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스, 잔혹한 소녀들
에이버리 비숍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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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피스, 잔혹한 소녀들

-괴물은 만들어진다?

 

 


폭력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 그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은 뭐랄까 잔혹한 소녀들이라는 제목과 연결고리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야기는 이 소녀들의 잔혹성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어찌보면 이러한 아이들을 키워온 이 사회가 더 잔혹한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밀곤 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폭력은 어떤 경위를 통해서든 모델링의 과정을 통해 대물림? 되며, 이를 정화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은 늘 한켠에서만 강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건 지나친 자괴감일까.

 


이러한 폭력성을 동물사회학 안에서 인간의 폭력으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차피 인간 역시 동물이니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더 보태어 생각해볼 요소는 인간은 뭐랄까, 다른 기타의 동물보다도 집단의 사회회가 가장 잘 구성되어 현재까지 이어져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현대 사회에 들어서 이 집단적 사회에 반기를 드는 이론과 요소들이 더욱 늘어나며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외면해서도 안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집단폭력은 이를 통용시하는 사회적 또는 집단적 인식이 가지고 온 불온한 선택이었으며 행동의 결과라고 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자잘한 이야기를 차치하고서라도 작품에서 등장하는 폭력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것들이라는 현실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에밀리가 어머니를 통해 중학교 동창생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하피스(여자의 머리와 몸에 새의 날개와 발을 가진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괴물’-옮긴이P36)는 그녀와 친구들이 함께 했던 무리의 명칭? 이었다. 두려움과 잔인함을 상징하는 의미의 하피스처럼 그녀들의 선택은 갈수록 폭력성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매캔지, 그리고 에밀리와는 초등학생부터 친구였던 엘리스, 올리비아와 코트니, 데스트니와 주인공 에밀리 그리고 전학 온 그레이스가 하피스의 멤버였다.

 


소설은 이들 하피스 무리가 그레이스에게 가했던 폭력으로 인해 14년이 흐른 어느 시점에서 그레이스로부터 보복을 받게 된다는 설정으로 이어진다. (물론 독자들이 기대하는 반전은 후반부에 등장한다) 인적 없는 어두운 숲에서 벌어진 폭력으로 인해, 그 순간부터 피해자였던 그레이스의 시간과 운명은 달라졌던 것일까. 잠깐이긴 하지만 이번 작품은 폭력의 가해자와 더불어 피해자의 경계는 무엇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선과 악, 가해자와 피해자처럼 양극단으로 치닫는 명제를 나누는 ‘명료한 기준’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 기준은 과연 불변하는 것일까. 라는 것 말이다.


 

서두에 나는 그런 말을 적어두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고 말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과거에 본인들이 행했던 폭력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곤 한다. 사실 이런 설정이 좀 거북했던 것도 사실이다.

보통의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의 비해 문제적 인식이 크지 않다는 점.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고 단지 장난 혹은 실수라고 치부하고 외면하고 돌아서는 경향이 크다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작품의 내용과 미묘하게 오버랩되었는지도 모른다. 작품에 너무 깊이 몰입했던 것일까. 어쨌든 모든 것은 작가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이며 소설 속 개연성이겠지만, 지금 어디에선가 비슷한 사건사고가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은 씁쓸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엘리스의 마지막 행동과 동기부여는, 탄탄하게 짜여진 구성과 달리 조금 어색했던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적어본다. 어쩌면 작가가 그레이스라는 인물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엘리스라는 인물로하여금, 작품 구성면에서 약간의 허점이 드러나는 희생?을 치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부분은 작가의 몫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는 걸로 만족하고 즐기면 될 일이 아닌가.

 


이제 마지막으로 ‘괴물’은 만들어진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지며 잡다한 생각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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