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 기회를 낚아채는 충동의 힘
닉 태슬러 지음, 이영미 옮김 / 흐름출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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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衝動, impulse]: 반성이 가해지는 일 없이 무의식적으로 행동이 되어 나타나는 힘, 식욕이나 성욕처럼 인간을 내부로부터 행동으로 몰아내는 힘.
’충동’은 우리에게 그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단어가 아니었다. 행동에 있어서 자제할 수 없음을 뜻하기에 ’충동구매’라는 말도 생기지 않았는가? 그런데 도서 ’스프링’을 접하면서 인간을 파악하는 새로운 유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충동적인 사람들을 평가절하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이해하고 긍정적인 부분을 평가하게 되었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가보면 자신의 충동성을 테스트하는 내용이 있다. 재미삼아 하게 되었는데 나의 결과는 ’중립형’이었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나는 아무래도 결정에 있어서 우유부단함을 갖고 있고 호기심은 있지만 앞장서서 ’나를 따르라~’하는 지도형의 인간은 되지 못한다. 항상 2인자 노릇을 하게 되는 유행이지만 1인자가 되지 못했다고 우울해하거나 좌절하진 않는다. 


 



당신은 1,000달러를 조건 없이 무조건 준다고 하는 것과 50%의 확률로 2,000달러를 준다고 하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한 연구에서 주어진 제안인데 결과는 참으로 신기했다. 물론 나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어서 무조건 지급하는 1,000달러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1/4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후자를 택했다는 것이다. 25%의 인간이 모험을 택하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 하나 만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충동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도파민의 과다 분비되는 유전자를 타고 났으며 그것은 돌연변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군다나 세계인구의 1/4가 이런 돌연변이를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즉흥적이고 때론 감행하지 않아야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이러한 성향의 사람들을 우리는 지금까지 충동적인 인간이라고 불러왔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전체의 1/4이나 차지하고 있다니 놀라운 수치였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충동성을 갖고 있는데도 왜 우리는 그들을 ’충동적인 인간’이라고 비하하면서 살아왔던가? 과학자들에 의하면 선사시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를 떠나 현재 삶의 터전을 개척하도록 만든 과감한 인간은 바로 도파민을 과다 분비하는 현재의 1/4에 해당하는 충동적 성향을 가진 인간들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충동적 성향을 가진 인간들 덕분에 우리는 이 지구상에 널리 퍼져 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모험추구자 vs 위험관리자
’충동성’이란 것을 나쁘게만 보아서는 안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충동성에 의해 인간의 유형을 분류하게 되면 모험추구형과 위험관리형으로 크게 나눠진다. 모험추구형 인간은 소수(1/4)이지만 (사실, 소수라고 하기엔 너무 많다) 삶에 있어서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이 많다. 빌 게이츠나 바비인형을 만든 루스 핸들러의 경우가 그렇다. 이들은 ’즉각적인 보상’에 집중을 하면서 검증되지 않는 선택이라 하더라도 과감하게 결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험, 즉각’이라는 단어에는 성공적인 삶도 있지만 극단적인 삶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위험관리형의 인간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때론 시간적인 제약의 조건이 있는 경우 그 우유부단함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이 두 유형의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할까?




 

