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결혼을 할 때 양보할 수 없었던 나의 욕심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나의 서재를 가지는 것이다. 결혼 전에 쓰고 있던 내 방은 책상 2개와 옷장 하나가 방을 메우고 있어서 잠자기에 급급한 방이었다. 그래서일까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던 나는 드라마에서나 보는 서재를 너무 갖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방이 3개인 아파트로 들어가게 되면서 남편의 동의를 얻어 방 하나는 서재로 꾸미기로 했는데 그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좋았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벽면 한쪽을 책장으로 메우고 나니 어찌나 든든하고 가장 멋진 혼수품이라는 생각을 하며 보내왔다. 결혼 4년차, 아직 내 서재는 책으로 완전히 메우지 못했다. 약간의 순수 과학도서들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모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이들의 서재는 어떤 책으로 꾸미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한 시기에 지식인의 서재를 접하게 된다. 


 



그 중에서 정말 궁금했던 분의 서재가 있었는데, 그 분이 바로 최재천 박사이다. 책에는 자연 과학자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내게는 '박사'라는 칭호가 친근하게 들린다. 10여 년 전쯤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가 최재천 박사가 강의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때 그의 강의를 알고서 들은 게 아니라 아마 다른 채널이 재미없어서 광고가 끝날 때 까지만 보려고 했던 것이 그의 강의를 끝까지 듣고 말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공계 사람이지만 딱딱하거나 첨예한 느낌이 아니라 문학가처럼 부드럽고 나긋한 말투가 과학은 재미있고 달콤한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덕분에 지금도 그의 책을 사 모으고 있고, 덕분에 제인 구달이라는 침팬지 학자도 알게 되어서 그녀의 책도 꾸준히 읽어보고 있다. 최재천 박사의 저서를 읽어보면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의 저서 제목처럼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다. 그의 서재는 나의 또 다른 눈을 뜨게 하는 서재이며 반가운 서재였다. 나또한 이공계 사람이지만 예술 쪽에 관심을 많이 가진 편인데 박사 또한 그랬던 점이 왠지 우린 통하는 데가 있다고 믿을 정도였다. 그는 과학자이기 전에 수많은 책으로 인문학 쪽에 해박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과학을 그렇게 부드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그가 아끼는 책과 추천하는 책은 모두 읽어보고 싶고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그의 깔끔한 서재 정리는 본받아야할 점이 아닌가 싶다. 나의 서재는 다용도로 쓰이고 있어서 지저분할 때가 많은데 부끄러운 일이다. 스스로를 제벌, 학벌이 아닌 책벌이라고 말하는 그의 책사랑은 오히려 그를 더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대학시절 처음으로 선물 받은 시집 한 권이 기억난다. 그것은 '그대 거침없는 사랑'이라는 김용택 시인의 시집이었는데, 그 시집이 참 기억에 많이 남고 지금도 15년 넘게 고이 간직하고 있는 시집이기도 하다. 처음 받은 시집이라서 그런지 정도 많이 가고 시인에 대해서도 정이 많이 갔는데 그 또한 이 책에 서재를 소개하고 있다. 그의 해맑은 미소는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많이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겠다. 세월이 흘러도 머리가 희끗희끗해도 그는 한결같은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서재는 아이들의 그림과 시도 있었는데 동심이 가득한 서재라 파릇하고 아름다운 서재가 아닐까 한다. 


 



15인의 각 분야에 지식인들이 서재를 공개했는데, 그들이 정의하는 서재는 각기 다르지만 뜻하는 바는 삶이며 소통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여러 지식인들 중에서 독서는 취미가 될 수 없고, 독서는 일이어야 한다는 의미에 많은 반성을 해본다. 나는 이제껏 서재를 채워놓기 위해서 책을 읽은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가져보며 어떻게 하면 내 삶을 좀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을지 배움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 서재 한 곳에는 앞으로 지식인들이 추천한 10여권의 책을 면밀히 읽기위한 계획을 세워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모가 읽으면 무릎을 치는 옛글 동서양의 고전에서 배우는 성공학 시리즈 1
오동희 지음 / 럭스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아직 많은 삶을 산 것은 아니지만 선배, 부모, 어른들의 따끔한 충고와 격려의 말씀들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지금까지 살면서 많이 깨닫는다. 사실 처음에 듣게 되는 충고와 격려의 말은 우이독경 식으로 흘려버리기 일쑤였지만 살면서 내가 왜 그 분들을 말씀에 귀 기울이지 못했던가 하며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서른 중반이 된 지금에는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옆에 많이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부모가 읽으면 무릎을 치는 옛글'은 말 그대로 무릎을 치면서 나를 알아가고 또 반성하게 되는 성찰의 시간을 보내게 해 준 책이다. 추천사에도 있듯이 고전에는 짧은 글귀이지만 더 크고 넓은 세상을 보게 하는 직설과 정곡을 찌르는 순결한 지혜의 힘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정말 무릎을 여러 번 치게 하는 내용들을 엮어 놓았다고 보면 되겠다.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이다.
인간은 탐욕을 가졌기에 만족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만족을 모르면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불평을 하고 나쁘게 보며 결국 자기 자신조차 폄하하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인데 그것을 불평과 불만으로 채울 것인가. 만족이란 건 어쩌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재산이 많으면 그것을 지키느라 애를 쓰고 고민을 하고, 그것이 없으면 부를 얻기 위해 많은 집착을 하게 되는데 오히려 지금의 삶에 만족을 하고 적당하다고 여기면 탈이 없을듯하다. 집착을 버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행복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 같다. 행복하려면 비교도 하지 말라고 한다.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이고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일이 아닐까 한다.







