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가 다음 주인 6월의 가운데. 앨러지는 심하고 여름은 그저 해가 높게 뜬 한낮에만 잠깐 느껴질 뿐이다. 7월과 8월의 더위를 거쳐 9월로 넘어가면서 가을이 오는 이곳이니 이번 여름은 아마 무척 짧게 지나갈 것이다.
사람을 만날 일이 있어 조금 일찍 회사에서 나와 약속장소에 앉아서 아주 잠깐의 미팅을 위해 쓰이는 시간을 생각해보니 역시 사람을 만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을 떄의 효율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업무와 분야의 특성상 95%이상의 경우 client를 한번도 만나지 않고 상담에서 계약, 그리고 업무의 종료까지 처리해왔기 때문에 굳이 만나는 것이 오히려 성가실 정도다. 사실 업계가 무슨 관행처럼 상담비용을 청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방문하겠다는 사람에게는 예외없이 유료상담으로 진행해야 함을 상기시키는데 그러면 진짜배기를 빼고는 다 떨어져나간다. 작은 사무실의 특성상 시간낭비는 금물이니 내 시간은 철저히 나에게 비용을 치룬 client를 위해서 그리고 나에게 케이스의뢰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이는 것이 맞다.
토요일.
새벽에 일찍 운동을 마치고 고기와 채소로 넉넉한 식사 후 하루종일 책을 원없이 읽었다. 어쩌다 보니 어제부터 한 권씩 읽어버리기 시작했는데 베란다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즐기면서 여러 권을 읽은 흔적은 '짧은 끄적거림'에 일단 남겼다. 이런 날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실컷.
언젠가 은퇴하면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미사를 가고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다시 책을 읽다가 밤엔 글을 쓰고. 때떄로 여행을 떠나 책에 갖힌 사유를 눈으로 몸으로 익히려 한다. 열심히 일하고 모으다가 갑자기 가버리면 어쩔 수 없겠지만 섣부른 yolo는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은 나에게 여행이란 건 근처의 어딘가를 다녀오는 것이 전부.
주말의 운동효과가 사라지는 관계로 가급적 술은 마시지 않으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거지같은 수준의 끼적거림이라도 그나마 디오뉘소스 신의 가호가 깃들어야 가능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만.
그 밖의 다른 몇 권과 함께 추후 떠올려 볼 예정. 지금은 남은 와인을 다 마시고 자야하니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