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반양장) 부클래식 Boo Classics 20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두행숙 옮김 / 부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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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진작에 읽었어. 7월이었나 8월이었나. 가끔 무슨 책 읽을지 모르겠을 때 네이버 지식인 서재를 보는데 차라투스트라를 많이 추천하더라고. 그래서 궁금은 했었는데 오빠가 니체 이야기를 자주해서 더 궁금해졌어. 철학이니 사상이니 그 전엔 궁금했던 적도 없었고 니체도 나한텐 낯설거든. `신은 죽었다` 정도. 근데 도서관에서 대체 뭘 읽으면 좋을지 당기지 않아서 문학 코너 말고 철학 심리 코너로 갔더니 되게 예쁘게 생긴 부북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있는거야. 그거 고르고 나오면서 오빠한테 이거이거 빌렸어 말했더니 비추.. 이해가 될까 싶은데...라고 와서 뭐 안 읽힘 반납하면 되지! 해놓고 속으론 `읽고 좋다는 사람이 있고 지금까지 계속 읽히는 책인데 어려운게 어딨어.` 하고 약간 전투 모드로 펼쳤어.

그런데 나 스스로 너무 깜놀. 펼치자마자 너무 재밌는거야. 왜 어렵다고 말을 하는지는 대충 알겠어. 무형의 존재나 감정을 계속 이야기하다보니 한 단어에서 포인트를 놓치면 무슨 말인지 미궁으로 빠지는 거야. 근데 나는 니체가 어떤 단어를 썼다 해도 그 마음, 뜻 다 하나같이 이해가 됐어. 이건 이해력이나 독해력, 지성의 문제가 전혀 아니고 작가와 공감의 문제야. 그리고 족족 공감이 되니 나이 엄청 많은 현자를 만나 난로 옆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난 웃으며 울상지으며 맞아요...바로 그거예요... 제 말이 그거라고요...히잉 하는 반가움과 감격에 어쩔 줄 모르는 느낌. 그 말투와 사상이 참 괴짜같으면서 직관적이어서 `그리스인 조르바`의 느낌도 있었어. 근데 남성미 빠진 조르바. 근육없고 왜소한 조르바. 읽으면서 몇번이나 피식댔는지 모르겠어. 재밌어 재밌어. 아 다시 읽고 싶다. 책도 어쩜 저리 예쁜지.

기본적으로, 니체는, 적어도 차라투스트라 입을 빌려 말하고 있는 니체는 인간 심리에 대한 간파를 하고 있고 그들이 어리석고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그걸 무시하기보단 이렇게 하면 되는데 이 간단한 이치를 왜 모를까 갸우뚱하는 느낌이야.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그걸 보고만 있지 않고 편안한 길로 진리의 길로 이끌어주려고해. 근데 그 부족한 보통인간들은 그런 자기를 괴짜로 보지. 그래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법(사놓고 안 읽어서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지만 제목과 표지의 웃는 할아버지가 너무 좋다. 팝아트적인 커버색도˝ 딱 이 제목처럼 ㅋㅋㅋㅋ 뭔가 짠한 감정을 갖고 설파하면서도 또 답답해져선 아오 못해먹겠네! 아냐 그래도 내가 안하면 얘들 어떡해 나라도 해야지...하고. 진짜 내 멋대로 해석이다 데헷.

발췌가 워낙 많아질 거여서 임시저장으로 발췌는 계속 옮겼었거든. 그런데 이제야 리뷰를 쓰는 이유는. 이 내용을 어떻게 설명하지? 막막했어. 근데 다시 생각하니 요약하고 설명할 필요 있나. 내 느낌 옮기는게 감상이고 리뷰지. 해서 쓰는거야. 그리고 성경을 어떻게 설명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진리가 들어있는데. 그냥 곱씹으면서 읽고 옳다옳다 하고 감동하고 따라야지. 아 감동에사 허우적대던 때에 진작 썼음 좋았을걸. 너무 아끼는 나머지 이렇게 되어 버렸네. 미리 발췌되어 있어서 세상 편하다.

발췌

곧바로 잠이 들었다. 몸은 지쳐 있었으나, 영혼은 편안한 상태였다.

모든 피안의 세계를 창조한 것은-고뇌와 무능력이었다. 그리고 가장 고뇌하는 자만이 체험하게 되는 저 짧은 행복의 광기였다.

이 자아와, 자아의 모순과 혼란이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그래도 가장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이 창조하며 의욕하고 평가하는 자아. 만물의 척도이며 가치인 자아가.