자신을 개조하라는 말은 이 책에서 절대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보완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충동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일반적인 사람과 달리 잠재적 보상에 마음을 빼앗겨 선천적으로 위험에 덜 민감하기에 바라보는 시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 유리한 점은 위험관리자 유형보다 결과에 대한 공포를 억누를 수 있고 단시간에 결정할 수 있는 탁월한 기능이 있기에 함께 있으면 더욱 빛을 발하는 존재이다. 실용적으로 충동적인 사람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위험관리자형의 경우에도 심사숙고하는 장점이 있지만 위험을 회피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야한다. 그에 도움을 존재가 모험추구자형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전혀 서로 다른 유형이지만 협력하는 관계가 될 경우 신뢰가 쌓이고 승승장구하는 파트너가 되겠다. 꼭 사업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하니 미혼인 사람들은 이 점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충동이 꼭 나쁜 의미는 아니었다. 충동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본인의 기질을 좀 더 유익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어나갈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충동적이든 아니든 그 충동을 잘 관리하면 자신의 스타일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된 책이다. 사실 처음에 표지 앞뒷면에 화려한 한 줄 리뷰 때문에 의구심을 가졌지만, 실제 사건과 실험들을 통해 몰입할 수 있게 하며 한마디로 눈을 뗄 수 없게 자극적이다. ’똑똑한 선택을 위해서 버릴 것’이란 내용에서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라는 단어가 생각나면서 공감가는 내용도 많았다. 전문 수학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해하기 쉬운 수학적 분석과 논리적인 분석에 의해 충동적인 사람을 우호 한다고 여길 수 있는 그런 염려까지 없애버리며 상황을 전개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인간의 전반적인 유형을 설명하고 있어서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읽어볼 필요가 있는 도서라고 하겠다. 내안의 충동을 잘 활용하여 나를 더 빛나게 다듬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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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100가지 신비
일본임업기술협회 지음, 손성애 옮김, 이완주 감수 / 중앙생활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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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중요한 것이란 것을 막연하게 느끼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표현하라면 머뭇거리게 된다. 그런 머뭇거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이 책이 아닐까 싶다. 흙에 관한 100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으니 말이다. 옛 어른들은 흙으로 지어진 집에 살면서 땅(흙)의 기운을 받고 살다보니 요즘 사람들이 아파트(그 중에서도 고층)에 살면 땅(흙)의 기운을 못 받는다고 걱정하셨다. 에이, 무슨 흙의 기운을 받을까 싶었지만 책을 덮고 난 후엔 흙에 대한 경외심마저 든다. 좋아하는 이가 생기면 그 사람의 매력을 찾아내고 알아가듯이 우리가 밟고 있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흙의 매력을 찾아보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하겠다. 





흙과 관련된 것을 크게 5개의 장으로 만들어 이야기 하고 있다. 지구와 토양, 생활과 흙, 흙의 또 다른 모습, 흙 속의 생물, 식물과 흙 편이다. 우리가 숨 쉬는 이 공간에서 물, 공기, 흙은 필수요소이지만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인류의 변화와 함께 흙도 변화하고 있었다. 실제로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역사는 흙 위에서 시작되고 멸망도 가능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인류가 농경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정착을 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흙은 성질이 점차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윤작, 연작을 통해서 흙을 혹사시켰고 황폐해진 땅은 인간에게 더 이상 식량공급을 해 줄수 없어서 그 시대의 문명이 종말을 맞이하기도 했던 것이다.

 

너무 거창하게 보았다면 집에서 키우고 있는 화분을 들여다보자. 식물을 키우다 보면 한 번쯤은 시들거나 물을 많이 먹어서 망쳐버린 경험이 있을 것인데, 그러한 것도 우리가 흙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양이 부족해도 때론 영양이 과다하게 있어도 토양은 식물에게 살아갈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것 같기도 한데 흙의 생활은 그렇지 못하다. 끊임없이 순환을 하고 있는데 그 속에는 수 천마리, 수 만마리의 미생물들과 생명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작용하는 그들만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호기심있는 내용도 가득했다. 표지에 나타난 것은 흙기둥이란 것인데, 숲 속의 빗방울이 흙을 깎아 내려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야생동물들은 몸에 영양소가 결핍되면 염분 섭취를 위해서 흙을 먹는 습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에 관한 미스터리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한 흙의 표면적에 관한 내용으로 도쿄돔을 한 주먹의 흙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흙을 의인화 시켜서 표현한 것이다. 흙의 건강진단, 나이, 흙 속의 의자 뺏기 게임,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흙, 흙에도 마른형과 비만형이 있다는 표현을 하였는데 그만큼 흙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싶다.

