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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 시대를 타파할 독서의 기술 - 혼자 읽기부터 북클럽 참여까지 실전 독서 매뉴얼
박순영 지음 / 미래문화사 / 2019년 10월
평점 :
난독 시대를 타파할 독서의 기술
-꾸준함이 정답이다. 쉽게 가자.
제목이 사뭇 진지하고 거창하다. ‘난독시대’라는 표현도 그렇고 ‘타파’라는 단어도 어찌보면 힘 있어 보이지만 자극적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떤 확신으로 난독을 이야기하고 또 어떤 방법으로 과감하게 타파할 지를 논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미래문화사에서 출간된 박순영의 책은 대략 360페이지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으로 치자면 그렇게 두꺼운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는 정말 많은 정보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우선 구성부터 살펴보자. 내용은 전체적으로 세부분으로 나누고 있는데 첫 번째가 ‘책과 함께 숨 쉬는 방법’ 두 번째는 ‘사람들과 함께 독서하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독서 훈련과 독서 커리큘럼’이라는 타이틀로 각각의 세세한 이야기를 구분하여 싣고 있다.
책읽기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장은 첫 번째 장이다. 책을 읽기 전에 알아야 하는 것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상세하게 설명을 덧붙인다. 책을 분류하는 방법과 책을 선별하는 방법, 혹은 책을 읽는 방법까지 언급한다. 저자의 글은 무척 분석적이면서도 섬세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준다. 장르별 읽기라든지, 편집에 대한 생각들, 개인의 수준과 목적에 따른 읽기, 혹은 책을 읽을 때 필요한 준비물?까지 언급한다.
반면에 또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친절하다. 책을 선별하는 기준과 읽는 과정에서의 얻게 되는 다양한 경험적 노하우는,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누군가의 가르침이나 선행적인 것에 의존하거나 거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이런 내 의견을 저자의 이론에서 찾아보면 비판적 책읽기라고 할 수 있을까? 굳이 책 내용과 끼워 맞추자면 저자가 말하는 ‘배반할 타이밍을 노리는 독서’ 내지는 ‘독자의 틀’로 읽는 독서쯤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독자가 작가와 그의 책을 동시에 독자의 심판대 위에 올리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과 생각에 거스르는 독서를 하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을 의심하고 또 검증합니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세요. 좋은 독자는 좋은 작가를 언제든 배반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p69
배반할 준비라는 표현이 어딘지 조금 서글프게 다가온다. 나는 그저 자기만의 주관이(비판과 주장, 분석력) 있는 똑똑한 독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터였다. 각설하고 책은 좋은 내용을 많이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결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 까닭은 저자가 말한바 있듯이 보통의 괜찮은? 책의 기준점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글로 쓰여져 있는가, 에 대한 고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어떤 양질의 서적에 대한 기준들이, 저자의 책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려던 참이다.
저자는 난독시대를 걱정하며 이 글을 썼겠지만, 초보자가 보기에 결코 난독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예시문이 들어가 있는 것도 짚어볼 일이다. 딴은 아무래도 이 부분들은 독서가 어느정도 무르익어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한 배려차원에서 언급했을 가능성이 농후해보인다. 그만큼 책은 독자들의 독서수준의 폭을 매우 혹은 지나치게 넓게 잡고 서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읽는 이들의 수준에 따라 이 책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으며, 딴은 많은 정보로 활용가치가 높은 책이 될 수도 있을 법하다.
개인적으로 필요성에 의해 관심을 갖고 봤던 부분은 독서 모임과 관련한 파트 ‘사람들과 함께 독서하는 방법’ 이 부분이었다. 실제로 독서 모임을 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책은 모임을 위한 기초적인 준비와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며, 진행자(사회자) 또는 장.. 의 역할과 같은 자잘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모임 내용면에서도 각각의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또한 완벽하리만큼 마무리 과정까지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있다. 그러나 딴은 누구나 전문으로 모임을 하지 않는 한 저자가 싣고 있는 예시문처럼 끌어가기에는 무리수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모임을 하다보면 사람마다 관점과 독서 수준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무턱대고 무리수를 두어 끌고 가는 것 또한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도 이러한 문제점을 간과했던 것은 아니지만 책에 실린 많은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떤 면에서는 자칫 판단의 실수가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저 참고만 하면 좋겠다. 책의 마지막 부분 역시 다양한 분야의 책과 잡지에 대한 저자의 해설과 관점이 실렸다. 이 역시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사실은 말이다. 책이 가리키는 정보나 지식이 다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책이 말하는 것 이외에도 정말이지 많은 일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함께하는 모임에서는 언성이 높아지는 일들은 없었지만, 작품에 너무 몰입해 감정이입의 결과로 인해 눈물바다가 되는 경험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제 결론을 내려보자.
난독시대를 타파할 독서의 기술이란 타이틀에 맞게 책은 일정부분 이제 막 시작하는 독자들에게는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가뿐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내용 중간중간 너무 깊이 들어가는 내용에서는 초심자라면 망설이거나 고민하지 말고 건너뛰어 다음 장으로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은 정말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많은 정보와 지식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실 중요한 것은 나(독자)의 생각이며, 그 생각을 드러내 표현하는 것이고, 또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꾸준하게 가면 될 일이다. 가늘고 길게 말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독서란 꾸준함이 정답이다. 쉽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