머리를 더 이상 천상적인 일의 모래 속에 파묻지 말고 자유롭게 쳐들라고. 대지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지상의 머리를 쳐들라고!

삶에 대한 그대들의 사랑이 그대들이 지닌 최고의 희망에 대한 사랑이 되게 하라. 그리고 그대들의 최고의 희망이 삶에 대한 최고의 사상이 되게 하라!

더 이상 그들에 맞서 팔을 들어 올리지 마라! 그런 자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리고 파리채가 되는 것은 그대의 운명이 아니다.

그들은 그대가 지닌 모든 덕 때문에 그대를 처벌한다. 그들이 진심으로 그대를 용서해 주는 것은 오직 그대의 과오일 뿐이다.

남자의 행복은 ˝나는 하고 싶다˝는데 있고, 여자의 행복은 ˝그가 하고 싶다˝는 데 있다.

결혼, 그것을 나는 창조하는 당사자보다 더 나은 것을 창조하려는 두 사람의 의지라고 부른다. 그런 의지를 지는 사람들에 대한 상호 존중을 나는 결혼이라 부른다. 이것이 그대의 결혼의 의미와 진리가 되게 하라. 그러나 어중이떠중이들, 이 잉여 인간들이 결혼이라고 부르는 것-아, 그것을 나는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아, 한 쌍의 영혼의 빈곤함이여! 아, 한 쌍의 영혼의 불결함이여! 아 한 쌍의 가련한 향락이여!

그대들은 차라투스트라를 믿고 있다고 말하는가? 그러나 차라투스트라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대들은 나의 신도들이다. 그러나 신도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대들은 아직껏 그대들 자신을 찾지 않았다. 그래서 그대들은 나를 찾은 것이다. 신도들이란 다 그렇게 한다. 그래서 모든 신앙이 다 하찮은 것이다. 이제 나는 그대들에게 나를 잃어버리고 그대들을 찾으라고 명한다. 그리고 그대들이 모두 나를 부인했을 때, 비로소 나는 다시 그대들 곁으로 되돌아가리라.

만일 신들이 존재한다면, 내가 신이 되지 않고서 어찌 견딜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어떤 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에게 괴로워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의 괴로움을 위한 휴식처가 되어라. 그러나 딱딱한 침대, 야전 침대가 되어라. 그리하면 그대는 그에게 가장 필요한 자가 될 것이다.

평등을 설교하는 자들이여! 내가 보기에 그대들은 독거미이며 숨어서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자들이다!

아름다움은 성급한 의지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약간의 초과, 약간의 부족, 바로 그것이 여기서는 의미 있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진실로, 그대들은 자기 자신의 얼굴보다 더 나은 가면을 쓸 수는 없으리라. 그대 현대인들이여! 누가 그대들을 알아볼 수 있겠는가!

˝시장의 파리 떼에 대하여˝ 전체

˝자식과 결혼에 대해서˝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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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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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권의 책을 끝낼 줄은 몰랐는데. 두 권의 리뷰도 쓸 줄 몰랐고. 자라섬 여행 다녀와서 서울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편안한 소파 조용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은거야. 중곡역 난생 처음 가본 중곡역 할리스에 갔는데 지하가 북카페야. 모든 사람들이 소리 죽여 말하고 BGM 죽이고.. 음량도 완벽해. 구비해 놓은 책이 수는 적은데 읽고 싶은 것 투성이. 뭐야 할리스 너. 자주 갈거야. 굳이 그 먼 곳에 자주 가고싶어. 세일즈맨의 죽음 끝내고 리뷰 쓰고 한 시간 정도 더 앉아있고 싶어서 문학 중에 얇고 끌리는 `비둘기`를 집었어. 파트리크 쥐스킨트. 워낙 유명한 작가고 워낙 인상깊은 작가이지. 총 세 권의 책을 쓴 건 오늘 알았는데 `좀머씨 이야기`는 중학생 때 읽고 하도 그 인상이 묘해서 몇 번이나 더 읽었었어. 그리고 `향수`는 고등학생 때 읽었었고 서른이 되어 비둘기로 쥐스킨트 클리어구나. 세 권으로 클리어라니 기분 좋군.

