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임종기님은 우리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 그 당시만 해도 - SF 마니아라고 할 수 있다. 내 기억으로는 '한국의 책쟁이들'이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그에 대한 글을 읽은 것 같은데, 그 전부터도 SF바닥에서는 유명한 수집가로 통했던 것 같다. 그런 그가, 출판사를 차려 좋은 SF작품들을 복간하기 시작했고, 나도 여러 권 그의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론'에 해당하는 책을 쓴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일전의 책에서 그런 포부를 이야기 한 것도 같은데 말이다.
거창한 전문가의 복잡한 이야기는 없다. 그저, 시기별로 SF를 구별하여 그 의미를 새겨보고, 그러면서, 유명한 작품들의 예를 드는 정도라고 하겠다. 15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의 길이를 생각하면, 당연히 길고 무거운 이야기를 늘어놓은 책이 될 수도 없다. 그저, SF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 그간의 장서/독서 여정에서 얻는 하나의 이론을 서술한 것.
솔직히 책의 내용이 그렇게 많이 흥미를 주거나, 재미를 주는, 소위 잘 읽히는 책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수 많은 SF명작들을 거론하는, introductory자료로서의 그것이 아닌가 싶다. 상당히 많은 책들이 거론되고, 유명한 작가들이 거론되었기에, 이들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무엇보다, 내가 모르는 많은 책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상당수의 작품들이 절판되었거나, 번역이 되어 있지 않기에, 아마도 이 책을 가이드로 하여 amazon.com을 뒤지게 될 것 같다. 이는 물론, 아직까지 읽지못한 것들을 먼저 읽어낸 다음이 되겠지만. 그래도, logos를 가면, SF section에서 이름난 작가들의 책을 쓸어올 이유가 생겼다.
생각이 많아서, 마구 읽어제껴야 하는 시기이다. 또 다른 책을 잡고, 깊은 reading이나 분석에 대한 고려 없이, 그냥 마구 읽어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