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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여행 : 중2 시 - 중학교 국어 교과서 수록 시 작품선 ㅣ 스푼북 청소년 문학
한송이 엮음 / 스푼북 / 2019년 11월
평점 :
중2 시. 국어 교과서 여행
-시 읽는 즐거움이란
무서운 가슴앓이 병을 앓는다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시란 무엇일까. 이따금 복도 깊숙한 곳에서 눈치를 보는 듯 혹은 너무나 당당한 듯 담배에 불을 붙여가면서도 시선을 피하지 않는 몇몇의 아이들 생각이 난다. 복도를 순찰하는 몫은 어머니 폴리스의 몫이다. 복도 이 끝에서 저 끝을 층층마다 살피다보면 바닥에 뒹구는 납작해진 채 버려진 담배꽁초가 애처롭게만 보인다. 중2병이 무섭기는 무서운가보다. 이 병이 더 무서운 것은 양성성에 의한 철저한 의식으로 남녀차별이 전혀 없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이번 책은 현재 중 2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교과서에 실린 시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저자 한송이는 인천에서 직접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며 시를 통해 아이들 각자가 감수성을 배워가기를 바라는 따뜻한 소망을 책날개에 적고 있다.
언젠가 서점에서 개편된 교과서에 실린 문학품의 목차를 본적이 있었다. 앞부분에는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친근한 작품들이 실렸고, 후반부에서는 90년대를 포함해 그 이후의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있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배우고 알아야 하는 문학작품 또한 그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책의 구성 역시 전통 시조, 현대 시조를 포함해 윤동주, 김소월 백석과 같은 시인의 작품과 함께 기형도, 안도현, 나희덕과 곽재구, 함민복과 같은 현대 시인들의 작품들까지 두루 소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은 전체 4장으로 1장 ‘과거를 돌아보고’, 2장 ‘생각과 시선을 달리하면’, 3장 ‘관계가 변화되고’, 4장 ‘세상이 다르게 보여요’, 로 구성되어 있다. 시의 내용과 의미에 따라 구분한 듯하다. 또한 책은 한편의 시가 끝날 때마다 저자의 해설이 곁들어져 있어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설이긴 하지만 이번 책이 담고 있는 저자의 해설은 그 무게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개인적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는 해설은 시를 읽는 독자 개개인의 상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에 대한 해설에 대해서는 사뭇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책은 소심하고 사소한 내 근심을 부드럽게 넘겨주고 있었다. 이번 책은 해설 부분에 있어서 저자의 깊이감과 함께 다정한 위트가 느껴졌다고 생각한다. 마치 가볍게 닫힌 문고리를 걸쇠에서 조금 벗겨내는 정도의 안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한 까닭에 솔직히 잘 모르는 시인도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유롭게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을 즐겼던 것 같다.
무엇보다 주목했던 부분은 다른 시인들 작품에 비해 유독 여럿 작품을 싣고 있는 김승희 시인의 작품이지 않았나싶다. 왜 저자 한송이는 김승희 시인의 시를 일곱 편이나 싣게 되었을까. 배꼽이라는 소재로 쓴 연작시 ‘배꼽을 위한 연가’를 제외하고도 한 편을 더 싣고 있었다. 사실 김승희 시인의 작품을 처음 읽어본다. 배꼽이 상징하는 것은 어머니와의 관계이며 이 책에 실린 김승희의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다.
‘배꼽을 위한 연가’를 비롯해 김승희의 작품에 대한 저자 한송이의 해설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생각한다. 다소 어려울 수도 있을 것도 같다. 요즘 학생들이 시를 읽고 이해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혹시라도 해설이라든지 분석들을 정말 토시 하나라도 빼먹지 않고 다 외워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문학작품은 외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즐기는 것이라는 것을 먼저 알려주고 싶어진다. 시인 이재무의 ‘딸기’라는 시를 소개하면서 더불어 시인 이응인의 ‘수박끼리’라는 시를 같이 싣고 있는 저자의 깊은 뜻도 사실은 시를 읽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김남조의 겨울바다에 실린 ‘나를 가르치는 건/언제나/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를 다시금 읽고 되뇌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는 것 역시 시를 읽는 즐거움이지 않겠는가.
앞서 언급했던 이응인의 ‘수박끼리’ 작품 전문을 실으며 마지막 여운을 남긴다.
수박끼리.
수박이 왔어요 달고 맛있는 수박
김 씨 아저씨 1톤 트럭 짐칸에 실린 수박
저들끼리 하는 말
형님아, 밑에 있으이 무겁제, 미안하다, 괘안타, 그나저나 제값에 팔리야 될 낀데. 내사 똥값에 팔리는 거 싫타. 내 벌건 속 알아 주는 사람 있을 끼다 그자. 그래도 형님아, 헤어지마 보고 싶을 끼다. 간지럽다 코 좀 그만 문대라. 그래, 우리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서 다시 태어나는 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