 

좋은 친구는 스승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한다. 인생에서 그런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잘 살아온 인생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친구를 만난다는 건 아마도 어려운 일인 것 같은데 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논어에는 도움이 되는 친구를 정직하고 성실하며 학식이 많은 친구라고 이야기한다. 탈무드에는 나를 비난하는 친구를 가까이 하라고 하는데, 좋은 말만 듣게 되면 자신이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고 여기는 오만과 교만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과거 임금이 신하들의 입바른 말에 속아 민심의 사정도 모르고 정치를 한 적도 많이 있다. 남의 말을 다 믿지 말라는 점도 그런 독선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해주는 충고가 아닐까 한다. 결혼을 하고 나서 내가 친구들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본 남편이 하루는 충고를 해준 적이 있다. 그것은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주고 나의 주장을 너무 관철시키는 말은 삼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참으로 기분이 나쁜 충고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들의 고민거리를 들어줄 때 언성을 높이면서 나쁜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어서 마음이 편해지고 고맙다는 말도 듣게 되니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는 게 참 많았다. 그래서 말은 안했지만 남편의 충고에 상당히 고마움을 많이 느낀다. 요즘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 연예인이 어떤 이의 자살을 보고서 주변 친구부터 먼저 챙기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친구는 나의 거울이기도 하지만 나는 친구의 거울이기도 하다. 친구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기꺼이 손 내밀어 주고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한다.