 



흙에 대해서 전문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게 풀어서 쓴 책이라 즐겁게 읽었다. 다만 외국서적이다 보니 일본지형과 특색에 맞는 상황이 많은 편이라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고 사진이 좀 더 첨부되었더라면 이해도가 높지 않았을까 싶다. 흙은 인간에 의해서 병들어가고 있다. 흙이 변하면 우리의 환경도 어느새 척박하게 변화될 것이므로 자연보호와 인간의 무자비한 행동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준다. 우리가 어릴 적 물을 사먹고 산소를 사먹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다들 의아하게 여기며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물을 사먹고 필요하면 산소도 사서 마시고 있지 않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우리가 먼저 땅, 흙을 알고 올바르게 대처해야할 방법을 실천해야겠다. 그래야 공생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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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소설로 읽는 20세기 수학 이야기 에듀 픽션 시리즈 7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살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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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때 학원에 계신 수학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셨다.
"얘들아, 일 더하기 일은 뭘까?"
학생들은 웃으면서 난센스 퀴즈인가 싶어서 여기저기 엉뚱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창문요!" , "2요?", "window요"
선생님의 대답은 정말 색다른 것이었다.
"0이 될 수도 있고, 1이 될 수도 있고, 2가 될 수도 있단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수학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호기심을 갖고 덤비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끈기와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면 언제든 도전해 보고 싶은 학문이다. 만물의 근간이 되는 학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 것이 수학이니까.

 

소설의 시작은 1929년 그리스 아테네. 미카엘 이게리노스는 수학적 교류를 하며 지내는 가장 친한 친구인 스테파노스 칸다르 트지스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어젯밤까지 함께 한 그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야기는 30년 전으로 흘러가서 과거를 회상하는데, 둘은 그리스인으로 수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리 어렵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자신이 하고픈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미카엘에 비해 형편이 어려웠으나 부유한 자의 도움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스테파노스는 1900년 2차 국제 수학 학술대회에서 첫 인사를 나누고는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서로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미카엘은 가정교육 덕분인지 겉으로는 점잖고 지식인다운 면모를 갖고 있지만 늘 마음속으로는 일탈을 꿈꾸며 은근히 즐기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수학적 견해에 있어서 힐베르트를 엄청 존경하면서 공리계의 난제인 무모순성을 증명하는 일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스테파노스는 태생적으로 부유함과 거리가 멀지만 수학적 의욕 하나 만큼은 집요하고 수학적 의견 또한 확고했다. 둘은 공리계의 완전하고 무모순성을 증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반대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다른 수학적 견해를 나누거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을 좋아했다.

 



이 책에는 수학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맞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등장해서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사실 미술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화가의 이름을 다 외우진 못한다. ’피카소’역시 그랬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단지 ’파블로 루이즈’라고만 불렸고 시간이 지난 뒤 미카엘과 다시 재회했을 때 ’파블로 피카소’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가! ’아비뇽의 처녀들’이란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은 나의 미술에 대한 정보와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미술작품을 볼 것이 아니라 화가의 일생을 다룬 문학작품을 읽어보게 될 것 같다. 또한 나의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게 만든 것이 바로 수학자들의 등장이다. 힐베르트, 푸앵카레, 클라인, 러셀, 린데만 뿐 아니라 갈루아, 아벨, 푸리에, 푸아송, 가우스, 칸트 등 1900년대에 존재 했던 인물들과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의 인물들을 언급하는데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시끄러운 술집이나 화려한 에펠탑에서 즐기기는커녕 장소를 막론하고 수학적 논쟁이 펼쳐지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열정이 느껴졌고, 그 많은 수학자들이 동시대를 살았다고 하니 놀라웠다. 연예인으로 치자면 대스타들이 총출동해있는 시대인 것이다. 아마 그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1900년이야 말로 수학이 살아 넘치는 시대였던 것 같다. 몇몇 수학자들의 개인적 성향이나 태도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업적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 그런지 더욱 흥미로웠다. 





