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서점의 숫자가 줄어드는 요즘, 개인서점은 말할 것도 없고, 대형서점인 반스앤노블조차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장터와 꾸준히 줄어드는 reader층으로 인해 규모를 줄이고 있어 근처에 이젠 정말 하나만 남은 나의 본거지의 소중함을 그만큼 더 느끼고 있다. 한번의 통폐합의 겪고 살아남아 single brand의 강점을 톡톡히 누릴 줄 알았던 BN도 약 7년 후인 오늘, 주변의 모든 서점을 닫고 딱 한 개만 남겨놓은 처지가 된 것이다. 이 서점마저 사라진다면 몇 개의 군소서점을 제외하고는 넓은 매장에서 카페를 갖춘 쾌적한 쇼핑 및 브라우징, 독서공간을 제공하며 한 시절을 풍미한 대형서점은 사라지게 된다. 최대한 이곳에서 소비를 하는 것으로 나 하나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를 본다는 행위가 내 일상을 지배한 시기가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 시기는 지금까지 두 번인데, 1999-2000년, 2002-2003년 잠깐 제도권을 완전히 벗어난 야인처럼 살던 시절이다. 그 중에서 1999-2000사이엔 그 전의 대학 4년 동안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무슨 수행처럼 영화관을 가던 것에서 거의 매일 영화관을 다니던 때였다. 지금도 영화를 무척 좋아하고 유명한 영화라도 빼놓지 않고 보려고 노력하지만, 생업과 운동을 제외한 남은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어려운터라 점점 못 보고 미루는 영화가 늘고 있다. 여기에 유럽, 중동, 인도 등 이곳에서는 비교적 마이너에 속하는 영화권의 작품들은 넷플릭스나 독립영화관을 통해 접할 수 밖에 없다는 제약이 있어 더더욱 영화감상은 쉽지 않은 취미가 되어 간다. 당연히 영화를 보고 무엇인가를 느끼고 남기는 행위가 쉽지 않게 되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영화 한 편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느끼고, 떠올리고, 그걸 정리한 멋진 글이 책으로 엮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머리가 fresh하고 경험이 적던 20대를 생각하면 영화든 책이든 무엇이든 2-3페이지 정도의 글은 꽤 쉽게 썼던 것 같은데, 생각이 많은 지금은 그런 질풍노도로 몰아치는 글쓰기는 좀처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책에서 다룬 대부분의 영화를 아직 감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기에 비록 저자와 온전히 대화하지는 못했지만, 이전엔 몰랐던 문화권의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고 내가 본 영화, 갖고 있는 미디어를 이런 방식으로 하나씩 정리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으니 꽤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이 책을 길라잡이 삼아 하나씩 다뤄진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책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이걸 예전에 읽었던가 하는 기시감을 읽는 내내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작품집에 엮인 것들과 중복된 것일 수도 있고, 아마 내가 읽고서 완전히 그 사실을 망각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굳이 내기를 하자면 판돈은 아마 후자에 걸어야 할 것이다.
김애란의 글은 맛깔지고, 땅바닥에 온전히 두 발을 붙이고 있다는 생각으로 각각의 이야기에 대한 내 후기를 대신하련다. 오아후섬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고, 읽던 당시에는 많은 생각을 했는데, 소설엔 밑줄을 긋지 않기 때문에 좋은 문장을 save하지 못했고, 각각의 모티브를 떠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 중상급의 평준화현상이 많이 느껴지는 한국의 현대문단에서 김애란은 읽을 때 지치거나 지겹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글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 같다. 계속 explore할 작가.

간만에 나온 마쓰모토 세이초의 신간. 무조건 믿고 보는 작가들이 몇 있는데, 에도가와 란포, 요꼬미조 세이시, 다가키 아카미쓰와 세이초가 그들이다. 물론 하루키나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도.
곤란한 시점에서 업자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묘하게 갑을관계가 바뀌고 계속 뇌물을 받고 어려운 일을 처리해주어야 하는 처지에 빠진 공무원의 이야기, 코너에 몰린 제도권 바깥의 학자들의 이야기, 동반자살을 암시하는 결말의 이야기 등 그전에 접하지 못한 세이초의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역시 책을 잡은 그 자리에서 거의 다 읽어버릴 만큼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상대적으로 긴 일본의 근대 - 한국의 근대를 압살한 덕을 상당히 보기도 한 - , 그리고 그 시절부터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출판과 책읽기의 전통이 부럽다. 아직도 일본의 독서인구는 한국에 비해서 더 큰 규모이고 중고서적도 업계가 따로 활발히 돌아갈 만큼 자리가 잡혀있다고 하니, 문화강국의 위치가 그냥 얻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작년엔가 갈수록 늙어가는 강아지와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매주 금요일은 일을 적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려워진 시장형편, 약간의 슬럼프가 느껴지는 내 퍼포먼스, 그리고 결정적으로 10.26이 기쁜 날에서 슬픈 날로 바뀐 2017년 노쇠한 막내강아지와의 이별로 흐지부지 되었는데, 내 시간을 좀더 갖기 위해서는 월-화-수-목의 열정적인 업무진행을 통한 금요일의 여가시간 확보를 다시 화두로 잡아볼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오전업무를 끝으로 간만에 본거지에서 커피를 마시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가 좀 와주었으면 더욱 분위기가 그럴 듯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