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소설로 읽는 20세기 수학 이야기 에듀 픽션 시리즈 7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살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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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때 학원에 계신 수학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셨다.
"얘들아, 일 더하기 일은 뭘까?"
학생들은 웃으면서 난센스 퀴즈인가 싶어서 여기저기 엉뚱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창문요!" , "2요?", "window요"
선생님의 대답은 정말 색다른 것이었다.
"0이 될 수도 있고, 1이 될 수도 있고, 2가 될 수도 있단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수학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호기심을 갖고 덤비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끈기와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면 언제든 도전해 보고 싶은 학문이다. 만물의 근간이 되는 학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 것이 수학이니까.

 

소설의 시작은 1929년 그리스 아테네. 미카엘 이게리노스는 수학적 교류를 하며 지내는 가장 친한 친구인 스테파노스 칸다르 트지스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어젯밤까지 함께 한 그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야기는 30년 전으로 흘러가서 과거를 회상하는데, 둘은 그리스인으로 수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리 어렵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자신이 하고픈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미카엘에 비해 형편이 어려웠으나 부유한 자의 도움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스테파노스는 1900년 2차 국제 수학 학술대회에서 첫 인사를 나누고는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서로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미카엘은 가정교육 덕분인지 겉으로는 점잖고 지식인다운 면모를 갖고 있지만 늘 마음속으로는 일탈을 꿈꾸며 은근히 즐기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수학적 견해에 있어서 힐베르트를 엄청 존경하면서 공리계의 난제인 무모순성을 증명하는 일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스테파노스는 태생적으로 부유함과 거리가 멀지만 수학적 의욕 하나 만큼은 집요하고 수학적 의견 또한 확고했다. 둘은 공리계의 완전하고 무모순성을 증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반대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다른 수학적 견해를 나누거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을 좋아했다.

 



이 책에는 수학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맞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등장해서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사실 미술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화가의 이름을 다 외우진 못한다. ’피카소’역시 그랬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단지 ’파블로 루이즈’라고만 불렸고 시간이 지난 뒤 미카엘과 다시 재회했을 때 ’파블로 피카소’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가! ’아비뇽의 처녀들’이란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은 나의 미술에 대한 정보와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미술작품을 볼 것이 아니라 화가의 일생을 다룬 문학작품을 읽어보게 될 것 같다. 또한 나의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게 만든 것이 바로 수학자들의 등장이다. 힐베르트, 푸앵카레, 클라인, 러셀, 린데만 뿐 아니라 갈루아, 아벨, 푸리에, 푸아송, 가우스, 칸트 등 1900년대에 존재 했던 인물들과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의 인물들을 언급하는데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시끄러운 술집이나 화려한 에펠탑에서 즐기기는커녕 장소를 막론하고 수학적 논쟁이 펼쳐지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열정이 느껴졌고, 그 많은 수학자들이 동시대를 살았다고 하니 놀라웠다. 연예인으로 치자면 대스타들이 총출동해있는 시대인 것이다. 아마 그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1900년이야 말로 수학이 살아 넘치는 시대였던 것 같다. 몇몇 수학자들의 개인적 성향이나 태도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업적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 그런지 더욱 흥미로웠다. 





책에는 Prelude, Interlude라고 하여 실제 피타고라스학파에서 무리수의 존재를 밝혀낸 히파소스의 살해당한 일을 적어놓고 있다.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는? 우리는 당연히 제곱근 2라고 말하고 있지만, 피타고라스학파가 있을 당시에는 그것이 불길한 숫자, 아니 존재성조차 숨겨야하는 것이었다. 실제 피타고라스는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주장한 내용 때문에 무리수의 존재자체를 부정했고, 결국 제자를 살해하는 일까지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밝혀지기 마련이다. 결국 소설 속에도 스테파노스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는 밝혀지지만, 수학에 대한 열정만큼은 죽음을 불사하고 연구했던 점이 높이 살만하다. 개인적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편이기에 스테파노스의 죽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 소설은 내가 접한 첫 그리스 문학작품이며 수학이라는 주제로 읽게 되어서 참 기억에 남는다.

p.70 나는 수학을 하나의 여행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내생각도 그렇다. 여행이란 즐거울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마음먹은 대로 안 될 때도 많고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것이 여행이다. 언젠가 책에서 언급한 쾨니히스베르크에 가서 직접 7개의 다리를 건너보고 싶다. 나의 마음 한편엔 늘 수학으로의 자유로운 여행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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