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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100가지 신비
일본임업기술협회 지음, 손성애 옮김, 이완주 감수 / 중앙생활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흙'이 중요한 것이란 것을 막연하게 느끼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표현하라면 머뭇거리게 된다. 그런 머뭇거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이 책이 아닐까 싶다. 흙에 관한 100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으니 말이다. 옛 어른들은 흙으로 지어진 집에 살면서 땅(흙)의 기운을 받고 살다보니 요즘 사람들이 아파트(그 중에서도 고층)에 살면 땅(흙)의 기운을 못 받는다고 걱정하셨다. 에이, 무슨 흙의 기운을 받을까 싶었지만 책을 덮고 난 후엔 흙에 대한 경외심마저 든다. 좋아하는 이가 생기면 그 사람의 매력을 찾아내고 알아가듯이 우리가 밟고 있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흙의 매력을 찾아보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하겠다.

흙과 관련된 것을 크게 5개의 장으로 만들어 이야기 하고 있다. 지구와 토양, 생활과 흙, 흙의 또 다른 모습, 흙 속의 생물, 식물과 흙 편이다. 우리가 숨 쉬는 이 공간에서 물, 공기, 흙은 필수요소이지만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인류의 변화와 함께 흙도 변화하고 있었다. 실제로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역사는 흙 위에서 시작되고 멸망도 가능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인류가 농경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정착을 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흙은 성질이 점차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윤작, 연작을 통해서 흙을 혹사시켰고 황폐해진 땅은 인간에게 더 이상 식량공급을 해 줄수 없어서 그 시대의 문명이 종말을 맞이하기도 했던 것이다.
너무 거창하게 보았다면 집에서 키우고 있는 화분을 들여다보자. 식물을 키우다 보면 한 번쯤은 시들거나 물을 많이 먹어서 망쳐버린 경험이 있을 것인데, 그러한 것도 우리가 흙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양이 부족해도 때론 영양이 과다하게 있어도 토양은 식물에게 살아갈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것 같기도 한데 흙의 생활은 그렇지 못하다. 끊임없이 순환을 하고 있는데 그 속에는 수 천마리, 수 만마리의 미생물들과 생명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작용하는 그들만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호기심있는 내용도 가득했다. 표지에 나타난 것은 흙기둥이란 것인데, 숲 속의 빗방울이 흙을 깎아 내려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야생동물들은 몸에 영양소가 결핍되면 염분 섭취를 위해서 흙을 먹는 습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에 관한 미스터리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한 흙의 표면적에 관한 내용으로 도쿄돔을 한 주먹의 흙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흙을 의인화 시켜서 표현한 것이다. 흙의 건강진단, 나이, 흙 속의 의자 뺏기 게임,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흙, 흙에도 마른형과 비만형이 있다는 표현을 하였는데 그만큼 흙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싶다.

흙에 대해서 전문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게 풀어서 쓴 책이라 즐겁게 읽었다. 다만 외국서적이다 보니 일본지형과 특색에 맞는 상황이 많은 편이라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고 사진이 좀 더 첨부되었더라면 이해도가 높지 않았을까 싶다. 흙은 인간에 의해서 병들어가고 있다. 흙이 변하면 우리의 환경도 어느새 척박하게 변화될 것이므로 자연보호와 인간의 무자비한 행동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준다. 우리가 어릴 적 물을 사먹고 산소를 사먹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다들 의아하게 여기며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물을 사먹고 필요하면 산소도 사서 마시고 있지 않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우리가 먼저 땅, 흙을 알고 올바르게 대처해야할 방법을 실천해야겠다. 그래야 공생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