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Short Stories Collection으로 달렸다. 77과 다른 점이라면 에르큘 포와로의 사건만 모아놓았다는 점인데, 복잡하지 않은 가벼운 추리를 즐길 수 있었다. 지금 79권을 읽고 있으니 이 긴 여행이 정말 끝이 나긴 할 것 같다. 70권 정도에 와서 계속 이제 곧 끝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결국 대작의 결말에 걸맞게 2016년의 2월 중순까지 와서야 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번 주말을 고비로 정말이지 인생 최초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독파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그간 셜록 홈즈 전집과 괴도신사 뤼팽 전집에 이어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라는 3대 전집을 모두 읽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캐드펠까지 읽어내면 4가지의 시리즈가 된다. 그 다음에는 그간 미뤄온 일본과 미국의 20세기 초기작들로 방향을 돌리고, 운동 외 시간에는 문학이나 소설을 읽을 것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정말 1-2년, 아니 3년 이상은 앞으로 책 한 권을 사지 않고도 매번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고가 쌓여 넘치는 형편이니까, 책이 부족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자꾸 사들이는건 중독, 피할 수 없는 나의 천형, 아니 깨달음으로 가는 나의 수도여정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본명인 박성호보다는 '물뚝심송'이라는 희안한 필명으로 더 많이 알려진 시사평론가 및 작가이다. 최근에는 이런 저런 팟캐스트에서 deep한 아저씨의 중저음으로 날카로운 시사 및 정치만평을 들려주고 있는데, 거의 오리지널 딴지일보의 필진이었던 이력만큼이나 여러 분야의 잡다하고도 깊은 지식을 보여준다. 머리가 큰 이 아저씨의 필명을 따라한 '물뚝심슨', '물뚝삼손', '물똥심쏭' 같은 이상한 아이디를 파생시키기도 했다. 이 책은 '노동, 역사, 정치, 언론,종교, 교육, 국방, 미래'의 8가지 주제로 강의한 것을 엮은 책인데,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아주 그만의 색 그대로 글로 꾸려졌다. 진보적인 그의 색채가 강하지만, 무리해서 자신의 논리를 관철시키기 보다는 세상을 오래 살아온 사람 특유의 담담함과 객관적인 시사평론과 의견, 그러면서도 머리가 막히지 않았음을 볼 수 있는 수준의 열린 생각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알기싫다'에서 간간히 게스트로 나왔었는데, 이용기자와 함께 최근에 UMC와 갈라섰는데, 의견차이가 좀 있었나보다. 좀더 안정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venue가 나왔으면 좋겠다.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에게 한반 제대로 맞은 MBN의 앵커도 그렇고 종편과 공영방송을 가리지 않고 날뛰는 보기 싫은 쓰레기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과 퀄리티의 시사대담을 들을 수 있을텐데, 돈이 없고, 힘이 없는 길거리 진보의 현실이 아쉽다.
오늘은 금요일. 주말은 연휴. 힐러리 클린턴 대 버니 샌더스의 경선열기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둘 중 누구라도 공화당의 경선에 남아있는 이상한 인간들보다는 훨씬 좋은 대통령이 되어줄텐데, 현실적으로 힐러리의 노련함과 명석함에 좀더 맘이 끌린다. 인간적으로는 샌더스가 더 좋지만서도, 흑인대통령이 나오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여성대통령인가 하는 아쉬움도 있기 때문에, 좀더 힐러리로 기우는 것 같다. 힐러리가 깃발만 꽂으면 될 것 같았던 민주당 경선이 샌더스라는 복병을 만나서 무척 재미있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틈만나면 이 둘의 경선토론이 CNN을 비롯한 유수의 방송국에서 중계가 되는데, 어지간한 토크쇼나 격투기시합보다도 더 흥미진진하다. 어제 CNN에서 방송한 PBS토론을 보면서는 특히 2012년의 대선토론과 2006년 한나라당 경선토론을 떠올렸는데, 정말이지 인간이라고 말하기에도 우스운 함량미달의 crazy person이 부정선거로 빼앗은 대통령 자리에 앉아 멋진 내 조국의 왕노릇을 하는 꼬락서니가 계속 나를 우울하게 한다. 이번 10월 26일에는 잊지말고 술 한잔 하면서 보낼 생각이다. 이게 찌질한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물론 그 전에 전두환씨가 비명횡사할 경우 먼저 파티를 열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