 적이 있답니다.

오늘은 마늘을 심어 보고 싶네요.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