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의금부라는 것이 있었다.  서울에 있는 일종의 검찰/추국 최고기관이었던 셈인데, 중죄를 지으면, 특히 왕권이나 국가에 관련된 죄의 혐의가 있고, 고발을 당해 체포되면 끌려가는 곳이었다.  일단 잡혀들어가면, 의금부에서는 불문곡직하고 형틀에 묶어놓고 패대기를 쳤다.  시국사건이나 정파싸움에 걸려든 사람들의 경우 더더구나 그러했다.  그래놓고서 시국사건의 반대편에 있는 벼슬아치들이 (특히 모략 꾸민 자들) 당상관의 자리에 앉아서 엄하게 추국한다.  이 단계에서도 계속해서 패대기는 이어진다.  이런 방식을 통해 혐의가 씌워지고 의금부로 끌려간 사람은 죄가 인정되어 사형을 당하거나 유배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운이 좋게 혐의를 벗어도 짧으면 2-3개월, 길면 수 년에 걸친 '법정투쟁'으로 몸과 정신, 그리고 재물이 축나게 마련이었으니, 기득권층이 정적을 탄압하거나 힘없는 백성을 괴롭히는 데에는 의금부 투옥만큼 좋은 방법도 없었을 것이다.  즉, 잘하면 미운 놈을 골로 가버리게 할 수 있고, 못해도 오랜 기간 괴롭혀서 형신을 당한 당사자에게 무죄방면과 골병든 육신과 마음을 남겨줄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묘사, 왠지 그리 낯설지는 않다.  두서없이 정리한 것이기는 해도 분명히 이 이야기는 2011년 현재 공식적으로 망한지도 100년이 넘은 전제군주시절의 것인데 말이다.  왜일까? 

이승만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전통, 특히 박정희에 의해 '공안검사' 시스템으로 더욱 강화된 우리의 검찰구조하에서는 시국사범, 정적, 미운 언론인, 그 밖에도 기득권층이 원하는 경우 일단 무엇인가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수사에 들어간다.  그 다음에 별별 이유를 들어  (주로 증거인멸가능성) 영장을 청구하는데, 법원은 재벌이나 친정권 정치인이 아니면 여간해서 이 영장을 기각하지 않고, 검찰은 이 발부된 영장에 따라 일단 '혐의자'를 잡아들인다.  이렇게 되면 법치국가의 무죄추정원칙이고 변호에 대한 권리고 나발이고, 무자비한 형신이 시작된다.  물론 현대 '법치국가'에서는 육체적으로 패대기를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라겠지만).  그런데, 패대기를 치는 것이 꼭 몸에 고통을 주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원하는 넘에 대한 수사 늬우스를 어용언론에 살살, 그러나 매우 구체적이고 조직적으로, 거의 매일 흘리고, 이 어용언론은 이를 받아쓰기하여 발표한다.  이거 분명히 불법인데, 검찰이 한다.  이렇게 현대판으로 혐의자를 '패대기'치고 나면, 이제는 길고 긴 '패대기', 즉 끊임없는 언플, 그리고 이에 맞서는 혐의자의 '법정투쟁'이 시작된다.    

이는 PD수첩 사건에서도 보았지만 2-3년은 쉬이 걸리는 프로세스이다.  이 기간동안 혐의자는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주변사람까지 포함) 고통을 겪는다.  그래도 2011년 현재, 이런 사건들의 대부분은 법원의 무죄판결로 끝이 난다.  (옛날에는 이 마저도 매우 운이 좋아야 했다)  오랜 투쟁 끝에 남는 것은, 원래 깨끗했던 이름과, 정신적, 심리적인 고통, 그리고 사회와 법 제도에 대한 불신일 것이다.  금전적으로도 상당한 손해를 보았을 터이고, 물론.  

