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며 멘붕에 빠졌고 나는 주방 식탁에 놓인 커피의 수증기를 바라볼 시간이 없다. 무엇부터 해야할지 몰라 허둥댈 때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면 그 순간은 지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누적된 경험으로 인한 취향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첫키스의 기억은 혀가 아닌 뇌에 저장된다. 빠르게 퍼지는 술기운이 내부의 장기가 아닌 뇌세포부터 건드리는 것처럼. 오늘 아침은 좀 그렇다. 검색할 할 새도 없이 찾아보아야 새가 생겼다. 참새와 비슷한데, 한쌍의 새가 집을 지었고 알을 낳기에 충분한 공간인지 아닌지 나로선 판단할 수가 없다.

주문하고 싶은 대로 주문하라고 하면 입맛이 떨어진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나는 당장 책 한 권 주문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행복해야 할 만가지 이유도 없는데 사는 게 행복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묘한 역설과 딜레마(그냥 막 갖다 붙임)가 있어 너무너무 좋다. 좋게 된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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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8 2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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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6-10 20:46   좋아요 2 | URL
네..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잘 보내고 소맥 한잔 하고 있어요^^ 더위는 이제 적응이 되어가는데요, 적응하면 할수록 시커먼스 반열에 가까워진다는 것이죠ㅎㅎ

집에서 책 보는 일을 못하는 저로서는 일단은 부럽기만 하지만, 또 그나름의 애로가 있으실 것도 같으니, 서로 삐까삐까 하지않나 싶구요^^

잘 지내시길 바래요~~
 

하고 싶은 얘기가 차고 넘치는 가운데 가까스로 참기로 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무슨 얘길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데 무슨 얘길 할 수 있겠는가.(아 또 이런 말투ㅠㅠ)

가볍지만 사려깊고 신랄하지만 지랄스럽지 않으며, 장광설인듯 지루하지 않게, 늘어나지만 과욕을 부리지 않는, 가두고 있지만 도망갈 수 있는, 그런(그럴 수 있는) 알라딘에 간만에 들어왔다.

오늘은 올 들어 가장 일찍 일어났다. 새벽 4시. 밖은 아직 어두웠고 마음은 무거웠고 몸은 그냥 절망적이었다. 소독(말이 좋아 소독이지 농약살포에 다름 아니다. 그나마 미량요소라 불리는 영양제가 추가될 뿐이다)을 하는 날은 이래야만 한다. 그나마 공포감은 현저히 줄었다. 작년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적과작업은 이제 막바지이지만, 그러느라 이 한 몸 다바쳐 이바지한 어떤 결사의 흔적이 있다면, 그것은 뼈다귀와 삭신이 동의어라는 것이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그 방면으로 어떻게든 도가 틀 줄 알았는데 아직은 시기상조인가 내겐 머나먼 얘기다.

이 일을 하면서 지겹다는 말을 한번도 입밖에 낸 적은 없다. 다만 내면화된 그 지겨움이 고이고 고여 고운 말로 승천하는 유니콘이라도 되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짜내야할 고름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다고 마냥 지겹기만 했다면 엄살이요 뻥이다. 작은 생명체가 커가는 걸 보면서 흔히들 하는 말이 하루하루가 다르다고들 한다. 세상은 달라지는 것 같지도 않고 달라질 것 같지도 않지만 달라진다. 어떻게든 달라진다. 열매 역시 커가면서 달라지는데 당장 작별이라도 할 것 같다. 애처롭도록 아름답게 달린다. 달리되 허투루 달리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있다.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다하려는 것처럼 필사적이다. 고요한 햇살과 흔들리는 바람과 작은 빗방울, 그리고 밤사이 내가 모르는 은밀한 세계와의 접신을 기다린다. 난 아무 것도 모르면서 이렇게 쓴다. 세상이 어떻고 열매가 어떻고 바람이 어떻고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알지 못하지만 쓰는 것이다. 쓰디쓴 척 현실을 비관하다가 쓰다만 공책처럼 얼 빠진 잇몸을 드러내며 현실을 잊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아무 것도 못하는 나에게 나는 절망도 잘한다.(이 짓도 하다 보면 잘하게 되는 건가) 아무려나 익숙하다 보면 지겨워질테고 그때가 되면 쥐어짜낼 고름이라도 있을까. 있을 것이다.그러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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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2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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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5-31 06:24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5월 마지막날이네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동병상련의 마음, 함께 위로가 될 수 있길 저도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한수철 2016-06-0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연한(?) 농부가 되셨구먼요. 컨디션 님. ^^

잘 지내시지요?

