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청소하고 재활용 쓰레기 가져다 버리고...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구나. 나의 책도 마찬가지일 테지. 지난 겨울 이사하면서 엄청나게 정리를 했는데도 여전하다. 읽지 않은 책들은 읽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서 버리지 못하고, 또 애정하는 책들은 애정한다는 이유로. 읽다만 책들도 마찬가지. 그런데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을 끼고 있는 건 뭐지. 아무래도 대대적으로 정리를 좀 해야겠다. 누구에게 주면 좋으련만, 주변에 줄 사람도 없고 포장해서 보내는 것도 일이다. 결론은 다 귀찮다. 그래서 재활용하는데 내다 버리는 걸까.

 

그나마 우리 동네에는 곳곳에 오픈 서가가 있어서 작년 겨울에는 체육공원 인근에 있는 오픈 서가에 엄청나게 가져다 두었다. 누군지 발견한 사람은 땡잡았다고 생각할 지도. 뭐 그렇게 가는 거지.

 

사실 책 정리하는 것도 정리하는 거지만, 사실 사는 것도 문제다. 계속해서 꾸준히 끊임 없이 사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지난 달에도 책을 제법 샀다. 헌 책 새 책 가리지 않고. 그런데 막상 사서 다 읽은 책이 있던가... 토바이어스 울프의 <올드 스쿨>은 정말 대단했었는데. 지난 달에는 책읽기가 좀 부진했다. 그런데 그냥 그것도 삶의 한 방편이지 싶다. 무지막지하게 읽어서 뭐할려고. 변명일 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책 정리하다가 머리 맡에 쌓아둔 책탑 가운데서 돈 드릴로의 <화이트 노이즈>를 펴들었다. 예전에도 한 번 사서 읽겠다고 하다가 31쪽인가 읽고서는 그만 둔 책이지. 오늘은 이 책이다 좀 파다가 자야겠다. 아니 유홍준 선생의 중국답사기 2권을 마저 읽어야 하나. 읽을 책들은 참으로 많은데, 나의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뭐 그렇다.

 

김용민 브리핑에서 추천받고 산 꺼페이의 <복사꽃 피는 날들>도 책상 위에서 나를 조용하게 바라보고 있구나. 인터넷 교보에서 이런저런 쿠폰 끌어 모아서 새 책으로 샀는데, 얼마 전 종로책방에서 발견하고는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른다. 헌책으로도 살 수 있었는데 하고 말이다. 그러니 당장 읽고 싶은 책이 아니면 가능하다면 헌책방을 애용해야지 싶다. 가격도 저렴하고...

 

알라딘 헌책방이 요즘 단가가 너무 올라서 구입하기가 망설여진다. 왜 이렇게 비싼 거야 그래. 하긴 검수를 무지 빡시게 하면서 그 조건으로 최상급 책의 단가를 올린 걸까? 하긴 모든 헌책들을 알라딘이 빨아 들이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온라인 서점보다도 헌책방 덕분인지 알라딘 매출과 영업이익이 장난 아니라고 하던데. 당분간은 책 사지 말고 묵혀둔 책 읽기에 전념해야지... 그러면서도 또 새로 나온 책이 뭐가 있나 기웃거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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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5-02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제가 작성한 줄 착각했습니다. 읽으면서...ㅋㅋㅋ
그사이 알라딘 중고서점은 이수역과 영등포역에 또 생겼더군요.
정말 책으로 제일 장사 잘하는 곳이 알라딘이지 싶은데... 음~~ 뭔가 근데 씁쓸하네요.
저도 당분간은 읽는 책이나 읽자 모드로 변환하려구요.
그래서 오늘 마지막으로(과연,, 얼마 동안? ㅋㅋ) 책 세 권 지르고 나서 이 페이퍼를 봤네요. ^^

레삭매냐 2019-05-02 07:35   좋아요 2 | URL
책지름은 책쟁이들의 영원한 숙제
인 것 같습니다...

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오늘도 뭐
또 살 게 없나하고 기웃거리는 헷 -

영등포점에는 다녀 왔는데 매장이
넓다란 것이 좋더군요. 짧은 책도 하
나 읽고 왔답니다.

이수역에도 생겼다 하니 한 번 가보
려구요... 이러다 전국 알라딘 순례
하게 생겼습니다 ㅋㅋ

stella.K 2019-05-02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말 정도부터 책을 거의 안 사고 있습니다.
물론 사던 습관이 있어서 아주 안 살 순 없고.
그런데 이것도 다 마음 먹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저도 사는데 비해 읽는 게 너무 적고 요즘은 옛날에 사 둔 책을
펼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거의 새 책임에도 테두리가 누렇게 변색되더군요.
그런 책은 중고샵에 가면 천원 받더군요.
그러니까 책을 쌓아두면 쌓아둘수록 손해란 생각이 듭니다.
요즘엔 업그레이드 해서 나오는 경우도 많고.
정말 꼭 읽을 책이 아니면 안 사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알라딘의 중고샵에 대한 독과점은 문제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출판사도 중고샵으로 넘어갈 걸 미리 알고 단가를 높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중고샵이 있기 전에 이렇게까지 비싸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지난 달 이런 중고샵을 견제하려고 무슨 헌책 페스티발인가
뭐 그런 걸 어디선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취지는 좋은데 한시적이고 어느 지역에서만 해서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런 게 활성화가 되면 대형서점의 독점을
막을 수도 있을 텐데 아쉽더군요.ㅠ

레삭매냐 2019-05-02 14:54   좋아요 2 | URL
이야~ 알라딘의 독과점이 문제라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헌책 페스티벌 같은 아이디어도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상시적인 게 아니
고 지역 행사다 보니 아무래도 접근성이...

요즘 알라딘 검수가 무지 빡세져서 어지간
한 책들은 모조리 매입불가 판정입니다.
지난 번에는 제가 보았을 때는 상태가 양
호한데, 뻰찌를 먹어서 그냥 오픈 서가에
우수수 넣어 버렸답니다...

변색과 책곰팡이의 아픔은 저만 가지고
있던 게 아니었군요. 새 책으로 샀는데 헌
책으로 읽는 기분은 참...

syo 2019-05-02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월은 뭔가 책버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 달일까요? 저도 최근 책을 대량으로 처분하고 있습니다만, 어쩐지 언 발에 오줌누는 느낌이고.....ㅠㅠ

레삭매냐 2019-05-02 17:53   좋아요 1 | URL
매우 동병상련의 느낌이 듭니다...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습니다.

눈 딱감고 정말 앞으로 다시 안볼 것
같은 책들은 드러내야 하지 싶습니다.

대량처분, 듣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

cyrus 2019-05-06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폐기처분하고 싶은 책은 한 가득인데, 그 책들 전부 한 번도 읽지 않았다는 게 함정입니다... ^^;;

레삭매냐 2019-05-06 21:52   좋아요 0 | URL
안 읽은 책은 안 읽어서 버리거나
처분하지 못하고,

또 읽은 책은 읽은 책은 읽은 책대로
사연이 있어서 킵하게 되니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뒷북소녀 2019-06-03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사하면서 책 엄청 정리했는데...
읽지 않은 책들은... 혹시나 읽게 될까봐... 차마 정리를 못하겠더락요.
어차피, 영원히 안 읽을 것 같은 책인데도 말이죠.

레삭매냐 2019-06-03 13:11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아무래도.

수년을 끼고 있었는데도 읽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정리해야 하는디...

아직 읽지 않았다는 이유로다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