어쩜 그리 닮았는지 모르겠다.  의금부에서 조사를 하는 당상관이 (적어도 시국사건에서는) 죄를 지은 놈, 혹은 그 놈의 개라는 것까지 스타일적으로 완벽하게 닮았다.  이는 당시의 역사를 보아도 그렇고, 최근 5년간의 유행을 보아도 그렇다.  수사가 끝나면, 옛적의 당상관이 더 큰 벼슬로 옮겨가는데 비해, 물론 현대의 당상관들은 적정 기간안에 쓰리스타나 금과 긴것 같은, 벼슬보다도 더 좋은 재물 (담배보다도 더 좋은 아편이라고나 할까?)로 옮기는 것만 쬐끔 다르고 말이다. 

아니, 차라리 옛적이 나았다고 해야하나?  그때른 정권이 바뀌면, 혐의자와 추국관의 자리가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고, 무엇보다 자주, 나쁜 놈들의 목이라도 달아나던 시절이니 말이다.  현대의 의금부 당상관들은 사람을 패대기치고 괴롭혔어도 아무런 댓가를 치루지 않고, 좀 분위기가 나빠지면 슬그머니 탈의를 하고 자기의 뒤를 보아주던, 또는 자기가 뒤를 봐주던 상단으로 달아나버리는 것으로 마무리지어 버린다.  도대체 이들은 왜 댓가를 치루지 않는가?  정녕 정의는 눈이 먼 장님이란 말인가?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PD수첩과 같은 의금부 사건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 당상관들이 가장 겁내는 것, 아니 가장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해야한다.  즉, '돈'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수사나 꾸며진 시국사건, 나아가서 골리앗이 다윗을 괴롭히기 위한 민사소송사건에서 혐의자의 무죄가 밝혀지면, 즉 당상관들이나 개들이 지면, 혐의자들에게 피해 보상을 하도록 하는데, 여기에 징벌적 피해보상 (즉 죄질이 나쁜 놈들을 민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을 더하고, 나아가서 변호사 비용까지 모두 추징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공적인 자리에 앉아서 일어나는 일에는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게 할 수 없으니까, 당상관 자체를 패대기 칠 수 없는 현실에서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PD수첩기소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정부가 (1) 지난 수사-기소-재판까지 이어진 과정에서의 피해자들에게 금전적으로 일차 보상하고 (직접적인 액수), (2) 물어뜯기 위한 사건임이 분명한 만큼, 징벌적 피해보상액수를 붙이고, 여기에 (3) 변호사 비용까지 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부자로 시작해서 재벌이 될 것이 분명한 그 분께서 내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의 개인구좌에서 말이다.) 

곽노현 교육감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의금부와 현대의 검찰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결국 Abuse of Process라는 법적개념인데 대충 의역하면 절차의 남용 또는 프로세스의 남용 정도가 되는데, 시국사건이나 정치꼼수사건에 있어 검찰의 행태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법치국가에서 이런 절차남용 또는 오용은 사회근간을 뒤흔드는, 즉 법이라는 공통분모적인 사회의 뿌리를 흔드는 매우 심각한, 죄질이 나쁜 형사적 범죄이다.  굳이 사법살인이라는 말을 쓸 것도 없이, 이 짓은 검찰 또는 변호사의 면허를 취소시켜버려야 하는, 그리고 소송 당사자들 (이 경우 당상관과 그 배후, 또는 '돈'들)은 징벌적 피해보상을 맞아야 할 짓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2011년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  그야말로 JUSTICE-LESS한 사회...

죄가 없는 자는 정신적, 육체적, 심리적, 금전적 피해를 입고, 죄지은 자들은 더 좋은 자리로 가고, 대대손손 잘 먹고 살 것 같지만, 천도가 분명하니 모두 5대손까지는 고자와 창녀, 그리고 문둥병자와 석녀가 나오라는 저주를 하고 싶어지는 오늘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겠다.   

'원수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그의 머리위에 이글거리는 숯덩어리를 얹어놓는 격이다' (성서 어디엔가?  집회서 아니면 지혜서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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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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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는 7권으로 끝이 난 듯하고 (1-7권 까지 모두 품절 내지는 절판이다.  헌책방에서 운좋게 마주쳤으면 좋겠다), 8권부터는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이 시리즈로 벌써 2권까지 (즉 통합 9권) 나와있다.  조만간 마저 구해서 읽어보아야 하겠다. 

