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가는 마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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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저기에 있습니다. 나는 ‘저기 있는 풍경’이 인물의 ‘여기 있는 마음’과 합쳐지는 순간을 느리게 기다렸습니다. 느리게 기다리다보니 느리게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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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마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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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상황이지만 왠지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찾아서 행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개그를 다큐로 받는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뻔하게 치킨집을 차리지 않고 쌀국수 가게를 차린 선택을 존중합니다. 초반의 고비를 잘 넘기고 수십 년째 운영하는 쌀국수 가게가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쌀국수 가게를 차렸다. 장사는 잘되지 않았고 월세도 내지 못하게 되자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어머니는 동남아도 가본적 없는 사람이 쌀국수 가게를 차린 것부터가 잘못된 거라고 빈정댔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그런 말투에 늘 상처를 받았다며 화를 냈다. 나는 부모님이 이혼을 하면 캐나다에 사는 큰이모한테 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공항에서 떠나는 나를 붙잡고 부모님이 우는 장면을 상상하면 복수하는 기분이 들었다.

- <보통의 속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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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마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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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가 넘쳐나는 글들은 대체로 부담스럽습니다.
부담을 넘어서는 재미나 정보, 인사이트가 있다면 계속 읽기는 합니다만, 글의 전제를 ‘자기애’에서 시작하면 관심이 뚝 끊깁니다.

왜 윤성희 작가의 글이 좋을까. «날마다 만우절»도 «느리게 가는 마음»에도 다른 이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차분하게 자신이 드러나는 글이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다른 이들의 아픔을 다른 이들의 시선을 그대로 존중하는 작가의 시선과 글이 좋습니다.

* 다른 책들도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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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마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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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행동...입니다.
요즘에는 보기가 드문.
저 자신도 어떤 어른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중학교 3학년 때 우리는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진 친구의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같은 병실에 중국집 손자도 입원해 있었다. 그날 그 아이가 입맛이 없다고 해서 그 애의 할아버지가 짜장면을 가지고 왔다. 짜장면 냄새가 병실에 퍼졌고 병문안을 간 우리 중 누군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주 크게. 그 소리를 듣고 할아버지가 사과를 했다. 그리고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중국요리를 잔뜩 시켜주었다.

- <보통의 속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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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마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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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다섯살인가 여섯살 때 커다란 박스를 들고 부모님 집에 온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빨래를 개는 기계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카가 박스를 뒤집어썼다. 박스에는 구멍이 두개 있었다. 어머니가 위쪽 구멍에 수건 두장을 넣자 잠시 후에 아래쪽 구멍으로 반듯하게 갠 수건 두장이 나왔다. 어머니는 조카가 태어났을 때보다도 더 환하게 웃었다.

- <해피 버스데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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