저는 컨디션 님을 생각하면 사과가 더불어 떠오르는데 사과 수확의 계절이 어서 도래했으면 하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과 수확의 계절인 늦가을이 오면, 사과 생각을 몹시 하겠지요. 왜냐하면 저는 사과에 관한 일화를 적잖이 가지고 있거든요. 흠흠

다름이 아니라,

오랜만에 페이퍼를 써 주셔서

좋아서 댓글을 남겨연....

컨디션 2016-06-01 02:11   좋아요 0 | URL
완연한 여름도 아닌데 벌써부터 여름 티를 내는 날씨처럼 저도 그런가 봅소ㅎㅎ(완연한에 물음표를 붙여주시다니, 딱 제 스타일입니다ㅋ)

사과생각은 귤생각 복숭아생각 딸기생각..이런 것보다 더 시적인 느낌이라 더없이 맘에 들구요.^^

한수철님을 오늘은 수철님이라 불러야 하는 상황이라, 뭔가 이건 뭔가 싶지만,
프사를 내리지 않으신 걸로 일단 위안을 삼겠습니다요..

한수철 2016-06-01 02:20   좋아요 0 | URL
음... 제가 좋아하는 알라딘 친구 중에는, 뷰리풀말미잘 님이 있는데요. 괜히 암, 뭐랄까, 농담이랍시고 거기 가서 혼잣말을 거느라고 잠깐 `한`을 뗐습니다. ㅎㅎ 물론, 잠시 후 다시 복구할 것입니다.^^

컨디션 님.
근데요.

요새 전 재미가 없어요.


흠흠.... 동시간 채팅,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좋은 밤 보내십시오!!!

컨디션 2016-06-01 03:06   좋아요 0 | URL
뭔 페이퍼를 좀 쓰느라 이제서야 댓글 봤네요. 실시간 채팅에(근데 이거, 요즘 대세도 아닌데 쫌 연연해하시는 경향이..^^) 임하지 못한 이유를 또 이렇게 친절하게(?) 밝히고 있습죠.ㅎ

요새 저도 재미가 없어요. 만사가 좀 그렇긴 합니다만..
 

 

 

 

 

 

 

 

 

 

 

 

 

편지를 써야 한다.

 

정확한 주소를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밤

 

아무래도 못쓸 것 같다.

 

마음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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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2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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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5-17 00:22   좋아요 1 | URL
네. 하늘도 파랗고 구름도 깨끗한 그런 날씨였어요. 그저께 사진이예요.^^
위노나 라이더 이미지 검색 하다가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을 알게 됭었는데요, 젊음 앞에서는 그 어떤 미모도 당할 수가 없구나..

주말이라는 게, 다 나아가 요일이라는 게 제 일상에서 이젠 별로 영향력이 없어졌어요. 뭐니 뭐니해도 기상조건이 우선입지요.^^

좋은 밤 편히 쉬시길...

2016-05-23 2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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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5-25 21:33   좋아요 1 | URL
에고 답글이 너무 늦었네요ㅠㅠ
열흘 내내 계속된 과도한 일정에 요며칠 몸살까지 도져서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우울한 날들을 보냈네요.

2016-05-25 2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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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8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흘 전 쯤의 풍경. 1분에 대략 1mm씩 자라는 걸로 보이는 풀들의 향연. 풀들과 들풀 사이에 서면 나는 겁부터 난다. 이 초록을 난 감당할 수 있을까.

다 떠나서, 그러니까 다름이 아니라 내가 피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벌레는 괜찮은데 뱀은 정말 만나기 싫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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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5-04 1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봄날에서 초여름이 가까워지는 그런 초록색이네요. 사과꽃은 참 예쁘고 초록색으로 반짝이는 풀들도 생기있어 보여요.

컨디션 2016-05-05 02:43   좋아요 2 | URL
네, 봄을 지나 초여름에 가까워지는 그런날의 풍경 맞습니다^^ 사과꽃은, 모든꽃처럼 예쁜 것도 맞구요. 하지만 꽃은 너무짧기만해요ㅜㅜ 풀들은 어디서나 질겨요 그 초록의 생명이 경이롭구요.

