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으로 마무리 해야 하는 일들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인 커버편지의 일차 가봉(?)이 거의 끝났다. 남의 일을 하던 작년 이맘 때에는 한꺼번에 5-6개 이상을 관리하면서 하루에 2-30 페이지의 technical한 커버레터 한 통씩을 쓰는 나름대로의 능력자(!)였는데, 내 일을 시작하고서는, 맥이 좀 끊겼던 탓에 감을 살짝 잃어버린 것 같아, 다시 찾아가는 중이다. 그래도 2-3일 내에 완전한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이니까 이제는 마음이 좀 놓인다. 그간, 번잡스러운 일과 관련된 마음에 독서도, 남기기도 그저 그랬는데 말이다. 최근까지 꾸준히 읽어온 책들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남긴다.
Nicholas Pileggi의 책들 중 두 번째로 영화화 되었던 카지노를 읽었다. Wiseguy만큼의 impact는 없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어쩌면 갱들이 마지막으로 막후 실력자로서 라스베가스를 움직였던 시대를 다루고 있다.
역시, Good Fellas처럼, 이 영화의 나레이션 - 로버트 드니로와 죠 페시의 - 이 책 읽는 내내 떠나지를 않았기에, 상당히 virtual한 reading을 한 것 같다. 영화를 먼저 보고나서 책을 보면, 물론 상상에서 오는 재미는 떨어지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scene을 음미하고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의 레미제라블은 그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해석을 이 책에 내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난했던 한 여자의 영락을 세밀하고도 덤덤한 필체로 그 주변의 다른 가난한 이들과 함께 그려나간 이 책은 당시 프랑스의 지성과 양심을 대표하던 에밀 졸라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한다.
부와 가난이 절대적인 행복과 불행의 factor가 되지는 않겠지만, 일단 돈이 없고, 배우지 못하면,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19세기 말처럼 공공사업이나 교육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시대에는 이 또한 대물림 되었었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한 가지 좀 이상했던 것은, 100년도 더 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현 시대의 사람들 - 양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 의 삶이 오버랩되었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비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극빈이란.
하루키 전작은 이어지고 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는 느낌. 중복도 있고, 어떤 글은 하루키가 쓰지 않았더라면 책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읽을 때마다, 그의 특정 작품들의 테마의 배경을 볼 수 있는 개인적인 체험이나 경험을 엿볼수 있어 그런대로 행복했다.
4살 때 처음 술을 마셔보고, 국민학생의 나이 무렵부터 주기적으로 술을 마셔온 저자의 음주기행담. 따뜻한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그려 냈는데, 우리 부모님보다도 늙은 저자의 사진을 보면서 - 알코올 중독자 냄새가 조금 난다 - 심야식당을 사진과 글로 보는 느낌을 받았다.
전 세계를 떠돌며 먹고 마셔온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맛난 술과 음식이 없다면, 인생의 재미는 90%이상 반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맥주 기행과 함께, 술을 고를 때의 참고자료가 될 듯. 그 이상, 술이란 이렇게 맛을 위해 먹어야지 현학적인 지식인이 되기 위해 먹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상이 오늘까지 읽어버린 최근 십 여일 간의 책들이다. 지금은 쥘 베른을 읽고 있는데, 다른 것들과 또 mix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