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열심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한국어 책도 많이 사왔고, 운동도 다시 하고 있으며, 영어책도 그런대로 읽어나가고 있다.  화두로 삼은 하루키 전작을 이어가고 있는데, 읽다가 이 작가의 삶과 사랑에 빠지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급히 로그인을 하게 되었다. 

 

뭐랄까, 사소설, 환상, 이런저런, 다소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빼버리고 나면 (불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하루키의 작품에서는, 그리고 그에게서도, 허무와 고독이라는 잔상만 남는 것 같다.  그게 슬프거나 외롭거나 한 것이 아닌, 그저 그 자체로써의 허무와 고독이라는 것 말이다.  그게 싫지가 않은거다. 

 

하루키 역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결혼도 했고, 이제 환갑을 넘겼을 나이지만, 바쁘게 지낼 것이다.  성공한 작가라는 것이, 주변에서 사람들이 놔두지 않는 것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에게서는 왠지 모르게 고독의 냄새가 난다.  혼자 하는 그 무엇들을 모두 즐기는 그.  독서, Jazz, 위스키, 달리기까지 모조리 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와중에서도, 따로 시간을 챙겨 자기관리라는 이름으로 혼자 즐기고 있는 것을 볼 수있다. 

 

나 역시 그런게 좋다.  내가 participation용으로 좋아하는 운동은 대부분 혼자 하는 운동이다.  검도같은 격기도 역시 team sports라고 볼 수는 없다.  술도 crowd가 좋은 날이 있지만, 이제는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즐기는 편이 더 좋다.  그렇다고 반사회적이거나 비사회적인 사람은 아니다 (내 직업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저 내 시간을 갖는 것이 좀더 즐거울 때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고독과 허무를 사랑한다. 

 

물론 위의 생각은 갑자기 든 것인데, 어쩌면 한 작가를 전작하면서 일종의 동일시같은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대상과 자신을 matching시키려는 안타까운 뇌의 시도같은...어찌했든, 이런 생각이 들어서 가볍게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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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6-09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거 느꼈어요. 하루키 책을 덮을 때 마지막 남는 허무와 고독.
김훈의 절대적인 고독과는 좀더 차이가 나는..

하루키의 허무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에서의 허무랄까..바닷가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느끼는 노스텔지어랄까.

ㅋㅋㅋㅋㅋ. 내 직업을 보면 알 수 있다? 에서 빵, 터졌슴돠. 사회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일수록 일정량의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듯해요. 휴식 겸 고독을 씹으면서 재충전을 하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transient-guest 2012-06-10 01:02   좋아요 0 | URL
저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김훈의 고독은 정말이지 그 자체...'절대'라는 표헌이 딱입니다. 하루키를 읽을수록 이 사람은 피츠제럴드를 참 좋아하는구나 싶을만치 닮은데가 있어요.

자기만의 시간은 중요하죠. 너무 깊이빠지지 않기만을 바랄뿐입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