서니데이 2016-05-05 03:09   좋아요 1 | URL
앗 그러고보니 예쁘다고만 할 게 아니네요. 일부는 작업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뉴스보니까 내일 또 비가 온다고 하더라구요. 점점 여름이 가까워지는 중인가봐요.
컨디션님 좋은밤되세요.^^
(아무래도 보조배터리가 필요하실 것 같은데요. 아님 배터리 교체라거나.;;;;)

컨디션 2016-05-06 23:38   좋아요 2 | URL
농사에서 여름철 풀과의 전쟁을 빼놓을수 없는데요, 작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애물단지가 되어야하는 게 바로 풀입니다.가여워도 어쩔수없네요. 예초기로는 감당이 안되어 풀약을 쳐야하구요.

보조밧데리도 있긴한데, 이것도 오래 되서 그런가, 얼마를 못가네요.^^

2016-05-07 1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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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5-10 01:33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요즘 날씨는 좋은데 공기가.. 황사도 아닌 그러니까 황사보다 더 나쁜 미세먼지 때문에ㅠㅠ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좋은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6-05-10 0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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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5-10 11:06   좋아요 2 | URL
비가 오네요. 예정대로요. 편안한 화요일 보내고 계시죠? ^^
 

몇년전에 그렇게 홈빡 빠져 읽었어도, 여전히 한달음에 읽지는 못하고는 있어도, 다시 읽어봐도 새록새록 감미로운 스릴과 시원시원한 문장력이라니. 내 비록 정유정 전작주의자는 아니지만(전작주의 이런 거에 목매지 않다보니?) 이 책 한 권으로 이런 찬사를 퍼붓는 게 절대 호들갑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아래의 문장 같은 경우, 크게 소리내어 웃으라고 쓴 것 같진 않지만, 속으로 슬몃 웃게는 해야겠다고, 아주 작정을 하고 썼을 것만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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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2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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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4-27 20:57   좋아요 1 | URL
지금 많이 좋아졌어요. 괜찮아요. 병원 가면 정해진 순서대로 엑스레이 찍고 물리치료 받고 필요하면 주사 맞고 약 주고 그럴 게 뻔한데..그렇다고 낫는다는 보장도 없을 거 같아서.. 목이 그렇게 된 이유를 누구보다 제가 잘 아니까(디따 술 먹고 늦은 밤에 핸드폰 하다가 잠들었는데 밤새도록 목이 꺾여있었지 싶어요ㅜㅜ

컨디션 2016-04-27 21:16   좋아요 1 | URL
7년의 밤 맞습니다요^^ 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무얼 하든 하기 좋은 그런 편안한 밤 보내세요^^

2016-04-28 2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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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4-29 02:51   좋아요 1 | URL
오늘 날씨는요, 음.. 비 온 뒤라 그런지 시야가 좀 씻긴 것 같긴 해도 하늘이 좀처럼 파랗게 보이진 않았어요. 그래도 어제보단 좋았으니 좋은 날씨였다고 봐야죠^^

2016-04-29 0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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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0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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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1 0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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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5-01 16:09   좋아요 1 | URL
네 오늘 이 시간 정말초여름 같은 날씨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일교차 큰 것도 느낀 하루구요. 아침 5시 몇분에 일어나 밭에 가야 했거든요. 과수원 소독을 연이틀 햇는데요, 살균과살충의 명목하에 이루어진 역사적인(?) 농사일정을소화한 후에 맞이한 오후의 휴식.. 어쩌고 제가 지금 장황한 댓글수다경에 빠져서리ㅎㅎ 아 정신차리자. 안부 문자 감사하구요, 건강 잘챙기시길요. 미세먼지도 잘이겨내시구요~^^

2016-05-03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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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5-03 19:00   좋아요 1 | URL
요즘 같은 물부족국가에서 비가 오는 건 당근지사 환영이고요^^ 요즘같은 시기에 과수원에 비가 오는 건 일단 환영입니다^^ 오늘은 바람도 거의 태풍급인데요, 나무들 휘청휘청하긴 해도 부러질 정도는 아닌듯하고.. 그저 사람마음만 일렁이게 하네요. 말씀마따나 날씨 덕분에 집에 있으니 좋긴좋네요ㅎㅎ 편안한 저녁 보내시고 내일 수요일 5월의 첫수요일이니만큼(의미부여ㅋ) 활기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