가정교육이 인성의 뿌리가 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부모가 된다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는 살아있는 교과서로 아이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보고 배우는 지침이 되기도 한다. 우리 집에 아이는 아직 어려서 눈에 띄는 점이 많이 없지만 돌이 갓 지났을 무렵 희한한 표정과 웃음소리를 듣고서 어디서 배웠나 했더니 엄마, 아빠의 모습을 듣고 그대로 따라한 것을 보고 우리 부모는 반성을 많이 했다. 아이에게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기 전에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인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인성교육, 현대 교육에 있어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부모가 바뀌지 않으면서 자식을 교육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배워야할 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해야 되는 것 같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남을 짓밟고 일어서는 게 아니라 자신 스스로를 연마하는 게 더 나은 일임을 가르쳐야할 것이다. 이 책의 부록에 보면 유대인의 교육 비결이 있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이들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민족이 되었던 이유는 바로 교육에 있었다. 지혜로운 이야기들도 보면 대부분 탈무드에서 비롯된 것이 많이 있는데, 그들은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한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과 지식을 얻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다르듯이 자녀에게 지혜를 얻게 하고 사람답게 사는 법을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내 자식이 어떻게 클지 참으로 기대되는 일인데, 대인배가 되는 것이 소원이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대인배가 되도록 배워야할 터, 이 책으로부터 겸손함과 지혜를 배워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도시여행 - 도시 골목골목, 우리 문화와 이야기를 따라 걷다 참여하는 공정여행 2
이병학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걸어서 도심을 여행하면 괜히 힘들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걸어서 여행한다면 문명의 혜택이 있는 시내나 영화관, 도서관 정도 밖에 못갈 것 같다. 시청이나 구청에 들려서야 겨우 안내받을 수 있을까 골목골목을 알아서 여행한다는 건 좀 어려울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도시여행'을 읽고서 그런 생각을 잊어버리기로 했다. 이 책 한 권으로 전국의 골목골목을 혼자서 여행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사실, 나는 대구에 30년 가까이 살았지만 지리적 위치만 알아왔지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잘 몰랐다. 지금의 대구 시내 한복판에서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시대의 흐름을 눈으로 보여주는 곳이 몇 군데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오래된 일들을 설명해 주고 있어서 대구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더군다나 서울이 성곽도시 이었다는 것을 깜빡하고 지낸 것 같다. 서울 도심이 수많은 빌딩으로 빼곡히 둘러싸여 서울이란 곳은 세련되고 현대적일 것만 같았던 착각을 했던 것이다. 서울 안에도 문화, 역사가 있고 자연이 있는 곳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세종과 숙종 때 쌓은 성곽돌이 다르기 때문에 구별하며 찾는 여유도 가지면 좋을 듯하다. 다만 성곽의 일부가 유실되어서 그 흔적을 모두 찾기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인왕산으로 올라가는 성곽의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을 보는듯한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의 경우는 4구간으로 나누어 여행코스를 짜두었기 때문에 며칠 동안 여행을 하게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작년 가을쯤에 남원 광한루원에 간 적이 있다. 그때 광한루원 주변에 유명한 음식점을 찾는다며 골목을 다닌 적이 있는데 이 책이 있었다면 음식점이 아니라 골목골목의 숨겨진 문화유산들을 보며 더 좋은 시간을 보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경주와 포항의 경우엔 자주 놀러가는 편인데 경주의 경우 신라의 천년고도라 불리지만 고려, 조선시대의 유적도 있다는 걸 알았는데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하면서 역사도 배우고 맛집도 다녀보는 경험을 해야겠다. 이 책은 또 다른 역사 배우기에도 한 몫을 하고 내 고장이나 가보고 싶은 지역에 대한 애정이 샘솟게 만드는 것 같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부산 사하구에 있는 빽빽이 들어찬 알록달록한 집들이다. 그리스의 산토리니에 비유되는 이곳에 태극도와 관련된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자판기 커피가격을 알려주는 다정다감한 저자의 글 솜씨도 엿볼 수 있다. 역사적 기록에는 없는 이야기들을 물어 물어서 알아보고 글을 써내려간 노고에 정말 감사를 드린다. 책에 소개된 각 지역마다 여행 팁이며 맛집 소개, 다양한 볼거리, 찾아가는 길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심지어 택시요금이나 버스로 이동시 걸리는 시간, 마을버스의 배차간격, 주차장 안내 등 세심한 배려까지 해놓은 내용에 언제든지 가볼 수 있도록 완벽하게 구비된 준비물이 아닌가 싶다. 도심을 걸을 준비가 되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가 마중 -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가족에세이 그림책
박완서 글, 김재홍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첫아기 맞을 준비가 대단합니다.
아기를 낳고 길러 본 부모라면 첫아기에 대한 많은 준비를 하면서 설레임과 기대를 기억할 것입니다.
비슷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그들만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아가마중을 준비했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모두들 그 마음은 하나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바로 아기에 대한 사랑입니다.

 

 


특히, 엄마의 경우에는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10달 동안 겪게 되지요.
좋은 음식을 먹고 예쁜 말을 쓰며 고운 마음을 갖고서 생활하는 모습 말이에요.
홑몸일 때는 솔직히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나를 소중히 생각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임신을 해서 엄마가 되는 준비과정은 참으로도 고귀하고 숭고한 일입니다.
변하는 내 몸에 대해 낯설기도 하지만 아기라는 생명체를 품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지요.
크고 잘 익은 과일만 먹고 항상 깨끗하고 좋은 음식만 먹으며
여유 있고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살아간다는 일은
엄마에게도 낯선 경험이지만 아기에게는 태교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기 시작했고 또 실제로 참 아름다운 세상임을 느끼며 살았답니다.
그러다 태동을 느끼기 시작했고 뱃속에서부터 교감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열심히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가 좋은 것만 닮아서 태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에
뱃속 아기에게 유치하지만 요구하기도 했었지요.

 

 

 



아빠는 믿음직스러운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믿음직스러운 것과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으로
구별해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아가를 맞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할까요?
어떤 아이 아빠는 별로 준비할 것이 없다고 하지만
믿음직스러운 아빠가 된다는 것,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분법적인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면 이 세상은 온갖
믿음직스럽지 못한 세상이 될 거예요.
하지만 태어날 아기에게 태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건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결심을 합니다.
믿음직스럽게 보이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세상에 사랑을 베풀면서 받는 사랑은 우리 아기가 다 받길 바라는 것이죠.

