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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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는 처음 접해보는 작가였다. 그에 대한 어떤 선입견도 없다는 것이 내게 있어 이 작품을 읽어나가는데 더 효율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브머린은 일종의 추리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틀에 박힌 추리물은 아닌듯하다. 추리장르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통적인 추리물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불행하게도 아직까지도 서브머린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해 고민 중이다.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 것일까. 명확한 대답을 만들어내지 못한듯하다.

 

작품은 겉으로는 소년범죄를 다루고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보편적이면서도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회적 범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편견을 다루고 있어 보인다. 그런 까닭에 이사카 고타로의 서브머린은 상징적이면서도 시사하는 점이 많아 보인다.

가정법원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는 진나이와 무토는 여러 사건에 연루된 몇몇의 소년들을 접하게 된다. 주목하게 되는 소년들은 사건의 핵심을 이루는 인물로 등장하는 소년으로 다나오카 유마와, 오야마다가 등장한다.

무면허로 운전을 하다가 지나가는 행인을 치어 사망케하는 사건을 일으키게 되는 다나오카와 인터넷 상에서 상대를 협박하는 가해자들을 다시 협박하는 혐의를 받고 있는 오야마다 라는 소년들과 진나이와 무토라는 어른들의 시선이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바탕을 이루고 힘을 전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소설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선과 악이란 무엇일까. 사회적 악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는 문제가 없는지. 과연 인간이, 죄를 범한 또다른 인간을 단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소년범들의 죄는 그들이 미숙하고 어리다는 이유로 성인의 죄에 비해, 비교적 범죄의 따른 죄값을 가볍게 처리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되짚어보는 것을 포함해 딴은 범죄를 일으키는 인간의 병약하고 비뚤어진 심리적 요인을 생각하게 했던 작품이지 않았다싶다.

평범한 사람도 실수이든, 혹은 고의든 가해자 또는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가설. 악의를 품고 실행에 옮겼으나 결과적으로 그것이 선행에 이를 수 있다는 또 하나의 가설. 이 두가지의 가설을 두고 우리는 과연 어떤 가설에 정당성과 당위성을 논할 수 있는 것일까.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일반화되고 고착된 사람들의 상식과 편견에 대한 서로 다른 이견을 제시하고 있다.

 

등장인물로 봤을 때 진나이라는 인물은 중신에 서 있는듯하면서도 아웃사이더에 있는 듯한 묘한 매력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사건의 핵심을 쥐고 있으면서도 겉으로 절대 많은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진지함보다는 순박함 내지는 어처구니없는 어느 부조리 극의 배우처럼 보일정도로 자신의 진면목을 숨기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딴은 추리물이 너무 진지하기만 해도 재미가 없어보인다. 가려운 곳을 슬슬 긁어주면서 극중에서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가는 인물이 있어 극 또는 작품의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게 잘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설정하고 있는 진나이라는 인물은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어보인다. 엉성하면서도 치밀한 진나이와 함께 우직하게 자기 역할을 해나가는 무토. 과거의 성장기를 거쳐 성숙해가는 다양한 인간의 이야기를 소년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어른이 된 이후 성인의 목소리로 함께 만나보자. 가벼움 속에 숨어있는 진지함으로 무장한 수많은 질문들과 대면하게 될 일이다.

 

참고로 역자의 이야기를 옮기자면 이 작품은 작가의 2004년작 ‘칠드런’이라는 작품의 속편이라는 정보는 얻을 수 있다. 작가는 전작에 비해 조금 더 사회적 문제에 착안해서 작품을 구성해온 듯하다.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그가 남겼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을 듯하다.

 

-다 읽고 났을 때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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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 시대를 타파할 독서의 기술 - 혼자 읽기부터 북클럽 참여까지 실전 독서 매뉴얼
박순영 지음 / 미래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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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 시대를 타파할 독서의 기술

-꾸준함이 정답이다. 쉽게 가자.

 

제목이 사뭇 진지하고 거창하다. ‘난독시대’라는 표현도 그렇고 ‘타파’라는 단어도 어찌보면 힘 있어 보이지만 자극적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떤 확신으로 난독을 이야기하고 또 어떤 방법으로 과감하게 타파할 지를 논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미래문화사에서 출간된 박순영의 책은 대략 360페이지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으로 치자면 그렇게 두꺼운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는 정말 많은 정보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우선 구성부터 살펴보자. 내용은 전체적으로 세부분으로 나누고 있는데 첫 번째가 ‘책과 함께 숨 쉬는 방법’ 두 번째는 ‘사람들과 함께 독서하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독서 훈련과 독서 커리큘럼’이라는 타이틀로 각각의 세세한 이야기를 구분하여 싣고 있다.

