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의 비극 동서 미스터리 북스 38
엘러리 퀸 지음, 이가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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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황금시대의 추리소설을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추리나, 내용이나, 구성이나, 무엇하나 귀엽지 않은 것이 없다.  엘러리 퀸의 경우 소설을 쓴 작가의 필명, 아니 케릭터까지도 추리소설에 걸맞는 트릭을 선사하는데, 이 역시 이 시대에 어울리는 장치라고 하겠다.  

 

엘러리 퀸은 정확하게는 두 명의 작가들이 만든 필명과 페르소나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서로 모르는 척 하면서, 엘러리 퀸의 역할을 바꿔가면서 다른 작가들과 토론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한 명이 엘러리 퀸을 맡아 '연기'할때, 다른 한 명은 반대의 작가역할을 맡아 공적인 모임에 나타났다고 하니, 때로는 현실이 소설보다도 흥미있을 수 있는 것이다. 

 

대공황시대, 투자회사의 co-owner가 전차에서 살해당한다.  범인의 트릭은 밝혀졌지만,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혐의자들, 정확하게는, 승객들에게는 알리바이가 있다.  한편, 무엇인가 단서를 가지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자는 경찰을 만나기 위해 나오던 중 살해당한다.  마지막으로 한동안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재판을 받다가 풀려난 또다른 co-onwer, 데이비드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살해당한다.  역시 용의자들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다. 

 

읽는 내내 유추해보았지만, 추리에 필요한 머리가 굳은 탓인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추리소설을 보면 간혹가다 이렇게 범인의 정체를 전혀 유추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저자에 의해 마련된 적절한 집중력 분산장치 (용의자 선상에 오른 사람들, 각종 살해 모티브등)와 매우 잘 감추어진 clue때문인 경우는 소설을 잘 쓴 것이고, 누가 읽어도 소설속의 인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clue때문일 경우는 그리 잘 쓴 '추리'소설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X의 비극'은 아마도 전자에 속하는 이 계통의 고전일 것이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라는 시리즈로 엮은 200여권의 책들 중 남아있는 것들을 이렇게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사들여 읽고 있다.  예전 문고판 시절의 추억이 느껴지는 냄새와 책 크기 때문인지 더욱,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나를 동심에 젖어들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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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몸은 한가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흔하게 영어로 'in transition'이라고들 표현하는 나의 이 상태는 말하자면 고급실업자 상태인 것인데, 로펌 몇 군데에서 면접을 보면서 이 기회에 solo practitioner로 나서볼까 싶어 이 부분에서의 준비도 하고 있으니, 일 아닌 일을 하는 셈이긴 하다.  물론 수입이 전혀 없기에 사실상 실업 상태인 것이고. 

 

책이나 많이 읽고 운동을 많이 하면 좋겠지만, 마음이 바쁘니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 싶다.  내친김에 붙잡고 있는 책들 몇 권을 소개한다.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는 한 80여 페이지를 읽은 상태다.  워낙에 짚고 넘어가는 이슈가 많아서 밑줄을 긋다가 많은 시간을 쓰는데, 정작 분석은 따로 적어놓지 않아서 리뷰를 쓸 일이 살짝 걱정이다.  무엇인가 이 책에 걸맞는 후기를 쓰고 싶은데.

'엘도라도, 혹은 사라진 신의 왕국들'은 시친의 지구 연대기의 4편에 해당하는데, 남아메리카의 고대 유적을 남긴 선사시대의 민족이 성서나 그전 시대의 신화에서 이야기하는 '카인'의 계보라는 가설을 추적하고 있다.  현재 매우 초입 부분을 읽고 있다.

'X의 비극'은 운동하는 틈틈히 자전거를 타면서 읽고 있는데, 아직까지 추리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역시 EQMM를 만든 사람들다운 이 계통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제1권력' 이 범세계적인 원자력 마피아를 추적했다면, '제1권력 2'는 제정러시아와 공산주의 소련을 넘어 현 러시아와 세계를 관통하는 귀족-자본가 출신의 자본 장악을 추적한다.  거의 다 읽고는 있지만, 어떤 내용이 중요한 포인트인지가 잡히지 않는다.

