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셰프 서유구의 과자 이야기 2
당전과. 포과편
문화란 정치와 사회를 포함하여 모든 삶의 모습들을 어우르는 듯하다. 여기 음식을 이야기하는 책에서도 우리는 또 하나의 정연한 문화를 만나게 된다. 오래되고 그윽한 옛것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책. 조선셰프 서유구의 과자 이야기 2를 함께 만나보면 어떨까.
책은 서유구라는 학자가 남긴 ‘임원경제지’와 몇 권의 책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한국의 것과 더불어 당대 중국과 일본의 다양한 음식문화를 소개한다고 보면 좋겠다.
목차로는 당전과 부록인 <첨식>, 포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대 편으로 나뉘어 각각의 독특한 음식에 대한 소개와 재료 준비 및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여느 요리를 다루는 다른 책보다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재료 하나하나 손질하는 방법과 조리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함에 있어, 임원경제지를 포함한 옛 원본에 한문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을 한글로 풀어 쓴 노력으로 어렵게 다가오는 처음 느낌은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재료의 소개와 준비과정에서도 만드는 방법을 다시 현대식 표기로 재차 정립해 기술하는 방식을 갖췄다.
책은 차분함을 지녔다. 처음부터 끝까지 요란하지 않은 분위기로 시선을 이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먼저 소개하는 것이 당전과이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과일 설탕절임이다. 주재료가 설탕인 만큼 ‘첨식’ 부분에서는 주로 설탕을 이용한 요리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설탕의 시초가 되는 사탕수수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해 다양한 과일들이 등장한다. 때론 익숙하지 않은 재료들도 등장하곤 하지만 당황하지는 말자. 재료가 어떤 것인지 사진과 함께 설명이 덧붙여져 있으며, 고서에 등장하는 단위는 현대적 표기에 맞게 그람(g) 또는 미리리터(ml)의 개념으로 다시 친절하게 보여주니 말이다.
당전과 편에 등장하는 재료만 적어봐도 다양한 재료들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매실, 산사, 연씨살, 모과, 비자, 오미자, 메주콩, 메밀 등등 정말이지 많기도 하다.
‘당전과’ 편이 설탕을 이용해 절이고 졸이며 숙성시키는 방법을 활용하는데 비해, ‘포과’는 자연바람과 자연 햇빛에 말려 사용하는 조리과정이 우선적으로 선행되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에는 과포, 어포, 육포가 포함되는 듯했다. 흔히 생각하는 건조식품과는 뭐랄까 깊이감이 다른 음식들이 등장하는 것 역시 집중해서 몰입해봐야 할 이유라면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시간의 여유에 따라 말리고 건조한 음식을 다시 메밀짚이나 볏짚으로 싸서 재우는 과정 역시 인고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음식은 그렇게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함께 만들어낸 빛깔 고운 결과물이 아니었던가 싶다.
책 속에는 싱그러운 유자 사진과 함께 유자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실렸다. 차가운 계절이 올 때마다 여전히 애용하는 유자가 등장하니 더 반가운 기분이 드는 건 지극히 사소함을 담은 취향이다. 각설하고 유자의 순 기능이 스트레스와 피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생기와 활력, 건강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통(通)하는 이야기인 듯도 하다.
포과편 후반부에서는 뒤로 갈수록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보는 다식을 소개하기도 한다. 인간의 길흉화복에 따라 개개인의 염원을 담아 조각해낸 다식판에 대한 이야기도 약방의 감초처럼 읽어보면 재미가 있다.
마지막 장은 현대편 당전과와 포과의 활용에 대한 내용을 실었다. 전통 문화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 표기인 ‘쿠키’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하고, 꿩 육골을 재료로 한 ‘꿩엿’을 새롭게 접해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다양한 음식들 중에 유채꽃 사탕이 시선을 끌기도 한다. 현대와 옛것의 조화로움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재료와 조리과정도 나름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인상을 받는다. 생강과 편미, 산사를 이용한 ‘에너지 사탕’ 이라든지, ‘술지게미 피자’는 현대적인 감각과 아이디어가 옛 전통음식 문화와 만나 이루어내는 새롭게 다가오는 문화를 보여주는 듯 신선했었다.
책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요리책이다. 그러나 결코 단순하게 다가오지 않는 그런 묵직한 책인 듯도 하다. 문화라 명명되었던 것이든, 명명되지 못한 그 어떤 것이든 오래된 것들이 품고 있는 것들은 각각의 무게를 담아내고 있다. 이 보이지 않는 무게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세월의 묵직함과 그 무게를 지고 이고 살아낸 많은 이들의 시간이, 음식에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음을 생각한다. 그런 까닭으로 자못 진지하게 다가가야 할 것 같은 숙연함마저 드는지도 모른다.
추석이 지나고 가을이 곱게 익어가는 중이다. 따뜻한 차 한잔 앞에 두고 천천히 생각하며 들여다보고 싶은 책들이 많아지는 계절인가보다.
ps. 이곳에 사진 올리기가 너무 어려워요. 크기도 좀 줄이고 하고 싶은데 사진 편집 기능을 제가 잘 몰라서.. 헤매다 포기했습니다. 아쉬워요..사진을 통해 분위기를 공유해보고 싶었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