장정일은 그의 작품이나 이론 모두 소위 말하는 주류, 혹은 제도권을 벗어나 있는 작가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래서인지, 책에 대한 그의 리뷰는 원론적인 혹은 일반적인 '문학성'이나 '현학성'을 매우 강하게 공격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다양한 작품에 대한 그의 리뷰속에서 비교나 예를 드는 형식으로 나타나는데, 가끔은 속이 후련하다.  더구나 사회적인 유행에 따라 "전략적" 독서나 "필요에 의한" 독서가 관심을 받는 시기에 "다치바나 다카시"식의 독서를 욕할 수 있는 그의 여유나 마음이 부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심이 가는 책을 여러 권 찾아 보관함으로 옮겨 놓았는데, 형편이 닿는데까지 모두 구해 읽어볼 생각이다.  아~~ 빨리 다음 10년의 인생계획의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만의 서고/서재 꾸미기에도 그만큼 가까워 지련만... 언젠가 찾기 좋게 책을 배열해놓고 평론이나 리뷰책과 이들이 다룬 책들을 비교해가면서 나만의 느낌을 찾고 싶다. 

워낙 다양하고 좋은 말들이 많아서 밑줄치기는 금방 포기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몇 구절들 중 맘에 드는 이야기..."글쓰기의 가짓수는 무척 많고, 교양이란 굉장히 폭이 넓은 세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글쓰기 하면 곧바로 시나 소설을 떠올리고, 그걸 읽는 게 교양의 다인 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작 시집이나 소설 몇 권을 읽는 것으로 교양인 행세가 가능한 나라는 가망이 없다" (한국은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 "BBK같은 사건이 터졌을 때 제대로 된 사회에서라면, 거의 반년 안에 스무 권이 넘는 논픽션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스무 권의 기준은?) 

또한 개별적인 리뷰에서 자주 현 사회현상과 대조해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의외로 다양한 정보와 사실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뉴라이트" 조직에서 만든 "교과서 포럼"이라는 거창한 "역사를 바로" 쓰자는 "바로 세우기"보다는, 단체에서 발족한 준비위원회의 간부 5인과 학자 11인들 중 역사학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  "괴 단체"라는 표현이 참으로 적절한 듯

마지막으로 책에서 나온 설문 "당신은 애서광인가?" 를 옮기고, 나에 해당하는 부분을 마크한다. 

1.  책을 빌리고 돌러주지 않은 적이 있다  (X) 

2.  책을 한 번이라도 훔쳐 본 적이 있다 (O) -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3.  서점 주인에게 외상을 달라고 떼를 써 본 적이 있다 (X)  - 밥을 굶고 모은 돈으로 샀다 

4.  다 읽지 못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사는 책이 많다 (O) 

5.  매일 서점을 들러야 직성이 풀린다 (인터넷 서점 포함) (O) 

6.  단골 헌책방이 있다 (O) - 미국과 한국에 각각 하나씩 있다  

7.  여행을 가면 반드시 그곳에서 가장 큰 서점을 둘러본다 (X) 

8.  여행을 가면 현지 사람에게 헌책방이 어디 있는지 반드시 물어본다 (X)

9.  초판본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O) - 기회는 흔하지 않지만 

10.  자신의 책에 소유주를 밝히는 나만의 표식을 한다 (X) 

11.  내용은 별로지만 책 자체가 아름다우면 마음이 동한다 (O) 

12.  도서관을 좋아하지만, 직접 소유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O) 

13.  새로운 판본이 나오면 반드시 집의 것과 비교해 본다 (O) 

14.  새책방보다 헌책방에 더 관심이 많다 (O) - 사실은 O/X 반반 

15.  정가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산 책이 있다 (O)  