 

'The Cave of Steel'은 지난 주에 구입한 아지모프의 초기 로봇 작품들 중 일부이다.  'The Naked Sun' 이라는 작품과 함께 'The Robot Novels'란 제목하에 합본으로 나왔는데, 어린 시절 금성출판사 본으로 읽은 소년소녀 SF의 '강철도시'를 떠올리면 읽고 있다.  지금보니, 당시엔 몰랐지만, 꽤 잘된 번역이었던 것으로 지금은 기억된다.  작품이 쓰인 영문으로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미국에 온지 그리도 오래 되었건만 아직도 영어책의 읽는 속도가 한국책에 비하여 떨어지는 것은 확실히 문제라고 생각된다.   즐겨 찾는 LOGOS라는 중고책방에서 아지모프의 작품이 보이면 주저없이 집어오는데, 워낙 옛날에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collection급의 책이 아니면 hardcover임에도 불구하고 5불 이하에 나온다.  예전에 아지모프 자서전의 리뷰판 (출판 되기 전에 리뷰를 위해 돌려지는)을 구한 이후로 그의 책을 모두 구하는 것이 소박한 목표가 되었기에 신경쓰는 부분이다. 

 

노는 행위 - 독서, 운동을 포함한 - 가 즐거운 것은 노동이 있기 때문인데, 그렇지 못하니, 독서든 운동이든 더 노력을 해야 즐겨지는 것이 좀 슬프다.  regular하게 출근하던 때와 지금의 독서속도나 운동량 모두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더욱 분발하여 이 'transition'을 빨리 끝낼 일이다.

 

또 한 가지: 여건이 되는 대로 이 근방, 즉 San Francisco Bay Area라고 하는, Berkeley-Oakland, San Francisco, San Jose-Silicon Valley를 포함하는 지역에 남아있는 중고서점 탐방인데, 단순히 구경에 그치지 않도록 정보와 사진을 찍어 포스팅 하는 것이다.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겠지만, 대략의 계획은 잡아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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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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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인문학 서재'는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알라딘 블로그로 보다 더 유명한 이현우 님의 첫 서평집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의 놀라운 다독만큼이나 대단히 꼼꼼하고 진지한, 그러면서도 예의바른 분석과 후기를 - 그야말로 다양한 책과 테제에 대한 - 만날 수 있다.  이번으로 이 책을 두 번째 읽게 되었는데, 처음 읽었을 떄에는 무심코 지나쳐버린 항목들까지 꽤나 깊이 읽을 수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조금 더 많은 구절들이 처음보다 잘 이해되었다.

 

부끄럽게도 첫 읽기 때에는 '로쟈'라는 사람의 유명세랄까, 그의 서재를 오가면서 본 비범한 독서량과 후기, 및 조회수에 끌려 책을 구입한 것이 계기가 되었었는데, 나의 무지와 무성의, 그리고 그 이상, 아직은 치우친 편에 속하는, 일종의 독서편식 때문에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상당히 지겹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주제와 글에 공감하지 못할 때가 많을 만큼 알아듣지 못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에는 좀더 깊게, 그리고 천천히 읽는 것을 노력했는데, 약간의 결실은 있었던 것으로 본다. 

 

다섯 가지 항목들로 구성된 이 책은 (1) 걷어차야지만 자리에서 일어난다, (2) 순간에 완성되는 사랑이 있을까요?, (3) 아, 이 겸손한 느릅나무들, (4) 내 머리는 불타고 있어요, 그리고 (5) 내 울부짖은들 누가 들어주랴라는 큰 단원하에 사회, 문학, 철학, 삶, 번역 등의 다양한 이슈사색과 독서를 통한 '배설'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철학과 번역에 대한 부분이 이번에 행한 '로쟈'다시읽기의 화두였다.  철학은 지젝, 데리다, 모스 등에 의한 고전철학과 레닌-사회주의-공산주의에 대한 고찰을 주로 다뤘다.  여전히 어려웠지만, 지난 독서 때 보다는 조금 나아졌으니, 다음 번의 재독 후에는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번역에 대한 그의 글에서 눈에 들어온 것을 몇자 옮겼다.

 

"...그럼에도 나는 원저나 다른 언어의 번역본을 참조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어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다...그런 도움 없이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번역이 '좋은 번역'이고, 그런 도움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 '읽을 만한' 번역이며, 차라리 안 읽는 게 더 이해에, 그리고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번역이 '나쁜 번역'이다...

 

