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님의 블로그에서 본 최근 소식에 의하면 '고수를 찾아서'의 개정증보판이 곧 나온다고 한다.  넉넉하지 않은 이번 달 budget이지만, 나오자마자 구입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기대하게 하는 여러가지 이유들 중 하나는 저자의 해박한, 그리고 어디에 기울지 않은 비교적 객관적인, 무술에 대한 뒷 이야기들인데, 책이 나온지 십여년이 지난 지금, 어떤 새로운 정보와 이에 따라 변한 내용이 나올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고수를 찾아서'에서 일전에 한병철님에 의해 거론되었던 고수/문파는 대략 기억하기로, 결련택견, 특공무술, 합기유술, 거합도, 팔극권, 태극권, 팔괘장 등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들 중 그간 저자가 접한 새로운 자료나 정보에 따라 이번 개정증보판에서 제외되거나 좀더 새로운 내용으로 보충될 부분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분의 글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에 입각한, 거의 engineer적인 precision과 objectivity를 가지고 풀어내는 글맛과 솔직한 내용이 주된 이유라고 하겠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분명히 거론하는 그 자세와 정신은, 특히 파벌에 상당히 그 내용이 좌우되는 이 계통의 문건들과 비교할 때 확연한 차이를 느끼고, 자주는 속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물론 나와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도 많이 있겠지만. 

빨리 책이 나왔으면 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1)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2) 공병호의 1인 기업가로 홀로서기, (3) 김탁환의 나, 황진이, 그리고 (4) 트레이시의 flex인데 여러가지 번거로운 일들이 겹쳐 진도가 매우 느리다.  이들 중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은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여러 대가들의 reading listt에 올라 있을 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한다.  절판되어 구하지 못하고 있다가 동네 서점에서 보고 냉큼 집어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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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상태가 말이 아니다.  career와 회사 일, 그리고 개인적인 일들까지 겹쳐 그야말로 마음이 중구난방 흩어져 정신을 차릴 수 가 없다.  그래서 일까?  지난 주 내내 앓다가 결국 주말에 몸살 폭탄과 TMS로 의심되는 요통을 맞았다.  오늘 하루도 겨우 버티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여, 옛날에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좌우면으로 삼았던 글을 기억해서 옮겨보기로 했다. 

-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공의 길이 험해서가 아니라, 정해진 길을 꾸준히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낙숫물이 섬돌을 뚫는 것은 힘이 아니라, 꾸준한 끈기의 결과이다- 

디즈레일리 경의 말로 알고 있는데, 원전은 모르겠지만, 번역에 따라 여러 버젼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어릴 때 도덕 교과서에서 보고 마음에 들어 오래 담고 있던 말인데 오늘따라 생각이 난다.  돌이켜 보면 내 삶은, 남다른 배짱이나 용기, 또는 머리, 혹은 배경이 없이 여기까지 오게 된, 나의 삶은 그야말로 '꾸준한 끈기'에 대한 결과가 아닐런지?  뭐 아직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환경에 굴하지 않고, 주어진 상태에서 늘 최선을 다해왔다고는 감히 자부해본다.  내가 남보다 나은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이 '끈기'가 아니었겠는가 하면서 답답하고 아픈 내 마음을 달래어본다.  뭔가 좋은 변화가 곧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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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고백
이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덕일의 책은 항상 기존의 정형화된 역사적 fact를 다른 방향에서 분석하거나 행간을 해석하여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소위 '유사사학'이니 하면서 욕을 먹기도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제도권의 사학이란 것이 결국 '승자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역사 서술이기 때문에 이덕일의 꾸준한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도세자는 영조의 아들로 태어나 왕세자로 책봉되었다가 매우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로 사사된 비운의 인물이다.  죽음의 방법이나 이유를 보았을 때, 기존의 조선의 제도와 관례에 비추어보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에서 쌀 뒤주에 갇혀 굶겨 죽임을 당했기에 이를 둘러싼 fact는 상당히 controversial하다고 하겠다. 

