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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마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평점 :
심각한 상황이지만 왠지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찾아서 행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개그를 다큐로 받는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뻔하게 치킨집을 차리지 않고 쌀국수 가게를 차린 선택을 존중합니다. 초반의 고비를 잘 넘기고 수십 년째 운영하는 쌀국수 가게가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쌀국수 가게를 차렸다. 장사는 잘되지 않았고 월세도 내지 못하게 되자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어머니는 동남아도 가본적 없는 사람이 쌀국수 가게를 차린 것부터가 잘못된 거라고 빈정댔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그런 말투에 늘 상처를 받았다며 화를 냈다. 나는 부모님이 이혼을 하면 캐나다에 사는 큰이모한테 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공항에서 떠나는 나를 붙잡고 부모님이 우는 장면을 상상하면 복수하는 기분이 들었다.
- <보통의 속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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