지난 번에 후기를 썼던 것 같은데, 다시 찾을 수가 없어 굳이 비교하지는 않았으니, 금번 후기와 모순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용서를 바랄 수 밖에 없겠다.  세 번째 후기는 어떻게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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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 시대 - 쎄시봉 친구들의 음악과 우정 이야기
조영남.이나리 지음 / 민음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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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윤형주, 송착식, 그리고 김세환등으로 대표되는 쎄시봉 출신 가수들의 노래는 나에게 있어서는 부모님 세대에 속한다.  대략 60-70년대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이들의 노래가 지난 해 '놀러와'의 특집 시리즈의 '쎄시봉 친구들'의 대담방송과 콘서트를 통해 다시 활발하게 들리고 있다.  우리 세대를 포함한 20-30대의, 특히 이들의 음악세계를 통한 부모님 세대와의 공감대 형성, 그리고 과거로의 회귀를 통한 향수 느끼기, 그리고 좋은 노래와 음악에 대한 재발견은 내가 꼽는 몇 가지의 주요 혜택이다.  다시 이들의 노래가 불려지면서 통기타 문화도 힘을 얻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아이돌 중심의 한국 가요판, 소비 및 놀이문화 대신 예전 시절의 젊은이들처럼, 극히 일부이긴 해도 요즘의 젊은 친구들 중에서도 휴양지에 굳이 기타를 들고 가서 노래를 부르며 노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으니, 내 세대에서도 '올드보이' 스타일이었던 나로써는 상당히 감개무량한 일이다.  옛날에 친구들과 놀러가면서 윤형주와 송창식, 그리고 지금도 너무 좋아하는 김광석의 노래들을 불러제낄 때 얼마나 쿠사리를 먹었던가?  

 

윤형주와 송창식의 노래를 시작으로 쎄시봉 시절의 노래들이 내 귀를 때리기 시작한 것은 대략 국민학교 2학년 (그렇다.  나는 그 세대에 속한다) 무렵으로 기억한다.  아침잠이 적은 편인 나는 항상 새벽이면 아침식사를 준비하던 어머니께서 작은 볼륨으로 틀어놓으시던 '트윈 폴리오'의 '하얀 손수건,' '등대지기,' '우리들의 이야기,' '웨딩케잌' 같은 노래들을 들으면서 눈을 뜨곤 했다.  물론 그땐 이 노래들이 예전의 통기타 가요라는 것은 모르고, 음악 교과서에도 나오던 '등대지기'같은 노래로 보아 막연히 무슨 동요를 듣는 줄로 알았었다.  좀더 나이가 들어서는 그때만해도 낭만적이기 그지없던 시절답게, 소풍이나 친구들과 놀러가는 자리엔 어김없이 '연가,' '길가에 앉아서'같은 노래들을 부르며 나의 감성을 reinforce했었다. 

 

그렇게 부르던. 내 세대와는 좀 동떨어져, 노래를 TV에서, 그것도 유명한 방송사의 메인 프로그램에서 듣게 되니 정말 반가운, 아니 그 이상의, 뭔가 묘한 기분을 느낀것 같다.  나중에 부모님께서는 이들의 해외공연표를 구하여 이 근방에서 공연한 콘서트도 다녀오셨다.  아쉽게도 나는 스케줄이 맞이 않아 갈 수 없었으니, 언제 다시 기회가 오면 좋겠다.

 

내 이야기는 그렇다치고.  이 책은 이런 무수한 흥미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쎄시봉 출신 가수들에 대한 일종의 회고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의 behind 스토리와 함께, '놀러와'에서 소개하였던 이야기들을 좀더 detail하게 잘 버무려 놓았다.  정작 책을 사온건 나였지만, 부모님께서 읽으시느라 이제야 겨우 내 차례가 돌아왔던 것.  

 

좀 점잖을 빼는 윤형주 (장로)나 이야기 주변이 좀 떨어지는 듯한 송창식 (아버님과는 홍대시절부터 친했다고 들었다)보다는 입담도 좋고 솔직한 자유인인 조영남이 주 저자이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힌 것 같다.  대한민국 대중가요사의 책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이 책의 소장가치는 매우 높다고 생각된다.  이따 저녁에 짬이 나면 간만에 기타를 튕기며 이들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어졌다.  민폐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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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인간들의 전쟁 시친의 지구연대기 3
제카리아 시친 지음, 이재황 옮김 / AK(이른아침)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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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연대기 그 세번째 이야기를 오늘 마쳤다.  이번 시리즈의 주제는 역사에 남지 않은, 전설과 전승으로만 이어진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도 고대라고 했을만큼 먼 과거의 전쟁의 흔적들이다.  시친의 고증과 논증 그리고 가설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 흩어져있는 대재앙급의 결과를 초래한 신들의 전쟁 스토르는 정말 '신'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인간들이 각자의 헤게모니를 위해 싸운 흔적들이라는 것이다. 

 

이번 책 역시 시친의 독선적인 기록해석과 문자주의적인 텍스트 해석, 그리고 필요에 따라 삽입되는 상징/은유적인 해석이 버무려져, 그의 논리를 약화시키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보면 신화의 새로운 해석 또는 SF적인 그의 전개는 흥미롭다. 

 

고대 외계인 설이나 각종 관련 서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고, 특히 각 권마다 방대한 reference 자료를 리스트하여 시친의 연구가 단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잡설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기에 좀더 진지한 접근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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