바라는 거라곤 타인과 섞이고 싶지 않고 본인의 의지 안에서 컨트롤되는 소박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 오십대 남성의 하루야. 젊을 적 자타의로 인해 겪었던 혼돈, 트러블에서 벗어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꽤나 만족스러운 삶을 꾸려가고 있던 남자에게 위기가 닥쳐. 바로 비둘기. 자그마하고 가득 찼지만 이 세계에 유일하게 본인이 평온함을 느끼는 집 복도에서 비둘기를 마주쳐. 그 공포스러운 존재로 정돈된 그의 삶이 모두 엉망이 돼.

와. 어떻게 그림자처럼 배경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는 존재감없는 인물의 하루 동안의 감정을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쓸 수 있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소설은 긴박하고 절박하게 진행됐고 마무리까지 되었다. 고전이라고 불릴 연배가 안되겠지만 고전이라 불리는 명작들의 냄새를 맡았다. 이건 고전급이고 명작급이다.

주인공이 얼마나 난처한지 절망스러운지 그냥 내가 파리로 날아가서 새총으로 비둘기 처리해주고 싶었다.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누군가에겐 아무 일인 거지. 그 감정의 흐름에서 또 다시 다른 사람의 감정을 감히 내가 판단하고 이해하려 하는 것은 욕심이고 오만임을 깨닫는다.

발췌

이제는 죽음이 아니고는 그 어떤 심각한 일도 결코 일어날 수가 없으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남들이 다 지켜보는 자리에서 엉덩이를 까고, 용변을 볼 수 밖에 없는 사정보다 더 비참한 일이 그의 생각으로는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었다.........부득이하게 보는 용변! 그 말 자체가 이미 모든 괴로움을 다 말해 주고 있었다.

질문 가운데는 어차피 묻는 사람조차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묻는 것의 내용에 이미 부정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이 있다. 그리고 말을 꺼내자마자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면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부탁도 있다.
-오늘 가평에서 짜장면 시키려고 5km넘게 떨어진 중화요리집 대여섯 군데에 전화할 때. 이미 거절 당할 것음 알고 있었다

그의 몸 속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자기 혐오가 모자챙 밖으로 점점 더 험악하게 노려보던 눈을 통하여 그의 몸 밖으로 빠져나가 완벽한 증오가 되어 바깥 세상으로 퍼져 나갔다. 시선 안에 들어오는 것들을 그는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와 추악한 찌꺼기로 덮어씌웠다.

˝내일 자살해야지.˝ 그렇게 말하고 그는 잠 속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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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5-10-1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라섬 어땠어요? 날씨가 이래서 힘들었겠어요😣

Cindy.K 2015-10-11 22:15   좋아요 0 | URL
얼마나 비를 맞고 떨었는지 어깨 담 걸린듯해요 ㅋㅋㅋ 주말 마무리 잘해요!!

2015-10-11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2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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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문학 몇 선을 블로거가 소개해줬는데 그 리스트는 이래.

1. 펄벅 ˝대지˝
2. 미우라 아야코 ˝빙점˝
3. 나다니엘 호돈 ˝주홍글씨˝
4. 스콧 핏제랄드 ˝위대한 개츠비˝
5. 셰익스피어 ˝오델로˝
6.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7. 헨리 제임스 ˝데이지 밀러˝
8.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9.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도곡도서관 (빌리러는) 오랜만에 가서 어느 하녀의 일기랑 세일즈맨의 죽음 두 권 빌렸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권을 끝내고 2권 들어가기 전에 출퇴근 때 들고다니며 읽을 가벼운 책으로 먼저 시작했고 되게 금방 끝냈다.

희극이고 한 가족이 등장해. 30년간 세일즈맨으로 본인의 성공 아들들의 성공을 평생 그리며 살아간 가장 윌리가 주인공이고 그의 아내 린다(꼭 마지 심슨처럼 다정하고 현명하고 헌신적인 아내) 아들 둘 비프와 해피가 나와. 본인은 기본급도 안나오는 회사에서 커미션만으로 생계를 겨우 유지하면서도 자존심과 아들들에 대한 희망으로 망상과 현실부정 투성이 속에서 살아가. 그런 남편을 진심으로 동정하고 위로하는 아내와 실제 능력도 안되면서 말로 아버지를 기쁘게하려는 둘째 아들 해피. 근데 첫째 비프는 아버지가 현실을 직시해야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본인이 얼마나 처참한지. 얼마나 가망업는 삶인지를 아버지에게 말해. 고백이지. 그런 이야기야. 마지막에선 눈물이 났어.

