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 시대 - 쎄시봉 친구들의 음악과 우정 이야기
조영남.이나리 지음 / 민음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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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윤형주, 송착식, 그리고 김세환등으로 대표되는 쎄시봉 출신 가수들의 노래는 나에게 있어서는 부모님 세대에 속한다.  대략 60-70년대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이들의 노래가 지난 해 '놀러와'의 특집 시리즈의 '쎄시봉 친구들'의 대담방송과 콘서트를 통해 다시 활발하게 들리고 있다.  우리 세대를 포함한 20-30대의, 특히 이들의 음악세계를 통한 부모님 세대와의 공감대 형성, 그리고 과거로의 회귀를 통한 향수 느끼기, 그리고 좋은 노래와 음악에 대한 재발견은 내가 꼽는 몇 가지의 주요 혜택이다.  다시 이들의 노래가 불려지면서 통기타 문화도 힘을 얻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아이돌 중심의 한국 가요판, 소비 및 놀이문화 대신 예전 시절의 젊은이들처럼, 극히 일부이긴 해도 요즘의 젊은 친구들 중에서도 휴양지에 굳이 기타를 들고 가서 노래를 부르며 노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으니, 내 세대에서도 '올드보이' 스타일이었던 나로써는 상당히 감개무량한 일이다.  옛날에 친구들과 놀러가면서 윤형주와 송창식, 그리고 지금도 너무 좋아하는 김광석의 노래들을 불러제낄 때 얼마나 쿠사리를 먹었던가?  

 

윤형주와 송창식의 노래를 시작으로 쎄시봉 시절의 노래들이 내 귀를 때리기 시작한 것은 대략 국민학교 2학년 (그렇다.  나는 그 세대에 속한다) 무렵으로 기억한다.  아침잠이 적은 편인 나는 항상 새벽이면 아침식사를 준비하던 어머니께서 작은 볼륨으로 틀어놓으시던 '트윈 폴리오'의 '하얀 손수건,' '등대지기,' '우리들의 이야기,' '웨딩케잌' 같은 노래들을 들으면서 눈을 뜨곤 했다.  물론 그땐 이 노래들이 예전의 통기타 가요라는 것은 모르고, 음악 교과서에도 나오던 '등대지기'같은 노래로 보아 막연히 무슨 동요를 듣는 줄로 알았었다.  좀더 나이가 들어서는 그때만해도 낭만적이기 그지없던 시절답게, 소풍이나 친구들과 놀러가는 자리엔 어김없이 '연가,' '길가에 앉아서'같은 노래들을 부르며 나의 감성을 reinforce했었다. 

 

그렇게 부르던. 내 세대와는 좀 동떨어져, 노래를 TV에서, 그것도 유명한 방송사의 메인 프로그램에서 듣게 되니 정말 반가운, 아니 그 이상의, 뭔가 묘한 기분을 느낀것 같다.  나중에 부모님께서는 이들의 해외공연표를 구하여 이 근방에서 공연한 콘서트도 다녀오셨다.  아쉽게도 나는 스케줄이 맞이 않아 갈 수 없었으니, 언제 다시 기회가 오면 좋겠다.

 

내 이야기는 그렇다치고.  이 책은 이런 무수한 흥미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쎄시봉 출신 가수들에 대한 일종의 회고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의 behind 스토리와 함께, '놀러와'에서 소개하였던 이야기들을 좀더 detail하게 잘 버무려 놓았다.  정작 책을 사온건 나였지만, 부모님께서 읽으시느라 이제야 겨우 내 차례가 돌아왔던 것.  

 

좀 점잖을 빼는 윤형주 (장로)나 이야기 주변이 좀 떨어지는 듯한 송창식 (아버님과는 홍대시절부터 친했다고 들었다)보다는 입담도 좋고 솔직한 자유인인 조영남이 주 저자이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힌 것 같다.  대한민국 대중가요사의 책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이 책의 소장가치는 매우 높다고 생각된다.  이따 저녁에 짬이 나면 간만에 기타를 튕기며 이들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어졌다.  민폐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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