 

 



깜깜한 밤이 오기 전에 잠깐이나마 노을이 있다는 것은 참 놀랍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 책은 고 박완서님이 쓰신 동화책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읽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위한 귀한 책입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책이며, 그림 또한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세상을 어둡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어둡고
예쁘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한없이 예쁩니다.
우리는 태어날 아가를 위해 어떤 마음을 가져할지 명확한 대답이 나오겠지요.
생명을 품으면서 그토록 좋은 경험을 해 보았던 아이의 엄마,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며 오늘도 해맑은 미소로 아이와 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곤충의 유토피아 - 열린 광장, 자연의 낙원에서 함께 살기 정부희 곤충기 2
정부희 지음 / 상상의숲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30대 이후의 사람들은 각자 어릴 적 논에도 들어 가보고 들판을 다니며 고추잠자리도 잡아본 기억이 있을 것인데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좀처럼 논밭을 구경할 일도 없고 잠자리채를 매고 들판을 다닐 일이 별로 없다. 빽빽한 건물들에 갇혀서 정해진 시간에 왔다갔다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긴 하는데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어린 파브르는 그 시절 학원을 가야하고 밤늦게까지 숙제를 할 필요가 없었기에 자유롭게 곤충을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은 당장 아이들을 쳇바퀴에서 끄집어내어서 앞이 탁 트인 들판에 데려다 놓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다.

 

 



 

이 책은 물 위, 물 속, 땅에 사는 곤충들을 섬세히 관찰하고 그들의 삶을 적어놓은 곤충 자서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반적으로는 백과사전의 형식을 띄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저자의 맛깔스런 경험담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 같은 구수한 느낌이 있다. 필요한 학술적 정보도 실려 있고 새로운 곤충을 설명하는 페이지의 하단에는 항상 종, 과, 목을 명시해 놓고 있다. 딱딱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접을 수 있었던 것은 곤충의 이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곤충의 특정한 행동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 곤충을 관찰하기 위한 주변배경과 저자의 경험담 등이 에세이를 읽는 듯 술술 읽혀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친구네 논에 들어가서 올챙이도 보고 여러 곤충도 잡고 놀았던 기억을 되새겨 본다. 여름이 되면 노란 실잠자리를 보고 새끼 잠자리라고 하면서 붉은 고추잠자리와 다른 색이라 참 예쁘게 여겼던 기억이 난다. 학교 마당 한편엔 물옥잠이랑 수중 식물을 키우면서 수중 곤충들도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남학생들이 물방개를 갖고 와서는 여자애들이 까무러치게 놀랐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10년이 넘게 본 기억이 없다. 우리 집 앞마당 한쪽 구석엔 감나무를 키우기 위해 거름더미를 만들어 둔 적이 있는데 한 몇 년 거름을 만들다 보니 어느 해 매미 애벌레가 엄청나게 많이 있던 걸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을 땅속에서 애벌레로 사는 매미가 안쓰러워서 많은 애착을 가진 적이 있다. 그들이 참매미일 가능성은 적었지만 참매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책에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되어서 만족스럽다. 허물을 벗는 참매미는 옥색 옷을 갈아입는데 고운 한복을 입은 아가씨처럼 아름다웠다.

 

 



 

참 바보 같지만 나는 이번에 반딧불이와 개똥벌레가 같은 곤충을 가리키는걸 알게 되었다.(방금 확인했지만 우리 남편도 몰랐다는 사실) 개똥벌레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상상해본적인 있지만 쇠똥구리랑 비슷하겠지 라고 생각만 했지 반딧불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반딧불이 내는 불빛은 차가운 빛이라서 뜨겁지 않다는 사실에 좀 놀라기도 했다. 하긴 꼬리에 그렇게 불을 켜놓고 다니면 얼마나 뜨거울지. 여러 곤충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색이 화려한 참뜰길잡이가 생각이 난다. 몸에 보석을 지니고 사는 곤충처럼 오색 빛이 반짝이는 것이 그렇게 작은 곤충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이제는 모래에 뚫린 구멍을 보면 이름은 어렵지만 참뜰길잡이를 생각할 것 같다.

 

 



 

우리가 큰 몸집으로 저 작은 생명체를 자세히 관찰하지 못했던 점이 참 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의 삶 또한 치열하고 때론 낭만적인 삶에 우리 인간이 그들을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 참 안타깝다. 곤충들이 우리보다 몸집이 큰 존재였다면 이토록 우리가 무관심 했을까싶다. 늪을 보호하고 산림을 보호하자고 외치기 이전에 우리 주변에 있는 생활환경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곤충, 그들은 지금이 유토피아적 삶을 살고 있는 시기라고 한다. 우리 인간이 그 유토피아를 무참히 없애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펴내면서 저자는 자신의 삶을 곤충에 바쳤다고 해도 될 것이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고 하지만 아마 곤충에 바친 삶이 그렇지 않았던 삶보다 훨씬 보람 있다고 말할 것 같다.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펴낸 책에 고마움과 감동이 밀려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