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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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가 추천해서 읽어봤다. 그 전까지 나는 이창래가 누구인지도 몰랐는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럼 유명 작가였다. 2세인지 1.5세인지 어쨌든 미국에서 나고 자란 버네너(비하 아님)인 것으로 안다. 이창래라는 한국식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영문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번역은 내 사랑 너의 사랑 우리의 사랑 정영목님이 맡았다.

스파이라는 특수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한인 이민자 정치인의 측근으로 접근해 그를 관찰하는 스토리가 있지만 모든 이야기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담백하고 남 말하듯 하는 무감정의 문제와 감정선이라 읽기 편했고 어디 새지 않는 뚝심있는 전개의 방향성이 좋았다.

나는 그 흔한 미국사는 고모, 이모, 삼촌, 친척이 없기 때문에 이민자의 진짜 삶에 무관심하고 무지했는데, 캐나다에 시집오는 바람에 최근 2년 그들의 삶과 참 가까이 있었고 참 많은걸 새삼 느꼈던 터라 펼쳐지는 이야기가 다 남일 같지 않고 아는 이야기 같고 그래서 더욱 몰입해 읽었다. 미국인도 한국인도 평생 될 수 없는 이민자의 삶을 보니 먹먹하고 막막했다. 특히 주인공 팍의 아버지 이야기가 주변 여럿을 떠올리게 했다.

내 시부모님이 그랬고 내 남편이 그렇고 나 역시 그 길을 걷고 있고 나의 아이 역시 그럴 터이다.

또 유명한 책으로는 위안부의 이야기를 다룬 ‘척하는 삶’이 있지만 슬픈 건 못 읽는 나라서 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발췌

너 자신이 네가 고용할 수 있는 가장 값싼 노동력이다. 여기에 이민자의 성공의 큰 비밀, 큰 수수께끼가 있다.

나는 세상은 악마와 성자들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있는 만 명의 흐릿한 영혼이 지배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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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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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의 마지막 작품이다. 올 5월 돌아가셨으니 끝내 마지막 작품이네. 그간 읽은 필립 로스 작품(포트노이, 에브리맨, 죽어가는 짐승 읽음) 중 가장 덜 공격적이고 인간적이었다. 이 책에서 양심과 책임감을 이야기하는 필립이 낯설기까지 했다. 다 읽고서 옮긴이의 말을 읽다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걸 읽고 모호하지만 그 마음 알듯 싶어 ‘아 그래서’ 싶었다.

폴리오라는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에 놀이터 교사였던 캔터가 하나 둘 전염되고 끝내 사망하는 상황에서 피앙새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그리고 전염병이 아직 닿지 않은 섬머캠프로 전근을 하며 겪는 양심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말에 성인만 입장 가능하고 대화를 할 수 없는 완벽한 no talking zone 스파에서 몸은 따뜻한 물에 담그고 얼굴로는 찬 공기를 맞으며 읽었다. 책을 읽는 사람은 몇 있었지만 책을 읽으며 주륵주륵 눈물을 흘리는 건 나 하나였을 거다.

아이의 죽음을 슬프다. 성인의 죽음은 그저 본인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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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백색인), 신들의 아이 (황색인)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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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도 최애 소설이었던 ‘깊은 강’ 앤도 슈사쿠 작품이 VPL에 있길래 신나서 집었는데 쉽게 읽히면서도 그 가닥이 잡히지 않아 끝까지 찜찜하게 읽었다. 제목에서 보이듯 종교에 관한 이야기이고 1부 백색인의 이야기 2부 황색인의 이야기로 프랑스와 일본에서 각각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두 줄기가 결국 한 줄기로 만나는 포인트가 있겠지만 캐치하지 못했다. 이건 읽은 것도 안 읽은 것도 아니다. 죄송!

발췌

혼자가 되었다. 유산은 앞으로 10년 동안의 내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나는 자유다.

중위는 얼굴도 들지 않았다. 나는 채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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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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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굉장히 오랜만에 읽는 김영하 소설이다. 가벼운 걸 읽고 싶었고 재밌는 걸 읽고 싶었다. 이럴 때에 김영하 단편집 이상으로 좋은게 있을까?

7개 단편 중 제목만 보아도 이야기가 바로 떠오를만큼 모두 재밌고 인상 깊게 읽었다. 전체적으로 평균보다 조금 과하고 평균보다 조금 어두운 정도의 설정에서 평균의 인물들의 태도과 감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라 ‘나라면?’ 하는 가정과 ‘아마 나였어도’하는 인정을 하며 읽었다.

가장 좋은 건 첫 번째 이야기인 ‘오직 두 사람’이었는데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좋았고 소수민족의 언어가 소멸되어가며 이 세상에 단 한사람만이 쓰는 언어에 대한 상상이 재밌었다. 그리고 ‘아이를 찾습니다’가 극단적이면서도 현실적이라 몰입되었고 다음으로 이어지는 ‘인생의 원점’은 평소 생각하던 사랑=성욕(즉 착각)의 이야기라 좋았다. 그러고보니 목차 순서대로 좋았다. 이런 우연이?

단편은 김영하
김영하는 단편

책을 읽으면서 이 두 문장이 계속 떠올랐는데 참 다른 말이라 웃겼다. 참 다른 말이고 참 맞는 말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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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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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PL에서 빌린 책인데 4월에 절반 읽고 엄빠 오시면서 반납하고 얼마전 다시 빌려서 끝냈다. 보통 사정이 있어 대여한 책을 다 못 끝내고 반납하면 그대로 끝이었는데 이건 생각 이상으로 재밌고 잘 읽혀 제대로 끝내고 싶은 마음과 절반만으로 400페이지 넘게 읽는게 아까운 마음 더해져 결국 다시 빌렸다. 세 달만에 읽는데도 스토리가 생생히 이어지는 것이 참 기분 좋았다.

김태리와 김민희의 야릿한 장면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이고 소설은 3부로 나뉘어져있는데 영화 아가씨는 1부까지의 이야기였다. 1부가 끝나고 아! 했다. 1/3이라니. 이미 완벽한데...! 이 이상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2부 끝나면서 아! 했고 3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아! 했다. 세상에 참 많은 글쟁이가 있지만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글쟁이 부류이다. 재능이 있으면서 치밀하기까지 한 이야기꾼.

줄거리는 몇년이 지나도 기억이 날테니 굳이 정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런던 도둑소굴에서 지내던 고아 소녀에게 알고 지내던 사기꾼 젠틀맨이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건을 제안한다. 저어기 떨어진 마을 대저택에 세상물정 모르고 집에만 박혀 삼촌의 뜻에 따라 수동적인 소설 읽기 작업만 하는 아가씨를 꼬여내는데 도움을 달라. 그 아가씨와 혼인하며 그녀의 재산을 가진 후 정신병원에 넣고 우리 돈 나누자. 하는 제안에 아가씨의 새 하녀로 일하게 되 소녀. 속여내야하는 아가씨에게 측은함과 애정을 갖게 되고..... 뭐 이런 이야기인데 영화 본 사람이라면 더 읽을만하다. 영화는 너무나 초반 이야기인 것! 연휴에 방구석에 박혀 에어컨 바람 쐬며 읽기 좋은 재미난 소설이다.

재밌는 문장도 꽤 있었는데 메모장이 날아갔던가 블로그 임시저장글이 사라졌던가 어쨌든 남아있지 않다.

800페이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장까지 완벽한 이 소설 추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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