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언젠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대학교의 유명한 교수가 술에 취한 여제자를 성폭행했다는 기사가 떴었다.  학교에선 일단 직위해제된 상태로만 알려져 있었고, 온갖 빽을 동원해서 로비를 하고 합의를 한 후 법원에서 싹싹 빌면서 형량을 깎을 지언정, 정상적인 경로로 기소되어 수사되고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랬더라면 조선은 더 이상 헬조선이란 말이 무색한, 누구에게나 (우병우나 고영태나) 평등한 법치국가였을 것이다.  


어제 뉴스에 올라온 바로는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특별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뉴스가 인용한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직위변경 등에 관련이 있는 내부의 평가시기와 맞물려 있어 그럴 수 있다는 거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기소를 많이 하고, 열심히 케이스를 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 시스템은 아닌 것인지, 이 logic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난 8개월 간 희생자는 신체의 아픔과 심리적인 충격을 겪은 것도 모자라서 교수새끼의 계속된 합의요구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한국의 제도란 것이 합의금을 많이 주는 것을 속죄의 척도로 봐주는 면이 있어서 그럴 것 같다.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있다면 피해자에게 강요하다시피 합의를 요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더구나 피해자가 자신의 접근을 원하지 않고 있다면 말이다.  --> 여기서 피해자가 할 일은 두려움에 떨지 말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정식으로 민사소송을 걸고,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더이상 이 미친새끼가 자신을 찾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괴롭히면 법원에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하는 것이 좋겠다.  요즘은 민변이나 다른 봉사단체에서도 법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변호사는 돈이 든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변호사 비용도 받아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여러 모로 좋을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명문대학교의 유명교수라면 아마도 사회적인 위치도 보통이 아닐 것이 network도 꽤 좋을 것이라서, 검찰의 inaction의 이유도 의심이 가지만 있는데, 그 이상 이 새끼가 그 위치를 이용해서 피해자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에게 합의를 빌미로 한 협박과 압력을 행사해온 건 아닌지 의심된다.  그랬다면 이건 또다른 범죄라서 성폭행과는 별도로 형사건이 추가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이곳이라면 성폭행 한 건으로 대략 (1) one count of physical assault and battery, (2) rape, (3) aggravated sexual assault and battery, (4) intentional infliction of emotional distress 정도가 나올 것 같고, 여기에 가족과 지인을 협박한 정황이 나오면 별도의 죄가 성립되어 multiple count의 케이스가 될 것이다.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서 비싼 변호사를 사서 열심히 싸워 형량을 깎겠지만, 민사는 형사와 별도의 케이스로 재판을 하게 되고, plaintiff의 증거제시조건이 형사보다 낮기 때문에 거의 확실한 케이스로 보인다.  미국이라면 이런 새끼는 감방도 가야 하고, 출소 후에도 발찌차고 보호관찰도 받을 것이고, 민사로 탈탈 털릴 것이며, 마누라한테 이혼당하고, 애들도 거의 평생 만날 수 없게 될 것이다.  거기에 교직에선 당장 짤리고, 평생 가르치긴 커녕 학교나 학생들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이며, 특정한 기간 동안 사는 동네의 성범죄자 리스트에 올라 가게 될 것이다.  헬조선이 아닌 미국, 설사 그것이 트럼프의 미국이라도.


뉴스에서 보도하면서 취재를 위해 연락을 했더니 당일 날 케이스가 배정되어 기소가 될 것이란 것으로 기사가 끝났는데, 이건 흡사 4주배송 기간이 일주일은 지나도록 업데이트도 없고 책도 받지 못해서 문의를 넣으면 바로 업데이트가 뜨는 알라딘 US를 연상시킨다.  아무튼 제대로 처벌하는 꼴을 좀 보고 싶다.  몇 년 있다가 개명신청하고 어디선가 나타나서 교수행세를 하고 있을까 걱정이다.  이민이야 가고 싶겠지만, 이 건으로 학교에 다녀오시면 적어도 서방국가에선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rape은 살인, 폭력, 방화와 함께 crime involving moral turpitude이라고 해서 본질적으로 나쁜 행위들 중 4대천왕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아마 비자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서 평생 해외여행 가는 것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형사재판이 이뤄지고, 제대로 죄값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한국의 시스템에서는 형사와 민사를 한꺼번에 다루는 듯, 민사에서 합의가 잘 되면 형사가 가벼워지는 경우를 종종 보고, 심지어는 민사에서 해결되었다고 형사가 취하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이런 경우는 주로 해당행위가 '친고죄', 즉 고발이 없으면 형사에서 기각되는 건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런 경우 돈이 많은 사람은 좋은 변호사가 없이도 얼마든지 돈으로 일을 무마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난 항상 '친고죄'의 적용은 극히 적은 케이스에 한해서 이뤄져야 하고 대부분의 중범죄엔 민사와 형사를 분리해서 민사상 합의와 무관하게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로스쿨 1학년 1학기, 형법시간에 기초원리로 배운 것이 바로 그 logic이다.  


신상털이는 참 나쁜 일이고,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알려지는 등 피해사례가 많지만, 이런 새끼의 신상이 털리는 것을 가지고 '2차피해' 또는 '부수적 피해' 혹은 '가해자의 인권' 운운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제발 나쁜 놈들 얼굴 좀 가리지 말고, 수갑이나 포승줄좀 가리지 말아라.  그딴게 인권의식이 아니란 말이다.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쳐먹었으면 일좀 해라.  평생 4지선다말곤 세상이 없는 줄 아는 인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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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4-18 0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검찰놈들만 엎으면 만사가 잘 돌아갈거라고 생각했는데, 곳곳에 문제가 산재해 있다는 느낌이네요.

transient-guest 2017-04-18 09:43   좋아요 0 | URL
이게 사실 모두의 문제이긴 합니다. 결국 검찰도, 뇌물 먹는 공무원도, 주는 사람들도 모두 시민이잖아요. 다만 주어진 권력과 책임이 막중한 자리일수록 먼저 개혁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2017-04-18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8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17-04-1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이 그렇게 달콤할까요?그권력을 가지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 참 씁쓸하고 아프네요. .

transient-guest 2017-04-19 01:14   좋아요 0 | URL
권력이 주는 것도 좋고, 권력 그 자체도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요..딱 그 자리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