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단편 모음집 중편을 읽다. 본격적인 미스테리 소설을 모아놓았기에 앞서의 상편보다는 좀더 재미있게 읽었다. 앞서의 상편이 사회이슈에 대한 조사/글로써, 역사적인 자료가치가 있었다면 중편의 글들은 pure한 추리소설로써의 가치를 볼 수 있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편집하에 여자와 남자 테마로 각각 5편의 작품들을 나우어 구성하였는데, 이점 또한 특이하다고 하겠다.
하편을 마저 읽으면 다시 기억을 되돌려 상-중-하의 총평을 써볼 참이다.
각각 99년에 한국어 초판이 나왔고, 책의 디자인이나 부속자료/광고구성을 볼 때 - 까지 썼는데 '문학사상사'에서 나왔음을 봤다 - 같은 테마를 염두에 둔 출판사의 배려(?)같다.
'하루키 일상의 여백'은 마라톤, 여행, 맥주, Jazz, 고양이등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여행법'은 여행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모두 재미있게 보인다.
특이한 것은 '하루키의 여행법'인데,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왠지 별로 흥미를 가지지 못했던 것이 지금은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단 이 책에는 밑줄이 하나도 그어져 있지 않다. 이것은 당시의 내 마음상태를 보여주는 것으로써, 상당히 빨리, 그냥 마구 읽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의 나라면,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뭔가 의미있는 글을 찾아내어 밑줄을 긋고 있었을 터 - 그런데, 이 책도 사실 어제 운동하면서 가볍게 읽느라 밑줄을 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추리(?)도 그리 믿을만한 건 아닌셈.
한 작가의 전작을 계획한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하나씩 읽어나가는 것은 하루키가 처음이다. 막상 해보니까, 매우 재미있게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전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보일 듯 하고, 무엇보다 이 작가와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것 같아 흥미롭다. 게다가 하루키와 나의 취미 - 독서, Jazz, 음주, 개인운동선호 - 까지 어느정도 matching이 되어 나 역시 그의 고독과 허무 - 어떤 여정으로써의 - 를 즐기고 있다. 그럼 불우했던 작가를 전작하면 함께 불우함을 겪으려나? 러시아 문학이나 다른 전기시대의 전작을 고려하고 있는데, 살짝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