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6일 Passion of the Christ를 보고 나서 쓴 리뷰임)
어제는 카톨릭에서 40일간의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이었다. 그리고 그 재의 수요일에 맞추어 논란이 많았던 멜 깁슨의 Passion of the Christ (그리스도의 수난) 가 개봉했다. 당초 유대권에서는 반유대주의 소지가 있다면서, 그리고 일부 개신교권에서는 예수의 인간적인 측면만 너무 강조가 되었다면서 controversy를 불러일으켰던 작품, 그러나 일반적으로 영화를 직접 본 평론가들은 호평을 했던 작품이다. 일단 전위영화적인 요소를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는, 굉장히 정확한 realism이라고 하겠다. (물론 이 부분은 많은 유대계 인사들이 '세상에서 가장 긴 고문영화'라고 비아냥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유대계인 연예법 전문 변호사에게 들은 바로는 당시의 흥행으로 이 영화는 'Mel Gibson and his children and the children's children...and on will be able to live without working'이라는 닉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헐리웃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아람어와 라틴어로만 찍었는데, 사실성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아람어는 2000여년전 그 일대에서 쓰였던 말이며, 라틴어 역시 당시 지중해의 지배자였던 로마의 말이었다. 두 언어 다 지금은 학술적으로만 존재하는 언어로, 멜 깁슨은 초기에 영어 자막을 넣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의 만류로, 영화가 망할테니까, 영어 자막은 집어넣게 되었다. 그러나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성서의 기본 지식이 있다면, 자막 없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하나의 사실적인 측면으로는, scene 자체를 들 수 있는데, Braveheart 이래의 멜 깁슨의 사실에 입각한 형벌, 못박음...등 모든 장면은 정말로 압권이었다. 오죽 사실적이었으면, 극장에서 경고문을 썼을까, 아이들을 보게 하기 전에 부모가 영화에 대해서 더 자세히 조사를 할것. 이라고. 정말, 태형 (맞는 형벌)의 끔찍함과 고통스러움을 너무도 잘 표현했으며, 십자가에 달리기까지의 고통스러움 역시 굉장히 상세하게 표현했다.
영화의 설정은 예수의 십자가형으로부터 12시간 전에 시작된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고통을 받는, 너무도 인간적인 예수의 모습에 난 처음부터 빠져들어갔다. (상세한 스토리는 말하지 않겠다, Spolier가 될 수 있기에) 그리고 매 중요 장면마다 예수의 회상 또는 제자들의 회상으로 예수의 가르침이 overlap되는 것 또한 인상깊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극치는 인간의 심리 묘사인데, 마리아와 예수, 또 제자들간의 상황 상황에서의 심적 묘사는 정말 대단했다. 근래에 이런 영화를 본적이 없을 정도로.
스토리를 전혀 얘기하지 않고 쓰기때문에, 평(?)에 제한이 있지만, 꼭 권하고 싶은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신적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은 유추해 볼 수 있을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너무 많이 울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 만큼, 이 영화는 나에게 많은걸 일깨워 주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게된 성서의 몇 구절을 쓰고 싶다.
"성서에서 가르치기를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난 여러분에게 여러분의 원수 또한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사실,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한다면,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난 말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이웃을 사랑하듯, 여러분의 원수를 사랑하십시오."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듯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그는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을 당하면서 죽어가면서조차 사랑과 자비의 극한을 보여준다. 자기를 못박은 대제사장들, 로마병정, 그리고 군중을 용서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종교나 신앙 또는 신학의 논리를 떠나서 말할때 나는 인간 예수가 신격 예수로 승화한 때는 바로 이때부터가 아닐까 하는 다소는 발칙한(?)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극한의 의지로 사랑과 자비를 인격화한 그가 신의 일부가 되는 시점 - 그 전까지 그의 기적이나 다른 행위는 모두 인간으로서 가능한 것들이었고, 실제로 그 이전에도 수많은 이스라엘의 선지자들이 그런 기적을 행하고 신의 말씀을 전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예수만큼 사랑과 자비로 일관된 삶을 죽음까지 가지고 간 사람은 없었다.
그런 예수가 오늘날 지구에 다시 내려온다면 현 시대의 대제사장들은 주저하지 않고 그를 다시 십자가에 매달아서 지구로부터 탈출시킬 것이다. 위에 계시면 자기들이 다 알아서 바칠텐데 왜 오셨나이까 하면서 말이다.
끝으로, 한마디 더. 기왕 책을 안 읽는다면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신약 4대복음중 하나만 읽고 보기를. 스토리와 상황에 따른 심적 묘사가 훨씬 더 Appeal할 것이다.
PS 어제 쓴 대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위한 카테고리를 만들다보니 리뷰보다는 페이퍼가 어울린다 싶어 이리로 옮겼다. 페이퍼가 사실 사진이나 이미지를 올리기에도 편하기에 더욱 잘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