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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는 처음 접해보는 작가였다. 그에 대한 어떤 선입견도 없다는 것이 내게 있어 이 작품을 읽어나가는데 더 효율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브머린은 일종의 추리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틀에 박힌 추리물은 아닌듯하다. 추리장르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통적인 추리물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불행하게도 아직까지도 서브머린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해 고민 중이다.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 것일까. 명확한 대답을 만들어내지 못한듯하다.
작품은 겉으로는 소년범죄를 다루고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보편적이면서도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회적 범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편견을 다루고 있어 보인다. 그런 까닭에 이사카 고타로의 서브머린은 상징적이면서도 시사하는 점이 많아 보인다.
가정법원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는 진나이와 무토는 여러 사건에 연루된 몇몇의 소년들을 접하게 된다. 주목하게 되는 소년들은 사건의 핵심을 이루는 인물로 등장하는 소년으로 다나오카 유마와, 오야마다가 등장한다.
무면허로 운전을 하다가 지나가는 행인을 치어 사망케하는 사건을 일으키게 되는 다나오카와 인터넷 상에서 상대를 협박하는 가해자들을 다시 협박하는 혐의를 받고 있는 오야마다 라는 소년들과 진나이와 무토라는 어른들의 시선이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바탕을 이루고 힘을 전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소설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선과 악이란 무엇일까. 사회적 악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는 문제가 없는지. 과연 인간이, 죄를 범한 또다른 인간을 단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소년범들의 죄는 그들이 미숙하고 어리다는 이유로 성인의 죄에 비해, 비교적 범죄의 따른 죄값을 가볍게 처리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되짚어보는 것을 포함해 딴은 범죄를 일으키는 인간의 병약하고 비뚤어진 심리적 요인을 생각하게 했던 작품이지 않았다싶다.
평범한 사람도 실수이든, 혹은 고의든 가해자 또는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가설. 악의를 품고 실행에 옮겼으나 결과적으로 그것이 선행에 이를 수 있다는 또 하나의 가설. 이 두가지의 가설을 두고 우리는 과연 어떤 가설에 정당성과 당위성을 논할 수 있는 것일까.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일반화되고 고착된 사람들의 상식과 편견에 대한 서로 다른 이견을 제시하고 있다.
등장인물로 봤을 때 진나이라는 인물은 중신에 서 있는듯하면서도 아웃사이더에 있는 듯한 묘한 매력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사건의 핵심을 쥐고 있으면서도 겉으로 절대 많은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진지함보다는 순박함 내지는 어처구니없는 어느 부조리 극의 배우처럼 보일정도로 자신의 진면목을 숨기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딴은 추리물이 너무 진지하기만 해도 재미가 없어보인다. 가려운 곳을 슬슬 긁어주면서 극중에서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가는 인물이 있어 극 또는 작품의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게 잘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설정하고 있는 진나이라는 인물은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어보인다. 엉성하면서도 치밀한 진나이와 함께 우직하게 자기 역할을 해나가는 무토. 과거의 성장기를 거쳐 성숙해가는 다양한 인간의 이야기를 소년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어른이 된 이후 성인의 목소리로 함께 만나보자. 가벼움 속에 숨어있는 진지함으로 무장한 수많은 질문들과 대면하게 될 일이다.
참고로 역자의 이야기를 옮기자면 이 작품은 작가의 2004년작 ‘칠드런’이라는 작품의 속편이라는 정보는 얻을 수 있다. 작가는 전작에 비해 조금 더 사회적 문제에 착안해서 작품을 구성해온 듯하다.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그가 남겼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을 듯하다.
-다 읽고 났을 때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p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