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의 방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희의 방

 


청소년 창작 문학 소설 물이다. 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을 많이 접해보진 않았다. 내 집에 청소년이라 불리는 사춘기 아이들이 두 명이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무심했던 것일까. 책은 틈만 나면 서로 으르렁대는 남매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욕심에? 집어 들었던 것도 한 이유가 될 것 같지만, 딸아이와 함께 진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까닭이 더 큰 이유가 되어야 했다.

 

작품 속 주인공 소희는 열다섯이다. 우리집 사춘기 소녀도 열다섯이다. 어쩐지 동질감?을 마구 만들어봐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가. 그런데 말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소희의 이야기는 뭐라고 할까. 조금 무겁게 시작되는 듯하다.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소희는 어려서부터 시골 달밭마을에서 할머니의 보살핌 안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작은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동안에도 편치 않은 환경이었지만 늘 의젓하고 속 깊은 아이로 성장한 소희였다.

그랬던 주인공에게 친 엄마의 등장은 복합적인 심리작용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으로 다가온다.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을 버리고 떠난 친 엄마가 소희를 찾아오고, 소희는 새로운 가정을 이뤄 살아가는 엄마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야기는 오랜기간 떨어져 있던 엄마와 소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겨나는 자잘한 사건과 극복의 과정을 보여주며 이어진다. 낯선 가족구성원간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충돌과 상처, 친엄마에 대한 불신, 새 친구들과의 관계 등이 소설의 주요 골격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소설의 주된 요지는 ‘성장’이라는 모티브다.

 

책을 접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작가의 현실감이 느껴지는 감각. 물방울이 통통 튀는 듯한 현실적인 감각이 좋았다는 말을 하고 싶은가보다. 당연히 아이들(청소년)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니, 이들이 쓰는 대화법이나 표현, 전체적인 문맥들 역시 이들다워야 한다는 게 맞는 말이다. 스마트 폰으로 문자를 주고받고, 길게 완벽한 문장이 아닌 축약된 표현과 그들만의 은어로 대화를 하는 모습들이 자주 등장한다. 세대가 변했으니 당연한 일이고, 어쨌든 문학은 시대에 맞게 변화된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창이 아닌가 말이다.

 

그럼에도 오랜 시절과 현재와 달라지지 않은 몇 가지는 분명히 존재했다. 뭐랄까. 빈부의 차이, 사회에 익숙해져 있는 차별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심리적으로는 자기방어적 기제, 충돌과 타협 같은 것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마지막으로 봤던 청소년 문고에서는 양말 공장이 등장했었다. 어려운 환경에 처했던 주인공이 초등학생 신분으로 양말 공장에 들어간다는 설정이었다. 80년대 중후반의 시기였으니 양말 공장이란 설정은 그 무렵의 기준에서도 역시나 조금은 옛날 분위기였던 것은 사실이었다. 어쨌든 그 소설에서 아직도 내가 기억하는 문장은 단 하나의 문장이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에 인색해하지 마!”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자신의 환경에 좌절하지 말고 극복해 앞으로 나아가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그 이야기는 말이다. 어쩐지 몇 십 년이 지난 요즘 청소년 소설과 비교해도 여러 면에서 닮은 구석이 많이 보이기도 하더란 말이다.

 

 

딸아이와 주고받았던 말들이 생각난다. 내용이야 어쨌든 결말이 해피엔딩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랬더니 들려오는 대답이 간당하고 명료하다. 언제나 그렇다는 것이다. 청소년 소설의 줄거리는 비슷비슷한데, 어려운 환경을 딛고 극복하며 결국은 좋은 마무리로 결말이 지어진다는 게 딸이 해준 청소년 소설의 주요 골자였다. 이미 닳고 닳은 독자의 대답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머쓱해져 그냥 웃기만 하고 있는 내게, 아이가 하는 말은 ‘원래 그래’ 였다. 그리고 자신이 읽었던 소설 세 권을 엄마가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정주행을 해야 한단다. 정주행이 뭐냐고 물었더니 한번 시작하면 쉬지 않고 보는 거라는 말을 해준다. 네이버 사전에도 나와 있는 ‘정주행’ 이라는 단어를 어렴풋하게 의미는 알고 있었지만 정말 사전에 나와 있을 줄은 몰랐다.

나이가 들수록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 드는 순간이다.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an22598 2021-09-17 0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딸이 추천해주는 소설 세권은 먼가요? 저는 청소년 소설 좋아하거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