내가 비프와 닮았다. 그게 비극을 이끌어냈지만 비프는 아마 아버지가 충격을 받더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이 남은 생을 강박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믿었을거야. 사탕발림이나 가식적인 위로가 용납이 안되는 거지. 끝 부분의 비프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이 아팠어. 본인이 얼마나 못났는지를 제발 들어달라는 그 절박함이라니.

우리의 세상 이야기고. 가족 이야기고 삶 이야기. 가장의 이야기고 남자의 이야기고 우리 아버지와 내 남편의 이야기야.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미사여구 없이 특별한 사건 없는 비극이라니. 명작은 역시 명작이다.

그나저나. 부족한 현실을 깨닫는 게 행복할까 외면하고 미화시키고 가망없는 희망을 안고 사는게 행복할까? 이게 남자의 본성을 알게한다. 아마 남자는 후자인가봐. 가오. 꿈. 희망. 자존심. 책임. 모두가 거칠고 절박하게 살고 있다. 모든 가장은 존중 받아야한다. 이 책은 가장들이 안 읽었음 한다. 죽고싶어질 거야. 반대로 부모는 읽었으면 좋겠다. 교육에 대한 것. 가르침과 인도에 대한 것.

발췌

진짜 바라는 것은 셔츠를 벗어 던지고 야외에서 일하는 건데 고작 두 주짜리 휴가를 위해 일년 중 오십 주를 죽어라 고생하는 거지.

오렌지 속만 까먹고 껍데기는 내다버리실 참입니까. 사람은 과일 나부랭이가 아니지 않습니까!

우습지 않아? 고속도로 여행, 기차 여행, 수많은 약속, 오랜 세월, 그런 것들 다 거쳐서 결국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가치 있는 인생이 되었으니 말이야.

아버지가 저를 너무 띄어 놓으신 탓에 저는 남에게 명령받는 자리에서는 일할 수가 없었어요! 그게 누구 잘못이겠어요!

아버지, 저는 이런 놈이에요! 저는 아무것도 아닌 놈이라고요! 모르시겠어요? 반항하는 게 아니에요. 전 그냥 이렇게 생겨먹은 놈이에요. 그뿐이라고요.

제발 절 좀 놓아주세요. 예? 더 큰일이 나기 전에 그 거짓된 꿈을 태워 없앨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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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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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리뷰 쓸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소제목. 내가 정하는 이 책의 이미지인데. `분간이 힘든 선과 악 세력에서 싸움 중`이라니. 총 두 권 짜리 소설이라 결국 어떤 소설이 될 것인가에 대한 감이 없다. 말 그대로 돌아가는 상황 파악만 한 상태에서 1권이 끝났다. 정말 흔치 않게 오프라인 서점에서 산 책이야. 약속 시간이 떴는데 마침 그 건물에 반디앤루니스가 있었어. 평소 사고싶던 줄리언 반스 10과 1/2장으로 쓴 세계역사가 품절이었고 읽었지만 소장하고 싶었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품절. 어쩌라고....하다가 은희가 `인생책`이라며 추천해줬던 게 생각나서 샀어. 1권을 읽은 지금. 인생책이라고 불리기 엄한데..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확실히 재밌고 하루키는 특별하다.

우선. 판타지야. 프리랜서로 계산사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가 소리, 동물뼈, 구기 연구를 하는 박사 일에 고용 돼. 일만 하고 돈만 받음 되는 거였는데 그 연구라는 것이 세상을 바꿔놓을 힘을 가진 것이어서 선이라 느끼지는 정부와 악이라 느껴지는 암흑세계 사이의 추적을 받게 돼. 그런데 그 선과 악의 분간이 상황에 따라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 주인공 나름 혼자 싸워내고 있어. 그리고 하루키 대부분의 소설 답게(적어도 내가 읽은 다섯 편의 소설 중에선 상실의 시대를 제외한 네 편이 해당) 연관은 있겠지만 당장 무슨 연관인지 모르겠는 두 이야기가 장 별로 번갈아가며 나와. 그 나머지 이야기는 세계의 끝인데 여긴 정말 존재하지 않는 가상세계이고 그림자와 마음을 잃은 사람들의 세상에서 꿈을 읽는 사내가 주인공이야.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동물 머리뼈. 제목이 길고 거창하다 생각했는데 정말 딱 저 이야기야.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ㅋㅋㅋ

