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시작한다. 일생일대의 첫문장을. 첫눈까진 아니고 첫삽쯤으로 끝날 무게랄까. 그만큼 진흙뻘이 되리란 걸 너무나 잘 감지하게 된 결과로서의 이 놀라운 비유라니. 훗. 누구나 그렇듯 내 몸이 언제 어떻게 박살이 날지 모른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야말로 오늘 문득. 갑자기. 번득. 그 득도의 쾌감에 부르르 떨며 키보드 앞에 경건하게 몸을 맡기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 뜻깊고 뜻깊어서 알콜처리한 박제로 남겨두고는 싶으나, 알콜은 그러라고 있는 게 아니니 그냥 목숨줄 부여잡고 몸부림치는 곰팡이가 되게끔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제 오늘의 첫문장을 공개한다. 




그의 몸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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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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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이라는 이유로 서사의 몸집을 반드시 불릴 필요까지는 없다는 걸 보여주고, 결말이야 어떻게 처리하든 독자들이여 개의치 말라는 그 배짱이 처음부터 끝까지 대범하여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설. 마음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취급했던 지난 날의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는 좀더 잘게 곱씹고 되새겨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타인의 마음이야 내 어쩔수 없다쳐도 내 마음이 어떤지 그것조차도 알지 못하는 것의 슬픔이 여기 있음을 이제 알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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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1-08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컨디션 2018-11-08 09:09   좋아요 2 | URL
좋은 하루를 스스로 다짐하듯 보증하듯 이제 막 커피한잔 앞에 두고 있어요^^

한수철 2018-11-1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마음이 어떤지 그것조차도 알지 못하는 것의 슬픔˝이라는 표현에 절로 공명이 되네요. T.T

...하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 걸까요?
그래서인지- 상관 관계가 면밀히 있는지는 차치할게요- 마음이랄까, 예 마음이라고 할게요, 마음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약해진 건 사실 같아요.
뭐, 그냥
그렇다고요....

아무튼 오랜만의 반가운 페이퍼네요. 컨디션 님의 스타일이 물씬 느껴지는. ;)

컨디션 2018-11-11 15:24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너무너무 오랜만에 한수철님 댓글이라, 철퍼덕 놀래미가 놀래자빠져서 어쩔줄 몰라하는 듯한 그런 마음이, 정신과 함께 번쩍 들었다고 딱 요만큼만 제 마음을 표현해 봅니다.

음,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말씀 들으니 뭐 저로선 일단 부럽기만 한데.. 근데 저도 최근 얼마전부터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제법 생겨서 사실 얼마나 좋아죽겠는지 어디 티도 못내고 있었는데 지금 이 기회를 빌어서..^^ 누구(?) 약 올리는 것처럼 들리셔도 어쩔수 없습니다ㅎㅎ
마음은 그 누구든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시간과 함께 육체가 약해지듯..

그나저나 불현듯
예전 알라딘 깨나 하던(주로 댓글 막 주고받던) 그런 때가 있었구나 하면서 언제 또 가능할랑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2018-11-12 1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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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1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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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18: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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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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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너무 똑부러지게 간결하면 오히려 잘 안읽히고 몰입도가 떨어지는데 이 책은 좀 예외였다. 그만큼 문장을 압도하고도 남을 메시지가 살아있기 때문이리라.
여백이 너무 많은 문장을 보면 마치 세상 초월한듯한 태도가 오히려 반감을 사기 쉬운데 그런 걱정일랑 붙들어매게 만든달까. 착한 말처럼 유치하고 재미없는 것도 없는데 그는 그런 와중에도 뼈속을 뭉클하게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말로만 들었지 사실 알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과연 영화와 소설 중 어느 쪽에 더 애착을 느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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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4 2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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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1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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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2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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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6 15: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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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1 15: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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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1 22: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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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0-1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주말 즐겁게 보내셨나요.
오늘은 미세먼지가 찾아오는, 겨울이 가까워지는 느낌의 월요일입니다.
한동안 미세먼지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앗, 하는 그런 기분이예요.
내일까지는 미세먼지와 스모그가 많다고 해요.
외출하실 때는 마스크 하나 챙겨가시면 좋을것 같아요.
즐거운 하루, 기분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컨디션 2018-10-15 18:06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흐린 가을하늘도 오랜만인게 이게 다 미세먼지 때문인가봐요. 마스크는 습관이 안되나서 그런지 여간해선 잘 안해요. 미세먼지 무서운줄 모르고사는 편이라..ㅎㅎ호되게 추우면 그때는 좀 해요. 서니데이님도 기분좋은 저녁 보내시길요^^

