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신곡 책 읽어드립니다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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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신을 향한 인간의 마음을 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신앙이라는 단어에 사전적 의미는 '믿음의 대상을 굳게 믿고 가르침을 지키며 이를 따르는 일이라고 한다.

이 책을 신앙의 눈으로 봐야 할 것인지, 아니면 보편적 시선으로 봐야 할지 잠시 망설이게 된다. 아마도 책 전반에서 느껴지는 종교적인 색체와 그 무게감 때문일 것이다.

단테의 신곡은 우리가 생각하는 신앙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듯하다. 그의 종교적인 사상과 함께 무한한 상상력이 그려내고 있는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의 모습과 각각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일까.

 

책은 주인공 단테가 길을 잃고 표범과 굶주린 사자, 말라빠진 늑대로부터 공격을 받으며 방황하는 순간에 안내자인 베르길리우스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림보에 있었던 베르길리우스는 천국에서부터  찾아온 단테의 연인인 베아트리체의 부탁으로 단테의 안내자이자 길동무가 되어 지옥과 연옥을 안내하게 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천국은 베아트리체가 직접 단테를 이끄는 모습을 보인다.

단테가 상상하고 그려내는 지옥의 세계는 무척이나 구체적이다. 단계별로 아홉 단계의 지옥이 있고 각각의 단계마다 고통 받는 영혼들을 구분한다. 이들의 죄명과 그에 합당한 형벌을 이야기할 때 작가는 신화속 등장인물들과 과거 혹은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을 거론함으로써 그의 이야기가 보다 사실감과 생동감이 느껴지도록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딴은 세상에 죄 없는 자가 어디 있을까? 오래전 기억으로 되짚어 볼 때 나는 아직 그 말을 기억하고 있는 걸 깨닫는 중이다. ‘너희들 중에 죄 없는 이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사실은 그렇다. 단테의 지옥편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죄인들의 죄명을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과연 털끝만큼도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들더란 말이다. 물론 그가 언급한 비이성적이며 막중한 죄명(탐욕, 살인, 이간질, 기만, 성욕 등)은 그렇다하더라도, 지나친 애정과 사랑도 죄가 되고, 지나친 절약(베풀지 않음)과 스스로를 낮추어 겸손하지 못한 것 또한 죄가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단테의 광범위한 지옥 불문율은 아마도 당대 기독교적인 엄숙한 교리와 사상이 바탕으로 깔린 탓에 생겨난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소설은 여행구도를 가진다. 처음에는 지옥의 입구에서 시작해 지옥의 맨 끝까지 다다르고 다시 올라와 연옥으로 향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단테와 베르길리우스의 여정에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두 인물과 각각의 죄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볼 수 있다. 작가는 살아있는 존재로 죽은 자들의 세계를 통과하는 인물로 신에 의해 선택받은 단테라는 인물과, 반대로 각자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신에 의해 형벌을 받고 있는 죄인들의 대화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천국에 대한 이야기에서 작가의 종교적 사상과 교리가 더 구체적인 동시에 강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끊임없이 고통 받으면서도 스스로는 혹은 타인을 저주하는 영혼들의 모습, 참회하고 후회하는 영혼들의 모습, 딴은 맑게 순화되어 감사하며 순종하게 된 영혼들.

어쩌면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작가 단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상상 속에 영혼들의 모습이 그렇지 않을까싶다. 때로는 선택받은 자가 지니는 순수한 신앙의 힘에 대해 생각하면서 종교적인 분위기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기실 이 작품은 하나님에 대한 신실한 신앙의 길을 인간이 지니는 있는 그대로의 세속적인 풍경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더불어 잠시나마 인간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자유의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으로 조금 더 친근하고 가벼운 작품인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의 유령이 생각난다.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이 하려는 이야기는, 결국 넓게 보았을 때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하려는 단테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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