참. 소설이고 참 성의 넘치는 소설이야.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말 독특한 작가야. 생긴 건 중국 우화 작가처럼 생겨서 내용은 다른 세력, 다른 차원, 비현실과 현실 사이 그 와중에 섹스. 독특해. 집중을 못하면 아..뭐라는거야. 하고 읽다 질릴 수 있는 소설인데 다행히 흥미가 붙어서 재밌게 읽고 있어. 이게 두 이야기 중 하나만 호감이 안가도 번갈아 나오는 다른 이야기가 집중력도 흥미도 떨어뜨릴 수 있거든. 1Q84는 무려 두 권 읽고(그것도 권당 600페이지 거뜬 넘을 두께 두 권) 대체 무슨 내용이야... 파악도 못한 채 3권에서 포기했고. 어둠의 저편도 다 읽어도 어리둥절 할 것 같아서 조금 남기고 덮었는데. 지금 이 책을 읽고나니 초반에 집중해서 흥미를 느껴놓음 그 뒤는 술술 읽히는 게 하루키 특징인 것 같기도. 뜬구름 잡으니까 대강 슥슥 읽으면 나중엔 뭘 읽었는지 모른 채 이야기가 산으로 가고 있는거지. 아마 다시 마음 잡고 읽음 앞에 저 두 편도 재밌을 것 같아.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문장이 참 재밌다. 관찰력과 그 상황이나 태도를 문장으로 옮기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작가란 생각이 들어. 얼른 2권까지 읽고 그저 적절한 제목을 붙이고 싶다. 어떤 책으로 나에게 남을는지.

재밌는 발췌!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다양한 세상의 사상과 사물과 존재를 너무 편의적으로 생각하는 쪽이 아닌가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그건 곧 내가 편의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니라(물론 어느 정도 그런 경향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사물을 편의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정통적인 해석보다 그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훨씬 근접해 있는 듯한 경우를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샌드위치를 먹고 있을 때의 노인은 어딘지 모르게 예의바른 귀뚜라미처럼 보였다.
- 알 .... 것 같아....ㅋㅋㅋ 오이 마요네즈 햄 샌드위치 먹고싶다.​

˝진화은 늘 괴롭고 그리고 외롭지. 즐거운 진화란 있을 수 없네.˝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날카로운 칼날 끝을 그림자와 땅 사이에 쑤셔넣고 좌우로 몇 번 흔들어 딱 들어맞게 한 후, 그림자를 요령 있게 땅에서 뜯어냈다. 그림자는 저항하듯 아주 작게 몸을 떨었지만, 결국 땅에서 떨어져서 힘을 잃고 벤치에 주저앉고 말았다. 몸에서 떨어져나간 그림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볼품없었고무척 지쳐 있는 듯이 보였다.
-이런 상상력.​

눈을 감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검은색의 거대한 그물 같은 잠이 공중에서 마구 쏟아져 내려왔다.
-이런 간단하고 담백한데 적절한 표현​

˝그건 그렇고, 아가씨에게 개인적으로 뭔가 답례를 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요?˝
˝맞은편에 `서티원 아이스크림`이 있으니까 그걸 사다 주실래요? 콘 베이스 더블로, 아래는 피스타치오, 위는 커피럼으로. 기억할 수 있어요?˝
-매강에 나올 법한 대화였다. 괜찮아요 보다는 말하고 찡긋하자. 얼마나 건강해!​

사실 옷을 벗는 모습이 매력적인 여자는 수없이 많아도, 옷을 입는 모습이 매력적인 여자는 그리 많지 않다.

과일 광고 사진에는 언제나 금발의 아가씨가 등장한다. 그것도 아무리 오랫동안 들여다보아도 뒤돌아서면 어떤 얼굴이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그런 타입의 미녀다. 이 세상에는 그런 타입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그래이프푸르트와 흡사해서 전혀 구분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요즘 남자들이 성형미인에게 질려가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분명 미녀인데 기억이 안나는. 향기를 잃은.