16.  어떤 형태로든 책이 변형될 짓을 하지 않는다 (O)  

17.  책에 낙서를 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친구의 전화번호도 적지 못한다) (O)

18.  쌀이 떨어져도 사야 할 책은 꼭 산다 (O) - 밥을 굶고 모은 돈으로 샀다니까요  

19.  용도가 따로 있는 돈을 책 사는 데 쓴 적이 있다 (O)  

20.  서평을 꼼꼼히 흝어보며, 매주 구입 목록을 쓴다 (X) - 사실은 O/X반반 

21.  어떤 책을 달라고 주인에게 떼를 쓴 적이 있다 (X)  

22.  좋은 책을 사면, 저절로 술 생각이 난다 (O) - 뭐 안사도 나지만... 

23.  우울할 때 책을 쓰다듬거나 책등의 제목만 읽어도 즐거워진다 (O) 

24.  책을 절대 빌려 읽지 못한다 (도서과 제외) - (O) - 이불원칙에 의해 빌리지도 않고 빌려주지도 않는다 

25.  아주 정기적으로 꿈 속에서 책을 찾아다닌다 (X) 

26.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어져도, 그날 들고 있던 책은 고스란히 껴안고 온다 (O) 

27.  생수 2리터짜리 한 병도 무겁지만, 책은 아무리 많아도 무겁지 않다 (O) 

28.  전철이든 어디서든 다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은 반드시 제목을 봐야 한다 (O) 

29.  잡지의 기획물을 찢거나 편집해서 나만의 책을 만든다 (X) 

30.  책에는 내용과 다른 추억의 가치가 따로 있다고 인정하는 편이다 (O) 

31.  다른 데서는 모르겠는데, 유독 서점에서 예쁜 여자를 보면 거의 심장이 멋는다 (여자든 남자든.  '멋진 남자'로 대체하고 싶은 사람은 그리 하시오) - (O) - 매우 그렇다.  책읽는 (잡지말고) 여자는 (글쟁이 같은 옷차림이나 보이기 위한 치장없는) 너무 예뻐보인다. 

나는 1, 3, 7, 8, 10, 20, 21, 25, 29가 X인데, 장정일은 1, 10, 11, 21에서만 X를 했단다.  O가 많을 수록 애서광에 가깝단다.  그러니까 그는 작가이고, 심지어는 자기가 읽고 소화시키고 배설한 독서일기조차도 계속 나오고 팔리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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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더숲 2011-10-3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 도서출판 더숲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종이책 읽기를 권함>이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http://www.yes24.com/24/goods/5836739?scode=032&OzSrank=1 관심 있게 꼭 한 번 살펴봐주세요!^^ 혹시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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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곳 시간으로 화요일 밤.  운동도 그렇고 딱히 할 일도 없는 저녁에 자취방에 누워 시간을 보내다가 엡으로 받은 재즈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시진한, 정말 그야말로 무료한 저녁나절을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의 번뇌때문인지 책도 손에 잡히지 않던 오늘, 우연히 눈이 간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을 본 덕에 눈과 마음의 호사를 누렸다. 

정확하게는 여행기라 말하기도 뭐한 사진과 글을 섞은 매우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한 30분이면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대학 때 졸업논문의 소재이기도 했던, 아일랜드 하고도 위스키를 테마로 한 에세이였던 이 책 덕분에 다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위스키 대용으로 먹다 남은 싸구려 Zinfandel을 씹고 있다.   