저자는 영조실록과 한중록을 비교해 가면서 한중록의 묘사가 대부분 사건을 distort하였기 때문에 한중록의 기록은 신빙성이 없고, 영조실록을 조사하고 행간을 읽어내려가면서 추론하면 결국 사도세자의 죽음은 정권을 잡고 있던 노론이 소론 성향인 세자가 왕이 되는 것을 막기위해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기록을 보았을 때 (물론 이덕일이 본인의 테마에 맞게 분석한)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말이다.  즉 사도세자의 몰락에서 죽음까지 이르는 일련의 사건정황이 그 시대상에 비추어보아 매우 비상식적이기 때문이고 기록을 대조하여 보았을 때 특히 노론이 꾸민 음모의 정황이 짙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영조실록도 한중록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이덕일의 주과적인 해석이며 분석인지, 또 이 책의 어느 부분의 서술이 fact이고 어느 부분이 이덕일씨 개인의 creation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책에서 인용된 영조실록과 한중록의 서술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한중록이 쓰여진 시기와 혜경궁 홍씨의 기억력을 감안하더라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대부분 하나의 사건에 두 가지의 상반된 기록이 나올 경우 비교절충하면 true fact에 가장 근접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도세자의 경우도 그런 것이 아닐런지?  즉 사도세자는 fault가 없는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고 이런 부분들이 영조의 변덕을 업은 노론에 이용당한 것이 아닐런지?   

기존의 가벼운 역사교육에 따른 '영조는 탕평책을 쓴 성군'이다라던가 '사도세자는 광증이 도져 죽임을 당한 것'이라는 단순한 스토리보다 훨씬 흥미있는 자료이다.   

마지막으로 이덕일씨가 이 책을 작업하다 겪은 이야기는 일전에 읽은 조용헌의 고수기행에서도 접한바, 생각할 수록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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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희 2011-09-06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두 이 책을 읽어 봤습니다. 공감이 많이 가더군요. 님의 사견을 읽어 내려가면서 눈쌀이
찌푸려 지는 것은 그냥 한글로 써도 전혀 상관없는 단어들을 영어로 써서 유식함을 드러내
보이려 하는데 있다는겁니다.
그것도 역사서에 대한 책에 대해서 말이죠

va 2011-09-21 11:3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alchemist님께선 미국에 살고 계신 것 같던데요?
님께선 재한 미국인이 자신의 블로그 같은 개인 공간에서 한국어를 섞어 써도 '유식함을 드러내 보이려 해서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막말을 하시나요?


김또깡 2012-06-22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임윤희란 작자는 저기 위에 적혀있는 영어 뜻 모를듯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 장르의 이 책은, 그러나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책이다.  무엇보다 이런 스타일의 전개는 읽은 이에게 이미 모든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의 자리는 그야말로 제 3자의 그것으로 깊이 빠져들어 추리를 즐기게 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약간의 재미가 반감하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지 추리 마니아인 한상님의 블로그에서는 큰 점수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hardcore한 추리를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전개되는 담담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fact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범인을 트릭이 간파당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나면서 적당한, 상황에 대한 감정이입을 이끌어 내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작가가 provide하는 즐거움은 이런 부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fact를 주고, 추리의 전개를 즐기게 하는 그런 즐거움 말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구매해서 읽어봐야 그와 작품에 대한 좀더 뚜렷한 의견이 생길 것 같다.  하지만, 간만에 머리를 식히는 가벼운 책을 읽어보니 좋았다.  한 1시간 정도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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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7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장정일씨는 내가 개인적으로 많이 접해본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위명(!)은 익히 들어왔던바 있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그의 생각과 글은 자주 그를 controversial하게 만든 것 같다.  

우연히 서점에서 찾아 집어온 이 책은 시작이 무려 1994년 부터 (장정일의 독서일기 1은 2000년부터)인 꽤나 오래된 시리즈의 최근판인 셈인데, 장정일씨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서 나름 내용정리의 가치가 있는 것들을 접할 때마다 기고하여 모인 글같다.  이를 읽으면서 장정일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이렇게 세심하고 critical하게 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글은 그 자리에서 다시 읽어 온전히 그리고 완전히 자기것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본받을 책에 대한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장정일 뿐만 아니라, 이런 책은 꾸준히 구해서 읽어봄직하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내고 있는지는 매우 재미있는 관심사이기 때문인데, 약간의 관음증이라는 표현을 흔히들 하는 걸 보면, 정말 그런, 무엇인가 남의 속내를 훔쳐보는 야릇한 즐거움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기회와 자금이 되면 이전 시리즈도 구매해서 읽어보야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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