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이에게 무언가 줘서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우리 어머니가 나에게 항상 하시던 말씀이시다. 지난 주말에 정말 오랜만에 캠핑을 갔다. 안성에 있는 별밤 캠핑장. 아니 이런 곳에 캠핑장에 있단 말인가 싶은 곳에 고즈넉한 분위기의 캠핑장이 있었다. 집에서 출발해서 가는 데 자그마치 두시간 하고도 반이 걸렸다. 밤중에 올 땐 딱 한 시간이 걸렸다. 날이 좋아 모두들 집 밖으로 뛰쳐나온 모양이었다. 영동 고속도로에 정말 더럽게 차가 많았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데.
어려서는 캠핑 다니는 걸 참 좋아했었는데. 중학교 때, 갔던 캠핑에서는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 바람에 다들 기겁해서 철수했던 기억이 난다. 진짜 엉망이었지. 대학교 때는 절친과 함께 둘이서 격에 맞지도 않는 6인용 텐트를 들고 정선 아우라지로 여행을 떠났었지. 그 때 아마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지. 다음날 식육점에 갔다가 뉴스를 보고 기겁한 기억이 난다. 준비한 쏘주가 다 떨어지는 바람에 이웃 텐트에 있는 모르는 분들에게 쏘주를 좀 파시면 안되냐고 했더니만 맘대로 갖다 마시라 해서 입이 쩍 벌어졌던 기억도. 만취한 친구가 안경을 그 넓다란 풀밭 어딘가에 잊어 버려서 한참을 걸려서 바윗돌에 잘 올려 안경을 찾은 기억도 난다.


캠핑장에서 서로 처음 만난 꼬맹이들이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우리가 꼬챙이에 쏘시지를 구워 주니, 그 집에서 맛난 그리고 그 비싼 복숭아를 세 개나 들려 보내 주셨다. 아이 고마워라. 그렇지 이게 오가는 정이지. 같이 갔던 회사 동료네 딸내미가 삼촌 삼촌 메뚜기 잡아 주세요 그래서 아이들과 미친 듯이 뛰면서 전공을 발휘해서 지천에 널린 메뚜기와 잠자리를 잡았다. 아랫녘에 있는 캠핑장에는 누군가 지난 여름에 먹고 뱉은 수박씨가 자라서 자그마한 수박이 열리기도 했더라. 청개구리도 봤다. 밤에 캠프화이어를 하면서 ‘불멍’하던 순간의 추억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아마 태고적 인간도 밤에 불을 피우고 이렇게 멍을 때렸겠지 싶더라.
사연이 길었다. 학교 후배 녀석에게 책 보낸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한참 책 정리를 하고 있다. 인스타에서 에세이를 부지런히 쓰고 있는 후배에게 책을 보내 준다고 했다. 녀석은 책을 다시 돌려 보낸다고 하고, 착불로 보내라고 한다. 됐다, 착불은 됐고 책도 다 너 가져라. 사무실에서 급하게 챙겨 보내느라 미처 보내지 못한 책들이 있는데 그것도 나중에 보내 준다고 했다.
인스타에서 끗발 날리는 녀석이 받은 책의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길래 훔쳐왔다. 난 알라딘에 포스팅을 하려고. 그렇게 세상은 돌고 돌아가는 모양이구나.
지금 한창 아리엘 도르프만의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읽고 있는 중이다. 아니 이렇게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으로 대변되는 미국 문화제국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있었던가. 알라딘에서는 살 수가 없어서 교보로 주문했더니 어디 지방에 있는 책을 수급해서 출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어딘가에 내가 구하는 책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보니 지난달 독서 모임 때도 책을 몇 권 가져가서 동생들에게 나눠 주었지. 이달에도 갖다 주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추석 때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왕창 책 사러 가야 하는데, 언제 가나. 무려 7권이나 된다. 아리엘 도르프만의 책은 많이 없다. 있으면 쟁여 오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