에메랄드 빛의 아일랜드의 풍경과 pub사진, 그리고 위스키 사진 외에도 이 책에서 묘사된 굴과 위스키의 조화를 입안 가득히 느끼는 호사를 언젠가 누려보고 싶다.  사실 이와 비슷한 것은 먹어본 적이 있는데 굴과 데낄라 샷이다.  더블 글라스에 큰 생굴을 넣고 데낄라를 채운 후 타바스코를 살짝 친 이 샷의 맛은 꽤나 사랑스러웠는데, 이런 맛이 아닐까 혼자 상상해본다.  나도 작가가 말한 사람들처럼 한달정도 작은 카티지를 빌려 이 섬에 머물면서 한가롭게 책을 보고, 맥주를 마시고 위스키를 음미하면서 보내고 싶다.  정녕 우리 대다수는 자기가 가장 원하고 즐길 일을 모두 미루고 돈을 벌다가 인생의 황혼기에야 이들을 찾아 떠날 운명인 것인지?  인생을 좀더 알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마흔의 어느 즈음 꼭 가보고 싶다,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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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단편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3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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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로 너무도 유명한 작가의 단편을 9편 모은 책이다.  최근에는 그의 단편들 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영화화 되어 더욱 유명해진 작가인데, 주요 시대배경은 1차대전을 전후한 시기에서 대공황시대를 다루고 있다.  야망, 환상, 재즈, 잃어버린 날들 등 재즈시대와 걸맞는 테마가 주를 이룬다.   

민음사의 책과 별도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내세운 펭귄 클레식의 책도 보았는데 민음사의 책과 거의 겹치지 않아 좋았다.  내 기억으로는 한-두 작품정도가 두 권 모두에 각각 수록되어 있는 것 같다.  (오월제와 노동절이 같은 작품인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안톤 체호프를 좋아하는데, 그의 단편은 풍자적이거나 그냥 웃기는 이야기들도 많은데, 피츠제렬드의 단편은 조금 무겁거나 우울할 때가 많다.  시대적인 배경이거나 작가 개인의 문제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체호프도 가난했고, 돈을 벌기 위해 쓴 작품이 많았던 것을 보면 이런 비교자체가 무리겠다).

민음사 - 피츠제럴드 단편선 1

다시 찾아온 바빌론
겨울 꿈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
광란의 일요일
기나긴 외출
컷글라스 그릇
'분별 있는 일'
부잣집 아이
오월제

펭귄클레식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그리고 또 다른 재즈시대 이야기들

나의 마지막 자유분방한 그녀들
젤리빈
낙타의 뒷부분
노동절
자기와 핑크

판타지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칩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
오 빨간 머리 마녀!

분류되지 않은 걸작
행복이 남은 자리
이키 씨
제미나, 산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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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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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집어든 이 책의 사진 - 정확하게는 각종 생선들의 회 사진 - 에 끌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읽다가 구매를 결정한 책이다.  산 다음날까지 한숨에 다 읽어버렸다.  그 정도로 어렵울 것은 별로 없는 책이고, 다만 사색을 원한다면 조금 더 천천히 마치 '빨간 양철지붕 아래'를 읽던 느낌으로 읽으면 좋겠다.   

한창훈님은 정말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고 지난 4년전부터 낙향하여 고향인 거문도에 정착하여 낚시와 저술로 소일하는 전업작가인데, 독특하게도 본인을 '생계형' 낚시꾼이라 칭한다.  즉 잡아온 것, 정확하게는 죽인 것은 모조리 다 먹어없에는 것이 본인의 낚시법칙인데, 일견 매우 합리적이고 포식적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생명에 대한 그의 외경심을 볼 수 있다.  먹지 않을 것은 잡지도 않고 죽이지도 않는 것이 결국 그의 법칙일진데, 우리의 생명유지를 위해 보시하는 각종 생물에 대한 큰 고마움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널리 먹히는(?) 대표적인 어패류와 해초들을 다루는데, 도입부마다 자산어보의 글로 간략한 소개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독특하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의미의 실사구시라는 생각도 좀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한창훈 이라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도 많이 생긴다.  리스트를 찾아 보았더니 상당히 많은 글을 써오신 듯 단행본으로 나온 책/글 외에도 각종 문학상 모음집에도 이름이 올라가 있다.  역시 세상은 넓고 내가 모르는 책/작가도 부지기수로 많은 듯.  하나씩 구해서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거문도에 가서 그와 낚시를 하고 그 자리에서 회를 떠 소주를 한잔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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