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고 나서 결산해 보니, 아니 10월에도 엄청 달렸구나. 나름 슬럼프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 같진 않네. 슬럼프는 개뿔.
기대를 많이 하고 시작한 톰 미첼의 펭귄 이야기는 기대보다 못해서 좀 실망했다. 비를 다 줄줄 맞으며 도서관에 가서 빌려다 읽었는데... 아쉬웠다. 간만에 인스타를 통해 재밌겠다 싶었는데 실제로는 기대와 달라서 실망. 그래도 펭귄 녀석을 자연에 돌려보내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광활한 자연을 누비다 만난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질질 끌던 귄터 발라프의 <버려진 노동>도 다 읽었다. 요즘 하인리히 뵐의 소설들을 읽고 있는데 의외로 이 두 사람이 친구지간이었다고 하니 놀랍다. 그나저나 제발트의 마지막 책에 대한 리뷰는 언제 쓰나 그래. 아무래도 다시 읽어야지 싶다. 그래야 생생한 리뷰를 쓰지.
꽤 오랫동안 읽고 싶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브루투스의 심장>도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다. 확실히 재밌긴 하더라. 얼마나 사람들이 빌려다 읽었는지 거의 헤어져 있었다. 게이고 작가의 문학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재미 하나는 인정해야지 싶다.
연초에 읽다가 내팽개쳐 두던 리처드 플래니건의 <굴드의 물고기 책>도 다시 읽었다. 제법 읽었는데 왜 도중에 그만 두었을까. 하긴 생각해 보니 <먼 북>도 다시 읽어서 절반 정도 읽었는데 지금 멈춰져 있는 상태긴 하지. 내친 김에 달려 주어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어제 열린책들에서 나온 <블랙 어스>를 읽다가 이거 아무래도 내 스타일이 아니네 싶어서 접었다. 어지간해서는 이런 일이 없는데 내 스타일도 아니고, 꾸역꾸역 읽을 자신이 없어서 포기선언을 했다. 오늘 반납해야지.
대신 도서관에서 재개정판으로 나온 장자크 상페의 만화들을 읽었다. 두 권 빌려서 바로 다 읽었다. 리뷰도 날림으로 파바박 작성했다.
마지막 주말에는 아민 말루프의 <동방의 항구들>로 독서모임을 가졌다. 내 삶의 유일한 낙이로다. 내친 김에 나의 서가에서 수년째 고이 모셔 두었던 타리크 알리의 <석류나무 그늘 아래>를 집어 들었다. 결론은 지난 달에 읽은 책에 최고의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절판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타리크 알리의 <술탄 살라딘>도 구매한 기록이 있는데 책이 어디에 가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천상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어야지 싶다. 읽어 보고 싶은데.
오늘 왕웨이롄의 <책물고기>가 도착했다. 단박에 50쪽을 읽었다. 로베르토 볼라뇨의 새 소설집도 나왔는데, 당장 질러야지. 이달에 내가 읽을 책은 앨런 홀링허스트의 <아름다움의 선> 그리고 문동에서 나올 조지 손더스의 <바르도의 링컨> 이렇게 두 권이다. 물론 이런 저런 책들을 읽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두 책만 읽어도 이달에는 만족할 것 같은 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