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시작한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중-하를 모두 읽었다.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사회파'의 근간이 되는 역사, 고고학, 사회르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걸작을 남긴 것 같다. 그중에서도 작가의 관심분야는 사회사건, 정치이슈, 음모 등 소위 알려진 대로가 아닌 뒷배경의 스토리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굳이 표현하자면 좀 어둠속에 도사리고 있는 진짜 이야기?
이런 것들은 그의 배경과도 연관이 있어보이는데, 작가로 등단하여 성공하기까지 사회적으로 약자이며 소수자에 머물러 있었던 그의 인생이 바로 그것이다. 늦은 나이에 등단하여 대단한 성공을 거두게 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훗날의 이야기이고, 그의 초-중년은 참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 작품 곳곳에, 그런 경험들이 녹아있는데, 사회 하류층의 job이야기, 또 성공하지 못하고 근근히 살아가는 작품속의 케릭터들에게서 작가의 속을 볼 수 있었다.
특이한 경험은 역시 식민지 조선에 있었던 것과 스리슬쩍 언급되는 731부대 이야기 같은건데, 역시 '세균전'연구에 대한 이야기는 있어도, 생체실험에 대한 언급이 없는걸 보면, 내가 느끼는 일본작가들의 한계가 그에게서도 나타난다.
한국의 문인을 주제로 한 글을 쓴 것, 그리고 이와 관련된 작가의 관심을 혹자는 조선/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음모론, 냉전, 미군정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조선/전후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이 더 현실적이다.
역사가의 non-fiction으로 fact를 배울 수 있지만, 소설가의 non-fiction으로는 fact에 대한 다양한 추측과 추리를 볼 수 있어, 이 또한 나름대로 즐겁다. 늙을때까지 글을 쓰고, 작품활동을 한 작가들이 많이 부족한 한국의 실정을 볼 때, 마쓰모토 세이초같은 작가들을 여럿 가지고 있는 일본의 문단과 출판계가 부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