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몸은 한가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흔하게 영어로 'in transition'이라고들 표현하는 나의 이 상태는 말하자면 고급실업자 상태인 것인데, 로펌 몇 군데에서 면접을 보면서 이 기회에 solo practitioner로 나서볼까 싶어 이 부분에서의 준비도 하고 있으니, 일 아닌 일을 하는 셈이긴 하다. 물론 수입이 전혀 없기에 사실상 실업 상태인 것이고.
책이나 많이 읽고 운동을 많이 하면 좋겠지만, 마음이 바쁘니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 싶다. 내친김에 붙잡고 있는 책들 몇 권을 소개한다.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는 한 80여 페이지를 읽은 상태다. 워낙에 짚고 넘어가는 이슈가 많아서 밑줄을 긋다가 많은 시간을 쓰는데, 정작 분석은 따로 적어놓지 않아서 리뷰를 쓸 일이 살짝 걱정이다. 무엇인가 이 책에 걸맞는 후기를 쓰고 싶은데.
'엘도라도, 혹은 사라진 신의 왕국들'은 시친의 지구 연대기의 4편에 해당하는데, 남아메리카의 고대 유적을 남긴 선사시대의 민족이 성서나 그전 시대의 신화에서 이야기하는 '카인'의 계보라는 가설을 추적하고 있다. 현재 매우 초입 부분을 읽고 있다.
'X의 비극'은 운동하는 틈틈히 자전거를 타면서 읽고 있는데, 아직까지 추리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역시 EQMM를 만든 사람들다운 이 계통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제1권력' 이 범세계적인 원자력 마피아를 추적했다면, '제1권력 2'는 제정러시아와 공산주의 소련을 넘어 현 러시아와 세계를 관통하는 귀족-자본가 출신의 자본 장악을 추적한다. 거의 다 읽고는 있지만, 어떤 내용이 중요한 포인트인지가 잡히지 않는다.
'The Cave of Steel'은 지난 주에 구입한 아지모프의 초기 로봇 작품들 중 일부이다. 'The Naked Sun' 이라는 작품과 함께 'The Robot Novels'란 제목하에 합본으로 나왔는데, 어린 시절 금성출판사 본으로 읽은 소년소녀 SF의 '강철도시'를 떠올리면 읽고 있다. 지금보니, 당시엔 몰랐지만, 꽤 잘된 번역이었던 것으로 지금은 기억된다. 작품이 쓰인 영문으로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미국에 온지 그리도 오래 되었건만 아직도 영어책의 읽는 속도가 한국책에 비하여 떨어지는 것은 확실히 문제라고 생각된다. 즐겨 찾는 LOGOS라는 중고책방에서 아지모프의 작품이 보이면 주저없이 집어오는데, 워낙 옛날에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collection급의 책이 아니면 hardcover임에도 불구하고 5불 이하에 나온다. 예전에 아지모프 자서전의 리뷰판 (출판 되기 전에 리뷰를 위해 돌려지는)을 구한 이후로 그의 책을 모두 구하는 것이 소박한 목표가 되었기에 신경쓰는 부분이다.
노는 행위 - 독서, 운동을 포함한 - 가 즐거운 것은 노동이 있기 때문인데, 그렇지 못하니, 독서든 운동이든 더 노력을 해야 즐겨지는 것이 좀 슬프다. regular하게 출근하던 때와 지금의 독서속도나 운동량 모두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더욱 분발하여 이 'transition'을 빨리 끝낼 일이다.
또 한 가지: 여건이 되는 대로 이 근방, 즉 San Francisco Bay Area라고 하는, Berkeley-Oakland, San Francisco, San Jose-Silicon Valley를 포함하는 지역에 남아있는 중고서점 탐방인데, 단순히 구경에 그치지 않도록 정보와 사진을 찍어 포스팅 하는 것이다.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겠지만, 대략의 계획은 잡아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