 

책읽기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장은 첫 번째 장이다. 책을 읽기 전에 알아야 하는 것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상세하게 설명을 덧붙인다. 책을 분류하는 방법과 책을 선별하는 방법, 혹은 책을 읽는 방법까지 언급한다. 저자의 글은 무척 분석적이면서도 섬세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준다. 장르별 읽기라든지, 편집에 대한 생각들, 개인의 수준과 목적에 따른 읽기, 혹은 책을 읽을 때 필요한 준비물?까지 언급한다.

반면에 또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친절하다. 책을 선별하는 기준과 읽는 과정에서의 얻게 되는 다양한 경험적 노하우는,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누군가의 가르침이나 선행적인 것에 의존하거나 거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이런 내 의견을 저자의 이론에서 찾아보면 비판적 책읽기라고 할 수 있을까? 굳이 책 내용과 끼워 맞추자면 저자가 말하는 ‘배반할 타이밍을 노리는 독서’ 내지는 ‘독자의 틀’로 읽는 독서쯤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독자가 작가와 그의 책을 동시에 독자의 심판대 위에 올리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과 생각에 거스르는 독서를 하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을 의심하고 또 검증합니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세요. 좋은 독자는 좋은 작가를 언제든 배반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p69

 

배반할 준비라는 표현이 어딘지 조금 서글프게 다가온다. 나는 그저 자기만의 주관이(비판과 주장, 분석력) 있는 똑똑한 독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터였다. 각설하고 책은 좋은 내용을 많이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결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 까닭은 저자가 말한바 있듯이 보통의 괜찮은? 책의 기준점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글로 쓰여져 있는가, 에 대한 고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어떤 양질의 서적에 대한 기준들이, 저자의 책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려던 참이다.

 

저자는 난독시대를 걱정하며 이 글을 썼겠지만, 초보자가 보기에 결코 난독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예시문이 들어가 있는 것도 짚어볼 일이다. 딴은 아무래도 이 부분들은 독서가 어느정도 무르익어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한 배려차원에서 언급했을 가능성이 농후해보인다. 그만큼 책은 독자들의 독서수준의 폭을 매우 혹은 지나치게 넓게 잡고 서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읽는 이들의 수준에 따라 이 책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으며, 딴은 많은 정보로 활용가치가 높은 책이 될 수도 있을 법하다.

 

개인적으로 필요성에 의해 관심을 갖고 봤던 부분은 독서 모임과 관련한 파트 ‘사람들과 함께 독서하는 방법’ 이 부분이었다. 실제로 독서 모임을 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책은 모임을 위한 기초적인 준비와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며, 진행자(사회자) 또는 장.. 의 역할과 같은 자잘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모임 내용면에서도 각각의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또한 완벽하리만큼 마무리 과정까지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있다. 그러나 딴은 누구나 전문으로 모임을 하지 않는 한 저자가 싣고 있는 예시문처럼 끌어가기에는 무리수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모임을 하다보면 사람마다 관점과 독서 수준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무턱대고 무리수를 두어 끌고 가는 것 또한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도 이러한 문제점을 간과했던 것은 아니지만 책에 실린 많은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떤 면에서는 자칫 판단의 실수가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저 참고만 하면 좋겠다. 책의 마지막 부분 역시 다양한 분야의 책과 잡지에 대한 저자의 해설과 관점이 실렸다. 이 역시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사실은 말이다. 책이 가리키는 정보나 지식이 다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책이 말하는 것 이외에도 정말이지 많은 일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함께하는 모임에서는 언성이 높아지는 일들은 없었지만, 작품에 너무 몰입해 감정이입의 결과로 인해 눈물바다가 되는 경험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제 결론을 내려보자.