올라간 것은 반드시 내려가고, 형태가 있는 것은 반드시 파괴되는 법이다.˝

사람은 자신의 결점을 바로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의 성향이란 대략 스물다섯 살까지 정해져버리고, 그 뒤부터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본질을 바꿀 수 없다. 문제는 외부 세계가 그 성향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느냐 하는 것으로 압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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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움의 왕과 여왕들
대니얼 월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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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됐어. Skt멤버쉽에서 두 번 연달아 됐어. 아시아나항공이랑 Skt가 도서 당첨이 잘되네. 그 외에는 도서 당첨은 없었던 것 같구나 생각해보니. 팀버튼 어쩌고 저쩌고 마법같은 동화같은 어쩌고 저쩌고해서 아 상업적이구나 했어. 표지도 분홍색에 폰트도 굉장히 현란하고. 그리고 이 전에 최근 당첨된 뭐 원숭이 길들이기인지 그런 제목의 책을 열 페이지도 안 읽고 덮었거든. 이러니 당첨됐지 싶었어. 책 안 읽는 애들이 띠지 보고 혹해서 살 것 같은 그런 이미지. 그런데 왜 읽었냐. 추석이었고 읽을 책는 쌓여있었지만 왠지 적극적으로 읽을 기분은 아니어서 버리는 카드를 선택하고 대강 읽다 아님 버리자 기분이었거든. 딱 이 기분이었을 때 읽었던게 코끼리에게 물을 이었는데 월척이었지. 로움도 그래. 월척이다 이거.

미국의 어느 후미진 지역 로움. 삼대 전에 시작된 이 폐쇠된 곳에서 쓰여지는 역사야. 대여섯 명의 중요 인물이 나오지만 시작과 끝 이야기의 흐름을 잡고 있는 것은 헬렌과 레이철 자매야. 끔찍하게 못샌긴 언니 헬렌과 그림처럼 아름답지는 맹인인 레이철. 헬렌은 눈이 안보이는 동생에게 이야기로 동생에게 세상을 보여주곤 했는데 동생을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외모의 열등감을 가진 탓에 이야기를 꾸며내기 시작해. 헬렌은 지상 최대의 미녀로. 레이철은 추녀로. 거짓말에서 시작된 감정의 변화 이야기의 변화. 그런 이야기야.

이 작가가 영화 빅피쉬 원작 소설의 작가라고 해. 듣고 느끼겠지만 정말 빅피쉬스러워. 별나지만 애정가는 캐릭터들. 나름의 사연과 나름의 연결고리. 현실이기엔 과장된 배경과 이미지. 동화. 판타지. 그런데 어른 이야기. 어른동화영화.

문장이 간결하고 흐름이 빨라서 속도감이 좋은데 불구하고 세상 진리를 담고 있어서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아. 재미로만 읽으면 재미소설이고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깨달음을 주는 소설이야. 굉장히 바람직한 소설의 역할을 다 하는 책이라고 하겠어. 등장인이 많은데 흐름과 중심을 잃지 않는 것도 그렇고 시각화되는 그 현실 탈출의 역할도 완벽히 하고 있어. 아 정말 얻어걸린 재밌는 책이었다. 모든 캐릭터의 심경이 하나하나 너무나 달랐음에도 불구 이해됐어. 사람의 감정이야.

나의 뉴컬리그(하트뿅)와 대표와 똥돼지 먹고 너무 심하게 먹어서 죄스런 마음에 전철 학동 투 이수 에서 발췌 옮기고 이수 투 낙성대을 걸어가며 리뷰. 재밌다. 삶이 재밌다. 그리고 내가 너무 좋다. 내 삶이 좋아. 언젠가 아니면 지금부터 살살 내 삶을 글로 옮기고 싶다. 이게 제일 재밌는데. 하루하루의 감정과 느낌이 너무 팔딱거리는데. 흘려보내기 아깝다. 암튼 이 소설은 분명히 영화화될거고(안 될 수가 없다) 꼭 볼거다.


아름답고 간결한 문장들 발췌. 진리에 가깝다.

인생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 그렇게 별것 아닌 듯한 순간에 바뀌는 것임을.

소문은 바람을 타고 바다를 건넜으므로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누구나 들을 수 있었다.

이 세상에서 살아온 세월 말고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향수병` 과거를 생각하면서 느끼는 깊은 슬픔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 인간이 `가진` 것은 과거뿐이기 때문에 이 향수병은 꽤 위험할 수도 있다고.

침묵은 귀로 들렸고 손으로 만질 수도 있을 정도였다.

˝원래 삶이 그런 거 아니에요? 주어진 것을 이용해 그 안에 다른 사람과 함께 온전히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 그게 삶 아니냐고요.˝

원래 이성은 그런 것이다. 나중에 돌아봐야만 이해가 되는 것. 그때가 되면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제야 이성은 `내가 뭐랬어?`하고 뻐겨댄다.

걱정과 사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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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5-10-0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과 사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걸어가며 리뷰? 앞에 조심하세요!

Cindy.K 2015-10-01 11:41   좋아요 0 | URL
날 걱정해주다니.. 사랑해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ㅋㅋ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