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는 분들을 위해서 존댓말로 리뷰를 써야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잠깐 하다가 말았다.  이유인즉슨, 타이핑 양이 늘어서 버거워진 것과 존댓말로 쓰니, 자유롭게 생각한 것을 뱉어내기보다는 행여나 있을 읽어주는 손님의식을 너무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두 번째 이유는 좀 심각했는데, 어느 시점에서부터인지 자꾸 남을 의식하는 글쓰기가 나오는 느낌을 받았더랬다.  그래서 얼마 못가서 관두었다.  즉 귀찮아서라던가 다른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기 싫어서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갑자기 여기에 대해서 한 마디라도 해두어야 될 것 같아서 썼다. 

요즘 계획하고 추진해온 일이 약간 붕 뜬 상태라서, 정확히 언제 결정이 날지 알 수가 없는, 약간은 기약없는 긴장과 기다림속에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 날들이 많다.  머리라도 식히고 생각을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기 위해 꾸준히 운동과 독서를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른 의욕이 없으니 책이라도 계속 들여다볼 수 밖에.  그런데 이것도 복잡한 건 또 싫다.  그저 마음이 가는 그대로 한 권씩 집어 읽을 뿐이다.  덕분에 지출이 크게 늘었지만, 그래도 읽고 싶은 책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구해야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돈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계속 벌 수 있지만, 시간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절판과 품절이 다반사인 한국의 책들도 물론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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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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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로서는 이 책을 지금의 나이에 읽게 된 것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원체 늙은 영혼을 갖고 태어났기에 육체나 현재의 사랑보다는 늘 관념적인 부분이 컸었던 나의 어린 시절 연애에 이 책이 배경으로 깔려 있었더라면, 이 시기, 나의 연애와 짝사랑은 얼마나 더 혹독했을까?  생각만해도 등골이 서늘하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이런 책을, 매우 격정적이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면이 없지는 않다고들 하지만, 20대 중반을 전후하여 딱 14주만에 쓸 수 있다는 것은 결국 괴테의 천재성, 즉 독일이 나은 대문호라는 찬사가 부끄럽지 않은 그의 재주를 보여주는 것 같다.  자신이 겪은 사랑과, 주변인의 사연을 바탕으로 가공된 베르테르와 로테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현대에 이르러서 '베르테르 효과'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더 유명해졌지만, 당시의, 관념과 이상, 감성이 지배하던, 정신적인 연얘가 가능하던 시절에는 정말이자 여럿을 울렸을 것이다.  십대에 읽었더라면 나 역시 그렇게 울었을 것이고.   

괴테의 다른 작품을 읽기 위한 입문서 내지는 애피타이저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다른 작품들을 읽어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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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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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세계는 농업기술의 발달로, 잦은 가뭄이나 혹서, 혹한과 같은 이상기후에도 불구하고 약 120억의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양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굶주리고 죽어가고 있다.  책인 나온지 5년정도가 지났으니 지금은 아마도 더 심각할 것 같다.  금융자본과 초거대기업들의 세계지배가 점점 더 현실화 되고 있는 2011년이니 말이다.   

식량부족은 단순한 생산과 분배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정치-경제-지정학적인 요소가 모두 섞여 있는데, 다른 부분은 몰라도 기업의 조작에 의한 가격 급등이나 급락은 큰 문제가 있다.  증권시장처럼 곡물시장도 결국 큰손이 지배하는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고, 이를 감추기 위하여 그럴듯한 사회학적-인구우생학적인 이론으로 이런 사실을 은폐하고 있는 거대자본의 투기에 아프리카를 비롯한 극빈국의 절대다수가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인데, 마땅한 대책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느낀 것은 역시 식량자급은 석유나 자원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자주/자치국가로써의 문제라는 것.  우루과이 라운드에 관한 논쟁이 뜨겁던 지난 시절 벌써 근 20여년 전에 이를 인식하고 싸우던 신부님들과 농민들이 생각난다.  그때 분명히 쌀개방은 단순한 농산물 개방이나 경제논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의 문제라고 했었는데, 거의 아무도 듣지 않았던 것도 기억한다.  그리고 21세기의 10분의 1을 지난 지금 우리는 정치, 경제, 국방, 농림 모두 상당부분 다른 나라, 정확하게는 거대자본에 예속되어 가고 있다.  

네슬레라는 회사로 상징되는 초국가거대자본의 횡포에 놀아나는 후진국들의 일이 남의 일 같지는 않은 것이, 2011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아닐까?  후진국이 아닌 선진국들마저도 복합금융자본의 지배를 받고 있는 지금이니까.  브라질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소수의 부자거주지/빈민거주지의 경계도 그리 먼 미래의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닐 것 같다.  이미 전국적으로 소위 "gated community"가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이니 말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주변의 빈민촌화가 급격하게 진행된다면, 이런 "gated community"들은 돈을 더 들여서라도 무장경비를 고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양극화는 정말로 심해질 것이다.   

우리는 어느 시기의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  미래는 마냥 장미빛이라고 알고 있던 시절에 그리던 세상이 아닌 것은 확실한데, 현실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 것이 너무 마음을 힘들게 한다.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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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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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지식인의 서재'에서 13인을 추려 그들의 서재와 책에 대한 이야기, 철학, 그리고 그들을 매료시킨 책에 대한 이야기를 간추렸다.  단순히 학자들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분들의 독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들 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뵌 분은 조국교수이다.  요즘 '조국현상을 말한다' 또는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등의 이슈화가 되고있는 책으로 유명한 이분은 근 10년전에 사진으로 다시 뵙는데, 하나도 안 늙으신 것 같고, 정신은 더욱 깊으면서도 젊어지신 것 같다.  이런 분들이 교계, 학계, 종교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면 우리는 좀더 건강한 나라와 시기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주제넘은 생각을 해 보았다. 

다독을 하는 편이고 장르의 편식도 없는 편이라고 생각되는 나이지만, 유독 시에는 자신이 없는데, 김용택 시인의 인터뷰와 시를 읽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니, 도전이 아니다.  음미해보고픈, 음미를 위한 연습을 해보고 싶어졌다.  시집을 한 권 사서 시작해보아야 하겠다.  이 책을 구하여 함께한 어제의 하루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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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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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집에 왠 현대소설인가 싶었다.  특히 책허리에 있는 작가의 사진이 너무 젊어보여서 최근의 작품인줄 알았는데, 이 책은 대략 60년대의 작품들의 모음집이었다.  다수의 유명한 작품상들을 수상한 작가의 이력은 꽤나 화려한데, 인생은 좀 기구하다고 생각이된다.  그의 10가지 작품은 모두 6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다양한 테마와 인간 및 사회적인 시대의 모습을 나타내주고 있다.  이래서 아마도 역사학에서는 특정 시대를 공부할 때, 이런 '일차사료'를 가장 좋은 자료로 꼽나보다.   

60년대를 모르는 사람들은 '중국집'이 왜 '성'과 관련된, 좀 불결하거나 좋지 못한 곳으로 묘사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너무도 쉽게 여성을 강간하거나 성희롱하는 부분, 또는 여자를 '해치워'버린다는 표현은 작품으로부터 근 5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가 볼 때 매우 눈에 거슬릴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60대라는 배경을 (합리화 할 수는 없겠지만)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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