난독시대를 타파할 독서의 기술이란 타이틀에 맞게 책은 일정부분 이제 막 시작하는 독자들에게는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가뿐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내용 중간중간 너무 깊이 들어가는 내용에서는 초심자라면 망설이거나 고민하지 말고 건너뛰어 다음 장으로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은 정말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많은 정보와 지식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실 중요한 것은 나(독자)의 생각이며, 그 생각을 드러내 표현하는 것이고, 또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꾸준하게 가면 될 일이다. 가늘고 길게 말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독서란 꾸준함이 정답이다. 쉽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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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여행 : 중2 시 - 중학교 국어 교과서 수록 시 작품선 스푼북 청소년 문학
한송이 엮음 / 스푼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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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시. 국어 교과서 여행

-시 읽는 즐거움이란

 

무서운 가슴앓이 병을 앓는다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시란 무엇일까. 이따금 복도 깊숙한 곳에서 눈치를 보는 듯 혹은 너무나 당당한 듯 담배에 불을 붙여가면서도 시선을 피하지 않는 몇몇의 아이들 생각이 난다. 복도를 순찰하는 몫은 어머니 폴리스의 몫이다. 복도 이 끝에서 저 끝을 층층마다 살피다보면 바닥에 뒹구는 납작해진 채 버려진 담배꽁초가 애처롭게만 보인다. 중2병이 무섭기는 무서운가보다. 이 병이 더 무서운 것은 양성성에 의한 철저한 의식으로 남녀차별이 전혀 없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이번 책은 현재 중 2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교과서에 실린 시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저자 한송이는 인천에서 직접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며 시를 통해 아이들 각자가 감수성을 배워가기를 바라는 따뜻한 소망을 책날개에 적고 있다.

언젠가 서점에서 개편된 교과서에 실린 문학품의 목차를 본적이 있었다. 앞부분에는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친근한 작품들이 실렸고, 후반부에서는 90년대를 포함해 그 이후의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있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배우고 알아야 하는 문학작품 또한 그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책의 구성 역시 전통 시조, 현대 시조를 포함해 윤동주, 김소월 백석과 같은 시인의 작품과 함께 기형도, 안도현, 나희덕과 곽재구, 함민복과 같은 현대 시인들의 작품들까지 두루 소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은 전체 4장으로 1장 ‘과거를 돌아보고’, 2장 ‘생각과 시선을 달리하면’, 3장 ‘관계가 변화되고’, 4장 ‘세상이 다르게 보여요’, 로 구성되어 있다. 시의 내용과 의미에 따라 구분한 듯하다. 또한 책은 한편의 시가 끝날 때마다 저자의 해설이 곁들어져 있어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설이긴 하지만 이번 책이 담고 있는 저자의 해설은 그 무게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개인적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는 해설은 시를 읽는 독자 개개인의 상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에 대한 해설에 대해서는 사뭇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책은 소심하고 사소한 내 근심을 부드럽게 넘겨주고 있었다. 이번 책은 해설 부분에 있어서 저자의 깊이감과 함께 다정한 위트가 느껴졌다고 생각한다. 마치 가볍게 닫힌 문고리를 걸쇠에서 조금 벗겨내는 정도의 안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한 까닭에 솔직히 잘 모르는 시인도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유롭게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을 즐겼던 것 같다.

 

무엇보다 주목했던 부분은 다른 시인들 작품에 비해 유독 여럿 작품을 싣고 있는 김승희 시인의 작품이지 않았나싶다. 왜 저자 한송이는 김승희 시인의 시를 일곱 편이나 싣게 되었을까. 배꼽이라는 소재로 쓴 연작시 ‘배꼽을 위한 연가’를 제외하고도 한 편을 더 싣고 있었다. 사실 김승희 시인의 작품을 처음 읽어본다. 배꼽이 상징하는 것은 어머니와의 관계이며 이 책에 실린 김승희의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다.

‘배꼽을 위한 연가’를 비롯해 김승희의 작품에 대한 저자 한송이의 해설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생각한다. 다소 어려울 수도 있을 것도 같다. 요즘 학생들이 시를 읽고 이해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혹시라도 해설이라든지 분석들을 정말 토시 하나라도 빼먹지 않고 다 외워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문학작품은 외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즐기는 것이라는 것을 먼저 알려주고 싶어진다. 시인 이재무의 ‘딸기’라는 시를 소개하면서 더불어 시인 이응인의 ‘수박끼리’라는 시를 같이 싣고 있는 저자의 깊은 뜻도 사실은 시를 읽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김남조의 겨울바다에 실린 ‘나를 가르치는 건/언제나/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를 다시금 읽고 되뇌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는 것 역시 시를 읽는 즐거움이지 않겠는가.

앞서 언급했던 이응인의 ‘수박끼리’ 작품 전문을 실으며 마지막 여운을 남긴다.

 

수박끼리.