책에는 Prelude, Interlude라고 하여 실제 피타고라스학파에서 무리수의 존재를 밝혀낸 히파소스의 살해당한 일을 적어놓고 있다.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는? 우리는 당연히 제곱근 2라고 말하고 있지만, 피타고라스학파가 있을 당시에는 그것이 불길한 숫자, 아니 존재성조차 숨겨야하는 것이었다. 실제 피타고라스는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주장한 내용 때문에 무리수의 존재자체를 부정했고, 결국 제자를 살해하는 일까지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밝혀지기 마련이다. 결국 소설 속에도 스테파노스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는 밝혀지지만, 수학에 대한 열정만큼은 죽음을 불사하고 연구했던 점이 높이 살만하다. 개인적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편이기에 스테파노스의 죽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 소설은 내가 접한 첫 그리스 문학작품이며 수학이라는 주제로 읽게 되어서 참 기억에 남는다.

p.70 나는 수학을 하나의 여행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내생각도 그렇다. 여행이란 즐거울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마음먹은 대로 안 될 때도 많고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것이 여행이다. 언젠가 책에서 언급한 쾨니히스베르크에 가서 직접 7개의 다리를 건너보고 싶다. 나의 마음 한편엔 늘 수학으로의 자유로운 여행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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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네안데르탈인, 아오 - 소설로 읽는 3만 년 전의 인류사 에듀 픽션 시리즈 8
마르크 클라프진스키 지음, 양진성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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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 책에 대한 사전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학창시절 들어보았던 크로마뇽인, 호모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의 명칭은 얼핏 기억이 나지만 진화단계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거린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읽고 난 뒤에 호기심에 입각한 정보를 캐는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게 하는 책이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책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네안데르탈인은 과연 어떻게 하여 멸종하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이 제일 먼저 들었다. 소설이지만 상당히 신빙성 있는 학설들이 넌지시 제시되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검색한 결과 최근의 새로운 학설로는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잡아먹었기 때문에 멸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빙하기에도 살아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들은 추위에 잘 견디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붉은 색 머리와 밝은 피부를 가졌다고 한다. 중석기 시대를 대표하는 무스테리안 문화를 이끌었던 존재이기도 한 네안데르탈인.

 

소설에서는 마지막 네안데르탈인 아오를 곰 인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새 부족, 호수 부족에 비해서 몸에 털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의 눈에는 인간이 아닌 곰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 부족, 호수 부족의 사람들은 그들보다 진화된 사람들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검색을 하고 보니 인류 진화 단계에서 호모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이 동시대에 존재했지만 전혀 다른 종(種)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새 부족이나 호수 부족의 사람들은 호모사피엔스였거나 좀 더 진화된 크로마뇽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약 3만 년 전이라고 하면 빙하기 말기에 해당되는 시기로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유럽 쪽이다.





고대인의 후손, 곰 인간이라 불리는 아오는 자신의 부족에서 유일하게 생존하게 된 소년이다. 아니 지금의 나이로 말하면 소년이지만 그 당시에는 아주 건장한 청년에 해당하는 사냥꾼이었다. 아오는 부족의 옛 땅을 찾아서 길을 나서던 중 동굴에서 한 여인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호수 부족 사람으로 새 부족에게 강제로 잡혀갔다가 임신한 몸으로 탈출을 하게 되었고, 그들의 미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서로 다른 모습에 경계를 하면서도 어느덧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길을 찾아 나선다. 그 둘은 언어도 다르고 사용하는 무기나 생활방식이 조금 다르긴 했지만 호수 부족의 여인 아키 나아의 노력으로 약간의 소통을 하면서 지내게 된다. 호수 부족의 인간은 아오보다 좀 더 진화된 무기와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었고 감정표현도 다양했다. 하지만 아오는 여인보다 무기제조에는 더 어눌했고 감정표현에는 더디고 무뚝뚝한 편이었다. 언어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더 많이 내는 편이었다. 오히려 더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 사는 부족의 느낌이 다가왔다. 그들은 추운 겨울을 함께 나면서 호수 부족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만 아오는 그리 환호 받는 대상이 되지는 못한다. 아오가 내리는 결정과 도전은 강인한 고대인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으며 내가 그의 후손이든 아니든 인류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될 정도로 신뢰가 가는 인물이다.