2018-10-19 1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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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9 20: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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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0 0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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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1 2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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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2 1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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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2 16: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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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2 17: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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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2 17: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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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0-26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오늘은 어제보다 바람불고 비오고 차가운 날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컨디션 2018-10-31 22:16   좋아요 1 | URL
시월의 마지막밤이 깊어가네요. 어제보다 추운 내일이 앞으로 몇달은 가다서다를 반복할 겨울이 코앞이니 시큰 코가 시려운 것도 같고..ㅋ
서니데이님도 언제나 감기조심, 10월 마무리 잘 하시구요^^

서니데이 2018-11-05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이번주도 좋은 일들로 가득한 한 주 보내세요.^^

컨디션 2018-11-07 22:46   좋아요 1 | URL
오늘이 입동이었네요. 비까지 내려서 이제 나무들도 완연한 겨울나무가 되는 그런 날의 시작. 밤이 깊어간다는 말이 점점더 와닿는 그런 밤이기도 하구요. 서니데이님도 따뜻한 밤 보내시길^^
 

이제 읽기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먹먹하네요.

다른 어떤것보다 책을 선물받는다는 것 또한 먹먹한 일입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먹먹함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작은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한 오늘을 기억하고 싶어 급하게나마 몇자 끄적이고 갑니다.

얼른 늦은 저녁을 먹어야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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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09-30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 맛나게 드세요~~저는 딸들 데리고 햄버거 먹고 이제 막 집에 기어들어와 에혀~하고 있어요ㅋㅋ

컨디션 2018-09-30 23:05   좋아요 0 | URL
집에기어들어와 에혀~하고있으시다니ㅋㅋㅋ 책나무님 귀엽습니당

2018-09-30 2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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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23: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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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23: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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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쯔쯔, 손가락질 받지 않는 하루를 살기 위한 일차적 몸부림이 무엇이냐.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아기가 아닌 이상 모두 비슷할 것이다. 씻기라고. 남들 사는 것처럼 살려고 태어난 셈이다. 평이한 일상을 살아보겠다고 이렇게들 난리인 것이다. 이 모든 게 사회적 동물로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하니 생각하고 말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을 좀 해보자면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욕 먹지 않고 그저 편안하고 평온하게 살고 싶은 기본적 욕구를 위해 이 고생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출난 재주가 없어서 어릴 때 그나마 책이라도 읽으면 칭찬이라도 받는구나싶어 그만 그 기분에 우쭐하여 책을 가까이 하고자 마음은 먹었으나 드디어 공부라는 거대한 벽을 만났을 때 그것은 한낱 동화책 나부랑이일뿐 세상살이에 도움이 안된다는 걸 깨닫기까지 어언 십수년이 걸린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을 즐겁지도 않은 추석연휴에 굳이 하게 된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나처럼 능력이 안되는 사람은 평범하게 살려고 발버둥치면 안된다. 평균 점수를 맞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아예 꼴찌를 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찾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진짜 내 생각과 느낌을. 세상 사람들 눈치를 자꾸 보게 되면 단순히 자신감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 서서히 힘을 잃게 된다.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다. 비싼 옷을 걸쳐도 거지같은 마음일 때가 있는데 옷에 가려져서 내가 없어졌을 때이다.

억울할 것인가, 아닌가를 놓고 생각해본다. 당장 죽어도 억울할 것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젠 아니다. 내 뜻이 뭔지는 몰라도 내 뜻을 펼치지 않고는 이대로 못죽는다. 내 뜻이 뭔지를 알게 될 때까지 부단히 노력하다가 결국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난 지금도 이 난리를 치르고 있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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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5 14: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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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1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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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06: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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