 

수박이 왔어요 달고 맛있는 수박

김 씨 아저씨 1톤 트럭 짐칸에 실린 수박

저들끼리 하는 말

 

형님아, 밑에 있으이 무겁제, 미안하다, 괘안타, 그나저나 제값에 팔리야 될 낀데. 내사 똥값에 팔리는 거 싫타. 내 벌건 속 알아 주는 사람 있을 끼다 그자. 그래도 형님아, 헤어지마 보고 싶을 끼다. 간지럽다 코 좀 그만 문대라. 그래, 우리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서 다시 태어나는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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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신곡 책 읽어드립니다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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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신을 향한 인간의 마음을 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신앙이라는 단어에 사전적 의미는 '믿음의 대상을 굳게 믿고 가르침을 지키며 이를 따르는 일이라고 한다.

이 책을 신앙의 눈으로 봐야 할 것인지, 아니면 보편적 시선으로 봐야 할지 잠시 망설이게 된다. 아마도 책 전반에서 느껴지는 종교적인 색체와 그 무게감 때문일 것이다.

단테의 신곡은 우리가 생각하는 신앙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듯하다. 그의 종교적인 사상과 함께 무한한 상상력이 그려내고 있는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의 모습과 각각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일까.

 

책은 주인공 단테가 길을 잃고 표범과 굶주린 사자, 말라빠진 늑대로부터 공격을 받으며 방황하는 순간에 안내자인 베르길리우스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림보에 있었던 베르길리우스는 천국에서부터  찾아온 단테의 연인인 베아트리체의 부탁으로 단테의 안내자이자 길동무가 되어 지옥과 연옥을 안내하게 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천국은 베아트리체가 직접 단테를 이끄는 모습을 보인다.

단테가 상상하고 그려내는 지옥의 세계는 무척이나 구체적이다. 단계별로 아홉 단계의 지옥이 있고 각각의 단계마다 고통 받는 영혼들을 구분한다. 이들의 죄명과 그에 합당한 형벌을 이야기할 때 작가는 신화속 등장인물들과 과거 혹은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을 거론함으로써 그의 이야기가 보다 사실감과 생동감이 느껴지도록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딴은 세상에 죄 없는 자가 어디 있을까? 오래전 기억으로 되짚어 볼 때 나는 아직 그 말을 기억하고 있는 걸 깨닫는 중이다. ‘너희들 중에 죄 없는 이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사실은 그렇다. 단테의 지옥편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죄인들의 죄명을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과연 털끝만큼도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들더란 말이다. 물론 그가 언급한 비이성적이며 막중한 죄명(탐욕, 살인, 이간질, 기만, 성욕 등)은 그렇다하더라도, 지나친 애정과 사랑도 죄가 되고, 지나친 절약(베풀지 않음)과 스스로를 낮추어 겸손하지 못한 것 또한 죄가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단테의 광범위한 지옥 불문율은 아마도 당대 기독교적인 엄숙한 교리와 사상이 바탕으로 깔린 탓에 생겨난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소설은 여행구도를 가진다. 처음에는 지옥의 입구에서 시작해 지옥의 맨 끝까지 다다르고 다시 올라와 연옥으로 향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단테와 베르길리우스의 여정에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두 인물과 각각의 죄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볼 수 있다. 작가는 살아있는 존재로 죽은 자들의 세계를 통과하는 인물로 신에 의해 선택받은 단테라는 인물과, 반대로 각자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신에 의해 형벌을 받고 있는 죄인들의 대화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천국에 대한 이야기에서 작가의 종교적 사상과 교리가 더 구체적인 동시에 강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끊임없이 고통 받으면서도 스스로는 혹은 타인을 저주하는 영혼들의 모습, 참회하고 후회하는 영혼들의 모습, 딴은 맑게 순화되어 감사하며 순종하게 된 영혼들.

어쩌면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작가 단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상상 속에 영혼들의 모습이 그렇지 않을까싶다. 때로는 선택받은 자가 지니는 순수한 신앙의 힘에 대해 생각하면서 종교적인 분위기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기실 이 작품은 하나님에 대한 신실한 신앙의 길을 인간이 지니는 있는 그대로의 세속적인 풍경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더불어 잠시나마 인간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자유의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으로 조금 더 친근하고 가벼운 작품인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의 유령이 생각난다.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이 하려는 이야기는, 결국 넓게 보았을 때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하려는 단테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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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연결 독서법 - 아이의 관심을 책으로 연결하는 엄마표 독서교육
황경희 지음 / 예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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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연결 독서법

    

 

엄마들한테 호응이 좋을 것 같은 제목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인정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공부와의 연결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저 지나칠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이 지금의 현실이니 말이다.