 


새 부족의 악랄한 행동과 호수 부족에 등장한 낯선 동물(인간)과 샤먼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과정은 다큐멘터리를 종종 보아서 그런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몇 년 전에 아포칼립토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곳에 등장한 악랄한 부족이 마치 새 부족인 듯 흥미진진하게 읽었으니 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짧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책을 읽는데 호흡이 가빠진다는 것이다. 문장의 길이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 편인데, 물론 문장이 길면 이야기의 흐름이 흐트러지거나 지루해 지기 쉽다는 건 알지만 이 소설에는 너무 짧은 문장이 많아서 오히려 읽는데 방해가 되는 편이었다. 그리고 삽화나 스케치 그림이 곁들여 졌다면 더욱 훌륭하지 않았을까 하는 나만의 생각을 해본다. 대신 책을 읽고서 더 많은 검색을 통해 호기심 가득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나의 지식이 한층 성장한 기분이 든다.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의하면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 완전히 다른 종(種)으로 분류되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와 결합해 혼종(混種) 자식을 낳았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연구 결과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나는 아오와 아키 나아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며 소설의 부족한 부분이 영화로 승화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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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면, 아이의 심리가 보인다 - 그림으로 읽는 내 아이 심리
실비 쉐르메-캐로이 지음, 김성봉 옮김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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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0
그림 분석은 아이들에 대한 보다 많은 이해와 사랑을 필요로 하며, 부모로서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새삼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그림을 못그렸지만 그림에 대한 관심은 많았다. 그래서 인지 나이가 들어서도 그림을 감상하거나 분석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엔 아이의 그림을 분석하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림을 통해 아이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은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적이 있는 내용이다. 그러한 심리를 분석할 수 있는 것은 필적학이라는 학문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인데, 필적학은 사람이 쓴 글씨를 가지고 그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그러니 글씨에서 그림으로 확대 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손에 필기구를 쥐게 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유아라도 종이에다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의 벽에는 꼭 낙서가 한두 개쯤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을 일반 낙서라고만 하면 안 될 것 같다.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한 것들이나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그림으로 나타낸다고 하니 앞으로는 내 아이를 키울 때나 주변의 아이들을 세심하게 봐 줄 수 있을 것 같다. 맨 처음 그리게 되는 그림이 구불한 선이거나 찌그러진 동그라미, 나선형이라 하더라도 그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그러한 내용이 1장에서 2세 부터 그리게 되는 그림의 유형을 나이별로 알려주고 있다.

 



그림을 분석하는 방법은 복잡하고 다양한 방법이 있었지만 책을 통해 상당히 체계화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색에 담긴 상징성이나 선이 나타내는 의미도 있었지만 공간의 활용, 즉 여백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아이가 나타내는 그림 속에는 작은 것 하나라도 상징성과 의미가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절대 하나의 그림으로 상황이나 심리를 파악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주어진 주제에 맞추어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때론 어른의 기준이 개입이 되어서 그림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그림을 꾸준히 살펴보면서 반복, 공통되는 점을 찾아내고 분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아이의 그림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나무, 집, 사람은 자아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가들도 이것을 가장 주요하게 보는 부분이다. 그래서 4장에는 사람의 이미지를 통해서 심리를 분석하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는데, 입술, 치아, 머리카락 모양까지도 세세하게 분석해 놓았다. 가족그림을 통해서도 가정 내의 불화나 문제점 등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형제에 대한 질투가 심하면 가족그림에서 때론 존재가 사라지기도 한다. 5장은 나무의 이미지를 통해서 심리분석을 했는데, 다양하고 세분화된 분석에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무줄기, 수관, 나뭇가지, 그림자 심지어 뿌리까지 분석을 해놓았는데, 뿌리는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의 심리상태를 대변한다고 한다. 나는 고3 시절에 똑같은 그림을 자주 그렸는데, 책 귀퉁이에다 언덕을 그리고 작은 집과 나무 한 그루를 그린 뒤 옆에 토네이도를 그렸었다. 토네이도의 회오리를 점점 크게 그리면서 나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고3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그림을 그린 것 같다. 지금은 그런 그림을 전혀 그리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그림을 통해서 아이들을 마음을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해 준다면 아이에게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사소한 그림이 아니라 정말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그림, 소중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내 아이가 그리는 그림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현안을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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