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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다이어리북 366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9월
평점 :
사마천 다이어리북 366
사마천의 이야기가 담긴 다이어리 북이다. 다이어리 북을 자주 접해보지 않아서 어떤 느낌일까 했더니 모나지 않게 차분한 느낌의 다이어리 북 자체로 깔끔해보인다. 검은색 표지가 종교적인 색채마저 자아내고 있는 듯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건 나만 그런건가. 잊고 있었던 성경책 생각이 자꾸 나는 건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다.
책은 아마도 1년 365일과 윤년까지 포함 366일을 계산한 듯하다. 각각의 날들마다 그를 기억하게 하는 글들을 싣고 있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다가가기 용이하게, 한글 번역과 한자 원본을 함께 기록하고 있는 형식이다. 그리고 하단부에는 그날 그날에 있었던 중국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른바 ‘중국사의 오늘’이 그것이다. 아 그리고 매달 첫 장에 중국사 그 달의 주요사건도 실었다. 책은 달력의 쓰임을 갖춘 형식과 동시에 중국 역사의 기본이 되는 지식을 간략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보면 좋을 듯하다. 물론 그 중심의 자리에 있는 것은 사마천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책의 후반부에 가면 기대하던 사마천과 그의 저서인 ‘사기’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사마천의 생애와 연보를 비롯해 사기가 갖는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글들이 뒤따라 온다,
사마천은 아버지인 사마담의 뒤를 이어 사관의 자리에 올라 왕을 보필했다. 사마천과 늘 함께 생각해볼 인물이 당대 왕의 자리에 있던 인물인 한 무제가 아닐까. 사마천에게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완성해야 할 목표가 있었고, 때때로 사리 분별이 명료하지 못했던 주군이 있었던 셈이다. 그는 잘 알려진대로 ‘이릉 사건’에 결부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이때 스스로 궁형을 선택하게 되면서 사관과 학자의 자리에서는 구차하게 목숨을 건졌으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떠안게 된다.
사마천이라는 인물에게 있어 구차함이란 무엇이었을까. 그는 미천한 신분의 사람들도 자결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은 까닭은, 반드시 쓰고 완결지어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한다. 이는 스스로 삶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끝내 붙잡고 있어야 할 그만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 대목이 아니었을까.
“천한 노복이나 하녀도 얼마든지 자결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저 같은 사람이 왜 자결하지 못했겠습니까? 고통을 견디고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한 채 더러운 치욕을 마다지 않는 까닭은 제 마음속에 다 드러내지 못한 그 무엇이 남아 있는데도 하잘 것 없이 세상에서 사라져 후세에 제 문장이 못 드러나면 어쩌나 한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p538
어쩌면 말이다. 쓰고 완결지어야 할 것이 있었더라도 다 필요 없다며 자포자기의 입장이었더라면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란 말이다. 그에게 있어 위축되고 비천해질 수밖에 없다고 느끼게 했던 이 구차함이라는 것은, 궁형과 함께 시작된 씻을 수 없는 그 만의 상처다. 그러나 그는 수치와 구차함을 가장 낮은 자리에 존재하게 해야만 했고, 가벼움의 가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구차함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 목숨이었고, 그 목숨이 이어가는 삶보다도 더 위에 놓아야 할 것이 바로 그가 완결지어낸 기록물이었으니 말이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생겨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글들을 읽어가다 보면 사만천이 지녔던 사상 내지는 정치적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문장마다 드러나는 그의 사상이 ‘애민’(哀愍)이었다고 생각한다. 불쌍하고 가엾게 여긴다는 뜻의 그 애민 말이다. 그는 약자의 편에서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선량한 이들(인민)을 위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축에 선 이들에게만큼은 끊임없이 비판과 풍자를 이어갔다.
[부군욕리즉대부욕리(夫君慾利則大夫慾利),
대부욕리즉서인욕리(大夫欲利則庶人欲利),
상하쟁리(上下爭利), 국즉위의(國則危疑).
-왕께서 이익을 바라면 대부들도 바라고, 백성도 바랄 것이 뻔합니다.
위아래가 서로 이익을 다투면 나라가 위태로워집니다.<위세가> - p110]
[불교이민종기화(不敎而民從其化), 근자시이효지(近者視而效之),
원자사면망이법지(遠者四面望而法之).
-가르치지 않아도 백성은 그 교화를 따르니 가까이 있는 사람은 그를 보고 본받고, 멀리 있는 사람은 사방에서 그를 보고 따른다. <대완열전>-p364]
군주에 대해서, 관리에 대해서, 백성에 대해서 혹은 옳은 정의와 윤리에 대해서, 백성을 다스리는 행위에 대해서, 인간관계와 처세에 대해서 등과 같이 사마천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는 다이어리 북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 했던 그의 이야기가 무겁게 다가온다. 그는 그렇게 진중한 순간을 살아냈던 인물이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