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든, inspiration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마침 금요일 오전, 다른 날들에 비해서 조금은 가벼운 스케줄이 예정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출근해서 간단한 업무를 처리한 후 바로 다시 짐을 챙겨 서점으로 나왔다.  9시 10분 정도에 오면서 문득 평일에 이렇게 일찍 서점에 나와본 것이 얼마만의 일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창업 후 첫 2년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이후로는 시간이 없어서, 그렇게 오전의 맑은 정신으로 종이냄새와 커피향을 맡는 것도, 평일 오후 4시 정도, 나른한 오후의 한 때를 즐기기 위해 가끔 서점에 들리겠다는 초기의 바램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무실 근처에 있던 분위기 좋던 서점이 그 해에 폐업했던 것도 큰 이유였는데, 그곳이야말로 2012년 한가함에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즐겨 찾던 곳이고, 오후 4시의 나른함은 이곳에서 즐겨야겠다고 벼르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온 후 지근거리에 있는 BN서점이 네 개에서 두 개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이곳과 다른 한 곳이 남아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반란의 여름]은 그 제목과는 달리 주교인 아버지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멀리 시집보내져야 하는 운명의 여인이 마침 웨일즈왕의 동생이 불의한 일로 인해 빼앗긴 자신의 세력을 복구하기 위해 불러들인 덴마크인들, 그 와중의 살인사건과 약탈 과정에서 생긴 혼란을 멋지게 이용해서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것이 메인이다.  결론적으로 그리 멋진 추리를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최소한 주교도 출세에 지장이 없어지고, 여인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한 반려자와 함께 먼 곳에서, 그러나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고, 잘 살게 될 것이니까, 일종의 행복한 결말인 셈이다.  캐드펠 수사는 아끼던 마크 수사 - 지금은 부제가 되어 있는 - 와 함께 사절단으로서 간만에 수도원 담을 벗어나 모험을 즐겼으니 그 또한 나쁘지 않았을 한 편의 단막극이다.  


[성스러운 도둑]은, 시루즈베리 수도원에 사람을 모으는 큰 힘의 원천으로 여겨지는, 성녀 위네드의 시신을 둘러싼 도둑질,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주도권 다툼과 이를 해결하는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소르테스 비블리카'라는 것이 등장하는데, 신의 뜻을 알아보는 일종의 신탁이 그리스도교에 받아들여졌음을 볼 수 있는 절차이다.  중요한 일에 있어 성인/성녀 혹은 신의 뜻을 기원하고, 무작위로 성서를 펼쳐서 나오는 구절을 읽고 이를 신성한 의지로 믿고 따르는 일종의 러시안 룰렛이다.  사람의 일이나 영적인 현상을 믿는 나이고, 종종 이런 것이 실제로 어떤 현상을 나타낸다고 믿지만, 이런 것을 자주 행하는 건 매일 작대기를 뽑아 일진을 확인하는 짓 만도 못하다고 본다.  물론 이 시대 사람들도 그걸 알았으니까, 이 '소르테스 비블리카'는 함부로 사용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믿음과 영적인 것, 어둠의 힘,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관념을 지배하던 시대에 이것은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절차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소르테스 비블리카'는 현대에 와서 일부 근본주의와 결합한 푸닥꺼리가 되었는데, 무슨 일만 있으면 '주님의 뜻'을 주워섬기는 자들이나 아침마다 성서를 랜덤하게 펼쳐 나오는 구절을 보며 그날의 정책결정을 했다고 전해지는 아들 부시 같은 자들의 행태가 그 예가 된다.  신탁은 러시안 룰렛이 아니다.  점은 도저히 호불호를 가릴 수 없는 두 개의 길을 앞에 두고 있을때, 영감을 바라고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이런 짓을 하는 건 뽕을 맞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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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3-0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때 저 두 소설을 갖고 있었지요. 시리즈 물인 거 같은데, 읽지 않아 처분했습니다. 이 글을 보니 좀 후회가 밀려오네요...

transient-guest 2016-03-08 03:16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ㅎ 20권째를 거의 다 읽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