 

책은 일차적인 독서 이야기로 시작한다. 독서에 대한 우리 아이들의 반응과 함께 학교와 학원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를 싣는 동시에 저자가 생각하는 독서의 긍정적 요소, 그리고 무엇보다 독서활동의 중요성을 풀어간다. 후반부에는 보통 말하는 독후 활동과 같은 활동을 위한 저자 나름의 노하우와 현실성 있는 정보가 담겨있다. 여느 독서 관련 책과 비교했을 때 이 책만이 지니는 개성은 무엇일까. 이 책만이 갖는 메리트는 무엇일까를 생각했던 것 같다.

우선 개인적으로 나는 저자의 책이 풍기는 발랄함이 큰 메리트라 생각했다. 오랜 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직접 아이들과 대면하면서 체험한 경험을 강조하는 책이면서도 다른 책과는 달리 이번 황경희의 책은 그녀만의 독특한 무한 긍정의 에너지가 엿보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톡톡 튀는 상큼발랄함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개성 넘치는 십대들만큼이나마 개성으로 풀 장전하고 준비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저자 황경희의 노력은 아이들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저자 역시 그 점을 강조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탄 소년단 같은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각종 영화나 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미디어를 찾아보며, 아이들이 즐겨하고 몰입하는 다양한 분야에 기꺼이 함께 몰입하고 집중하며 그들과 소통하려 노력한다. 또 이러한 노력이 관계소통을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부분임을 언급한다. 저자는 아마도 책을 읽고 책 이야기를 할 때 제일 먼저 요구되는 조건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는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있는 듯했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책은 기존의 책보다 소통과 대화를 더 강조하며 포커스를 맞추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론 중심의 책에서 벗어나 생동감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첫 마음처럼 말이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시종 무겁거나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다.

 

저자는 뻔한 이야기보다는 다양한 일화와 예화를 들어주고 호기심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일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스마트 폰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면서 ‘포노 사피엔스’를 예로 들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교육현장에서 있었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한다.

 

책에는 ‘호모 욕쿠스’ 라는 표현이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사춘기를 경험하는 학생들이 흔하게 보이는 정서적 반응에서 가장 많은 부분 차지하는 것이 언어적인 표현인데, 긍정적인 것 보다는 부정적인 것들이 많다는 설명이 들어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아마도 욕을 많이 하는 십대들을 지칭하는 말로 ‘호모 욕쿠스’ 라는 저자만의? 신조어가 탄생했던가보다. 그런데 여기서 신조어의 탄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아무리 독한 ‘호모 욕쿠스’라 하더라도 ‘북스 사피엔스’로 키울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이것은 일종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저자는 책에서 이 긍정의 희망을 찾기 위한 최우선의 방법이 바로 독서라고 강조한다.

 

사견이긴 하지만 책을 소개하며 알리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저자는 무엇보다 학생들 편에 서고 싶은 선생님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아이들 입장에서만 본다면 정말 재미있고 잘 통하는 선생님처럼 보일 것 같다. 그것은 저자의 모든 생각과 판단과 행동이 아이들과의 ‘소통’이는 화두에 집결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저자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접하는 어려움도 토로한다. 예를 들면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아이의 학습적인 면과 향상성에 관해 서로 다른 이해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소개되기도 하지만 그녀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다. 과학이 진보하고 각종 새로운 기기가 생겨나는 스마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기준의 아이들이 아니라고 말이다. 따라서 저자는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것처럼 부모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의 생각도, 교육적인 가치관도, 또한 일선 현장에서의 교육의 흐름도 이제는 트렌드에 맞게 그 방향성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세운 기준으로 아이를 틀에 맞게 키우려하지 말라는 충고도 빠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문학 자판기나, 낭독의 중요성, 독서로 길러지는 인성 교육의 중요성, 개개인마다 다 다른 개성을 인정하는 일과 아이들만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일과 같은 저자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을 듯하다.

무엇보다 이번 책은 실전 편에서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작품을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과 함께 독서와 논술공부를 할 것인가에 대한 친절한 팁과 방법을 설명한다. 엄마용 해설서(엄마 먼저 읽어보기)와 더불어 (밑줄 쫘악)이라는 형식에 맞게 워크 활동지를 싣고 있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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