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며 멘붕에 빠졌고 나는 주방 식탁에 놓인 커피의 수증기를 바라볼 시간이 없다. 무엇부터 해야할지 몰라 허둥댈 때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면 그 순간은 지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누적된 경험으로 인한 취향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첫키스의 기억은 혀가 아닌 뇌에 저장된다. 빠르게 퍼지는 술기운이 내부의 장기가 아닌 뇌세포부터 건드리는 것처럼. 오늘 아침은 좀 그렇다. 검색할 할 새도 없이 찾아보아야 새가 생겼다. 참새와 비슷한데, 한쌍의 새가 집을 지었고 알을 낳기에 충분한 공간인지 아닌지 나로선 판단할 수가 없다.
주문하고 싶은 대로 주문하라고 하면 입맛이 떨어진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나는 당장 책 한 권 주문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행복해야 할 만가지 이유도 없는데 사는 게 행복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묘한 역설과 딜레마(그냥 막 갖다 붙임)가 있어 너무너무 좋다. 좋게 된 사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